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이가 있기에 듣는 자가 있고 듣는 자가 있기에 말하는 이가 있다 듣는 자 없이 홀로 지껄인다면 이를 '혼잣말'이라 하고 아무도 얘기하는 이가 없는데 홀로 귀만 기울이고 있다면 그 또한 정상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건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객主客이 있어야 하고 그 주객은 장소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내집에서는 내가 주인이고 날 찾아온 사람이 손님이 되지만 내가 그의 회사를 방문하면 나는 으레 손님이 되고 그는 그날 그 때 주인이 된다 따라서 주인과 객은 장소따라 바뀐다
한 번 주인은 영원히 주인일 수 없듯 한 번 손님은 영원히 손님일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실 때 부처님이 설주說主가 되셨다면 부처님 설법을 듣는 제자들은 으레 청객聽客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제청제청諦聽諦聽'이 재밌다 부처님이 스스로 설주가 되시니 아난다서껀 제자들은 으레 청객이 된다
부처님의 '제청諦聽'이란 말씀에는 두 가지 동사가 함께 들어 있다 첫째는 차분히 말씀하심諦이고 둘째는 다소곳이 들음聽이다 문門 틈에 귀耳를 대고 듣는 것을 들을 문聞 자로 표현했다면 귀耳에 맡겨王 덕㥁스럽게 들음이 들을 청聽 자가 지닌 뜻이다
어찌하여 '불설대보부모은중경'에서는 말씀說과 들음聞을 세우지 않고 '제諦'와 '청聽'을 들어 내가 이제 분명히 얘기諦 할테니 아난다는 잘 들으聽라 하신 것일까 여기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대중들에게 숙제를 주시며 연구하게 하심이다 숙제를 풀려면 살펴諦 들어聽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들 마른 뼈에서 전생의 남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힘을 실어주신다 그 말씀이 '오금위여분별해설'이다 원문으로는 '吾今爲汝分別解說'로서 '내 이제 너를 위해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한 번 생각해보라 서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이 한 마디를 들음이 얼마나 기쁜 일이랴 아!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이 커다란 행복이여! 아예 2,600년 전으로 돌아갈까보다 가서 부처님 회상에 참여해 볼까
입 있는 자 말諦하고 귀 있는 자 듣聽는다 황제帝의 언어言로 설諦하고 제왕王의 귀耳를 열어 덕㥁을 쌓는다 그러기에 이를 잘諦 들으聽라 했다 말하는 입은 단지 하나밖에 없는데 남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귀는 두 개다 말이란 스스로에게 기쁜說 일이고 듣는 이들에게도 기쁨說을 주는 일이다 두 귀耳를 문門틈에 찰싹 붙여 다 들음이다
대덕 스님을 청하여 여는 법회法會를 법문法門이라고도 하지만 다른 말로 '설법說法'이라 한다 설법이란 '법을 설하다'의 뜻이다 다른 뜻으로 해석한다면 열법說法이다 설법이 아니라 '열법'이라 읽을 때 설법의 본뜻이 담긴다고 할 수 있다 법法이란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이는 깊은 마음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설법說法은 열법說法이다 얘기說가 아닌 기쁘說게 느낌이다 기쁨說을 느끼는 법法이야말로 으뜸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이다 '법의 기쁨'을 주기 위하여 설법하고 스스로 기쁨을 느끼는 법이기에 열법說法이라 할 수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자신있게 권하신다 '잘諦 듣聽고 자세諦히 들으聽라'고 설諦하니 듣으聽라는 말씀이다
기쁨說을 느끼는 법法이다 참으로 황홀하지 않을 수 없다 오금위여분별해설吾今爲汝分別解說을 '내 이제 너를 위해 분별하고 해설하리라'로 종래의 해석대로 풀어도 좋지만 '내吾 이제今 동기爲를 너汝로 삼아 이 이치를 분석分하고 특별別하게 하고 분명하게 풀解어 기쁘說게 하리라'한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난다는 거룩한 부처님으로부터 최상의 믿음을 받는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아낌愛을 받고 누군가에게 신뢰信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있겠는가 여자는 자기를 아끼愛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지만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그 목숨을 던진다고 하는데 아난다는 바로 부처님으로부터 그토록 엄청난 신뢰를 받는 것이다
난 내가 아난처럼 설법장소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다면 아마 그날 하루만이 아니라 영원히 기쁨說 속에서 살아法갈 듯싶다
오늘 새벽 편지는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설명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좀 뛰어난 학자라면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가고 그렇지 못한 학자들은 쉬운 내용도 어럽고 딱딱하게 풀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아무래도 후자後者에 속할 듯싶다
어제는 나의 은법사이신 고암대종사 제30주기 추모제라서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해인사 용탑선원 추모다례제에 다녀왔다 몸소 참여한 사부대중들께 감사하고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마음으로 함께 하신 분들에게도 고암 큰스님의 덕화가 함께하시길 빈다 참으로 고맙고 또한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