꼭알아야할 일 [북한에 스며드는 시장경제] [上] 달러·위안貨 거래 급증… GDP의 10% 육박 (주후 2013년 8월 5일자 조선일보 1면)

[담대한 민경태]

[북한에 스며드는 시장경제] [上] 달러·위안貨 거래 급증… GDP의 10% 육박

달러·위안貨 20억달러 유통, 외화 사용해도 제재 안받아
평양의 통일·광복시장엔 일부 상품값 달러로만 표시

북한에 시장경제가 스며들고 있다. 올 4월 재입각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주도해온 '성과에 따른 분배' 조치는 점차 공장과 농장 등에서 계획경제의 뿌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달러와 위안화 사용은 급격히 늘었고, 서구(西歐)의 상가를 방불케 하는 매장도 곳곳에 들어섰다. 북한 당국은 시장경제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북한이 시장과 '공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북한 사정에 밝은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내 외국 화폐 유통량이 북한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296억달러의 10%에 육박하고 있다"며 "외화 없이는 북한 경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평양서 현금카드로 결제 가능해요… 북한 평양의 한 오토바이 상점에서 여직원이 ‘나래 현금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북한 평양을 방문한 이반 왓슨 CNN 기자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직원이 나래 현금카드를 보여줬다. 일부 북한인이 이 카드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여직원 앞에 카드 단말기가 놓여 있고, 뒤쪽으로는 ‘최신형 오토바이 조선부강회사’란 제조사 이름이 보인다. 조선부강회사는 오토바이 등 기계를 비롯해 식품·광물·제약 회사 등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북한 대기업이다. /이반 왓슨 CNN 기자 트위터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자국 화폐보다 달러나 위안화를 선호하고 또 실제 이를 통용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위아나이제이션(yuanization)'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1980년대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 암시장 등을 통한 주민들의 외화 축적이 늘면서 자국 화폐보다 달러화를 선호했던 경향을 최근의 북한 상황과 비교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주로 달러화가, 북·중 국경 지역에서는 위안화가 많이 쓰인다. 외화를 사용하는 데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재화나 용역의 거래 기준도 점차 달러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평양에서는 심지어 과외비도 달러로 흥정한다"며 "과외비는 보통 월 20~30달러 선이지만 당 간부 등 일부 특권층에서는 명문대 출신 박사급 인재들을 컴퓨터나 영어 가정교사로 채용하면서 월 300달러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평양의 통일시장과 광복시장 등에서는 유리, 대리석, 오토바이 등 일부 상품은 아예 가격이 달러로만 표시돼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달러 위폐 감별기를 갖춘 환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쌀과 의류 등 생필품에서부터 사치성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상품이 중국 위안화로 거래된다.

인라인 스케이트 즐기는 北 아이들… 지난달 21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고, 주민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 뒤쪽으로 나란히 걸려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보인다. /AP 뉴시스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은 북한 내에서 유통되는 달러와 위안화가 2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통용되는 외화 중 50%는 달러, 40%가량이 위안화, 10%는 유로화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가 최근 휴대전화 보급을 확대한 것도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롱 속 달러'를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휴대전화 가입 및 단말기 구입 비용 등을 달러로 받고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집권 후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이 장마당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외화를 공개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다각도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대진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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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ar, Yuan Rule in N.Korea

Scattered green shoots of a market economy are popping up all over North Korea since Prime Minister Pak Pong-ju, a veteran technocrat who led the North's first tentative economic reforms a decade ago, started trying to resuscitate the country's moribund economy. 

In this picture tweeted by CNN's Ivan Watson, a North Korean worker shows a cash card to be used for shopping in a store in Pyongyang.

One of the measures was allowing farmers to sell a proportion of their own produce rather than giving everything to the state. As a result there has been a surge in the amount of U.S. dollars and Chinese yuan in circulation there, while stores have sprung up modeled after shopping centers in the capitalist West.

North Korean authorities are wary of the spread of capitalism, but analysts say the North appears to have entered a phase of uneasy coexistence with a rudimentary market economy.

Sources say the amount of foreign currency in circulation since leader Kim Jong-un came to power in late 2011 accounted for 10 percent of the country's 2012 GDP of US$29.6 billion. One source said the North's economy would not be able to function without foreign currency.

"North Koreans trust the dollar or yuan more than their own currency," said Yang Moon-soo at the University of North Korean Studies. "And we are seeing increased signs of 'dollarization' and 'yuanization.'"

Some experts compare the trend to the final days of the Soviet Union in the 1980s, when Russians preferred valuta earned in the black market over the worthless rouble.

Dollars are widely-used currency in Pyongyang, while the yuan rules close to the Chinese border. Not only are the currencies used without restriction, they are also becoming standard payment for goods and services.

"In Pyongyang, fees for private crammers are negotiated in dollars," said one North Korean defector. "It costs around $20 to $30 a month for lessons, but some high-ranking government officials offer $300 to hire doctoral degree holders to teach computer science or English."

Children skate around Kim Il-sung Square in downtown Pyongyang on Sunday. /AP-Newsis

The price tags in Pyongyang's Tongil and Kwangbok open-air markets for glass, marble, motorcycles and other products are in dollars, and they have money changers that are capable of identifying fake banknotes. In border regions close to China, rice, clothes and other daily necessities as well as more expensive products are priced in yuan.

The Samsung Economic Research Institute estimates that more than $2 billion worth of dollars and yuan are in circulation in North Korea. "We estimate around 50 percent of the foreign currency in circulation is dollars, 40 percent yuan and 10 percent euros," said a government source here.

A North Korean man rests next to a tented shop selling drinks along a street in Pyongyang on July 29, 2013. /Reuters

North Korea also recently expanded the distribution of mobile phones to get people to spend dollars that have been hoarded by private households. Phones are purchased and activated with dollar payments.

Cho Bong-hyun of the IBK Economic Research Institute said, "Since Kim Jong-un took power, North Korea has been taking various steps to get people to spend their foreign currency holdings in markets by stressing the need to develop the country's nuclear weapons and economy."

 

[담대한 민경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05/20130805002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