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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스크랩 [침몰하는 대한민국] 2. 천박한 관료주의에 찌들은 정부
史必歸正 추천 0 조회 27 14.05.14 08:5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자신의 책임은 외면한 채 관련공무원과 선박관계자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박근혜 대통령>

 

오늘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의 세 가지 가치를 국민과 함께 실현해갈 것”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가 내걸려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회를 국정목표와는 정반대로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사고 대응 수준은 하나부터 열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거짓말에 책임 떠넘기기까지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하며 안전강화를 홍보해 온 박근혜정부가 이번 사고에서 구조대가 침수하는 배 안에서 고교생을 구조하지 못하고 물에 잠긴 여객선 내부 수색 시작까지 3일 이상이 걸렸다”며 “정부가 무능해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불신감이 한국 사회 전체를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4월 20일, 사고 유가족으로부터 “살인마 정부”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근혜정권의 대응 실상에서 드러난 천박한 관료주의의 민낯을 뜯어보자.

 

기초적 상황파악조차 안 해

 

박근혜 정권은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주일이 넘도록 세월호 승선인원이 몇 명인지조차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무사안일함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대응을 총 책임져야 할 대통령의 무사안일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오후 5시30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탑승객 300여명이 선실에 갇힌 사실조차도 파악하지 않은 채 마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 것이다. 당시는 사고 발생 8시간이 넘었고, 세월호는 6시간 전 완전 침몰한 시각이었다. 재난 대응을 총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상황파악조차 하지 않다보니 구조대책이 제대로 세워질 리 만무하다.

 

국민들 앞에 해이한 자세를 보인 것은 국무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4월 17일 자정께 진도에 도착, 사고대책본부에서 고작 10여 분간 머무른 뒤 승용차에 올라 자리를 뜨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정 총리가 현장에서 대처를 책임지고 지휘하며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해도 모자를 판에 생색만 낸 후 떠나려 했던 것이다. 이에 성난 유가족들이 총리의 차량을 둘러싸고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 총리는 차 안에서 눈을 감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사고 수습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을 보면, 정 총리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상황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선 실무를 책임 져야할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안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대본은 경기도도교육청이 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11시9분과 25분에 각각 '단원고학생 전원 구조됨',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해경 공식발표'라는 공지문자를 발송한 후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하였고, 3시 30분 경 해경측이 집계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하자 그때서야 구조자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극도의 해이함을 보였다.

 

박근혜 정권의 무사안일함은 외신들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당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FAZ)은 18일, 이번 사고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영국 가디언은 21일자 보도에서 “서양국가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 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 전반에 퍼져있는 무사안일함은 관료들이 자기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없고 오로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면 그만이라는 극도의 나태함에 찌들었기 때문이다.

 

무능력의 극치

 

정부 관료의 상황인식이 이토록 안일하다보니 행정 전반이 무능. 무엇보다 정부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부터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재난 발생시 대통령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재난 대응 매뉴얼대로 부처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일사분란한 구조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란 기치를 내놓고 표를 긁어모았으면서도 정작 위기관리체계 구축에 극도의 무능함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컨트롤타워를 누가 맡을지를 놓고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청와대는 무관심했고, 구조와 관련한 정보전달도 각 기관별로 언론에 전달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했다. 이러니 국민들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게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구조활동에서도 매우 무능력했다. 침몰당시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생생한데도 정부는 단 1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으며 시신수습조차 지지부진하다. 사고 초기에 예인선을 불러 배의 전복을 막자는 제안, 구조활동에 오징어 배 혹은 고등어잡이 어선의 수중등을 사용하자는 제안 등도 정부 대책이 아니라 모두 유가족들을 비롯한 민간에서 제안한 것들이다.

 

심지어 희생자의 시신이 뒤바뀐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7일 김모양으로 알려졌던 시신은 다른 반 김모양으로 확인돼 목포에서 안산으로 시신이 옮겨졌다가 다시 목포로 되돌아갔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시신이 이모군으로 알려졌으나 DNA 검사 결과 심모군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3일, 발인을 하루 앞두고 장례절차를 마무리 중이던 장모군의 시신이 뒤늦게 ‘가족과 불일치 한다’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일선 실무를 책임 져야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기초적인 자료파악조차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중대본은 세월호 탑승객 숫자를 발표하면서 사고 당일 16일에만 세 번 오락가락하더니 17일에 475명으로, 18일에 이르러 476명으로 계속 번복했다. 하지만 476명 역시 21일 외국인 시신 3구를 수습, 승객 명단에 없던 리샹(46)씨가 희생자로 확인되며 엉터리 발표라는 것이 드러고, 4월 29일에는 검경합동수사본부가 파악하지 못한 선사 고용 아르바이트생 3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정부 관료 중 그 누구도 실제 탑승객 숫자를 확인해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

 

면피하기에 급급한 박근혜 정권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관료부터 구조 일선에 있는 해경에 이르기까지 너나할 것 없이 책임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침몰 이후 지난 2주일 동안 박 대통령은 줄곧 부하 공무원들을 질책하는 모습만 보였다. 사고 이튿날인 4월 17일 진도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가족 여러분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현장에 있던 관계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였다. 박 대통령은 사고 6일째인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공무원들에 대한 질책만 이어갔고, 사고 선장의 탈출에 대해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비난하며 사건전반의 책임을 선장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니 대통령 이하 관료들은 면피를 넘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하는 모양새다. 가장 기본적인 사고대책본부의 현장상황 보고조차 허위와 과장으로 포장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것은 다름아닌 피해자 유가족들이었다. 유가족들은 사고 이튿날인 17일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현장을 방문했는데 인원은 200명도 안됐고, 헬기 두 대, 군함 두 척, 경비정 두 척, 특수부대 보트 6대, 민간구조대원 8명이 구조작업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원투입 555명, 헬기 121대, 배 169척을 투입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면피성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23일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안보·통일·국방의 컨트롤타워이지 재해·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책임자 구실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해양수산부의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보고체계 최상위 조직으로 규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짓말로 확인되었다.

 

정부 관료들의 몸에 밴 책임 회피성 행보는 사고 현장에서 파렴치한 전시행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시행정 역시 박근혜 대통령 주변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4월 17일 대통령이 진도를 방문할 때, “박 대통령 방문으로 3시간동안 수색이 중단되고 모든 인원이 의전에 동원됐다”는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2시에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격려를 한다고 현장으로 출항하려던 민간구조단의 출항을 지체시키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조에 급박한 시간에 장관이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는 배를 멈춰 세웠던 것이다.

 

해군은 전시행정을 넘어 ‘조작 방송’을 찍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해군은 기자들을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 중인 청해진함으로 불러 취재를 허용했는데 평상복 차림으로 쉬고 있던 잠수사를 잠수복으로 갈아입히고 물을 뿌려 촬영에 응하게 하는가 하면, 인터뷰 내용까지 과장하도록 현장에서 지시하였던 것이다. 진도해상관제센터(VTS)와 세월호의 교신 녹취록은 사고발생 4일 뒤인 20일에서야 공개되면서 일부 교신 내용이 책임 회피를 위해 고의로 편집·삭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권 전반에 퍼진 책임 회피, 전시행정으로 유가족의 분노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전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세월호 사망자 유족들의 거센 분노와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한 유족은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는데 끝까지 있으셨어야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 그거 아니에요? 아니냐구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 서로 미뤄요. 왜 서로 미뤄?”라고 목소리를 높여야만 했다.

 

천박한 관료주의, 뿌리부터 도려내야

 

세월호 참사는 정부 관료 상층부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천박한 관료주의가 총체적으로 반영된 인재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제발 시신이라도 빨리 수습해 달라는 유가족의 최소한의 요구는 무능한 관료들 앞에서 ‘대답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어째서 한국 관료들은 이렇게도 안일하고 무능한 것일까. 이는 한국 정부가 수립될 때부터 친일파로 대변되는 기회주의 세력이 정부 주요요직을 차지하고 어떻게든 아부 굴종하여 제 한 목숨 건사하는 것이 최선인 관료문화를 형성해온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부 관료들부터 능력있는 사람들을 등용하기보다 아부 잘 하는 사람을 중용하며, 뿌리깊은 정경유착과 같이 혈연, 학연, 지연 등 온갖 연줄을 엮어야만 출세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지금의 천박한 한국 관료주의를 낳은 것이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관료주의의 병폐는 박근혜 정부에서 척결되기는커녕 되레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민의 삶을 오롯이 책임져야 할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관료들이 한 순간 모면하기 위해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번 참사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유달리 '안전'을 강조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는 것도 모두 대국민 기만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가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통째로 침몰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사회의 천박한 관료주의 병폐를 근본부터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세월호는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민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 유가족으로부터 “살인마”란 비난을 받는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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