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2년하고도 한달이 지나갑니다. 현대사에서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이후 이렇게 길게 전쟁이 진행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전쟁이 길어진다는 것은 양측의 군사력이 비슷할 때와 도저히 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만이 가능합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자연히 해당 국가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희생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전의 승패는 최소한의 희생과 최대한의 획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 러우 전쟁은 그냥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느긋한 자세로 그냥 전쟁을 즐기는 모양입니다. 러시아의 푸틴은 영구집권의 길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세계 제패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 그리고 나토국들은 이제 지칠 대로 지쳐있습니다. 프랑스의 대통령은 아직 젊은 나이에 전쟁에 군사력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뭔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만 그것이 그냥 편해 보이지 않습니다. 자국의 문제 해결도 힘든데 우크라이나까지 신경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는 휴전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합니다. 전쟁직후 한때 세계적인 영웅처럼 등장했지만 지금은 그냥 패전 직전의 초라한 모습을 보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순순히 휴전에 임할 수도 없는 상황인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푸틴과 젤렌스키는 아직도 지리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지 두사람의 심리상태가 매우 궁금합니다.
우크라이나와 한반도가 비슷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그런 상황이라면 우크라이나는 동서로 그런 양상입니다. 동쪽은 러시아와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습니다. 서쪽은 서유럽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 아주 미묘하게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옛 소련과 중국의 영향권에 들었던 북한과 미국 등 서방권에 속해있던 남한과 비슷한 구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한때 소련의 식민지에 속했습니다. 다른 동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집니다. 우크라이나는 서유럽의 NATO(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 동맹)와 동유럽의 WTO(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 동맹)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NATO나 WTO나 우크라이나는 어디에도 끼지말고 중립적 위치를 유지해라 했습니다.
지정학적 위치보다 더 핵심적인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정서와 러시아의 정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불편함과 증오의 정서가 존재합니다. 러시아의 지긋지긋한 지배와 침범을 증오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정서와 비슷합니다.
평야가 넓고 자원이 많은 우크라이나지역에 옛 소련 정권이 많은 투자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형적으로는 천혜의 보고입니다. 하지만 하필 그 강대하다는 러시아와 그 막강하다는 프랑스 독일 그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원전과 핵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었습니다. 식량의 창고가 바로 우크라이나입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이룹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는 러시아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성향도 친러시아 성향입니다. 반대로 서부 우크라이나는 다릅니다. 한국에서 지역색이 있듯이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성향때문에 우크라이나 대통령들은 동서출신이 갈리면서 동쪽 지역 출신 대통령은 친러시아 정책을 폈고 서쪽 지역 출신 대통령은 친서방 그러니까 친유럽연합 정책을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양쪽 지역이 서로 대립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책뿐 아니라 우크나 내부에서의 힘의 구도도 확연하게 갈리게 됩니다. 나라의 갈등이 심화되니 국민들은 피곤해집니다.
그때 마침 방송국 드라마에 희한한 소개가 등장합니다. <국민의 종>이라는 제목의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국민의 종(하인)처럼 행동한다는 의미겠지요. 여기의 주인공이 바로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입니다. 젤렌스키는 코미디언 출신입니다. 개그맨 겸 배우이지요. 그가 <국민의 종>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됩니다. <국민의 종>은 학교 선생인 주인공이 졸지에 대통령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것입니다. 갈등의 늪에서 고통을 받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 드라마에 빠져듭니다. 드라마상이지만 재미있고 유쾌하고 국민을 지극히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기대를 줄 수 있는 주인공에게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그려보게 됩니다. 드라마는 대인기속에 대박을 칩니다. 그리고 그후 젤렌스키는 야망을 품습니다. 드라마처럼 정치를 펴고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결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와 같이 <국민의 종> 드라마에 출연했던 개그맨과 배우들을 중심으로 2018년 당을 만듭니다. 그 당명이 바로 <국민의 종> 당 입니다. 드라마처럼 대 히트를 치겠다는 복안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국민들이 젤렌스키에 열광합니다. 기존 정치인들의 계속된 정책 실패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은 가운데 젤렌스키는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습니다. 드디어 2019년 대선때 결선투표에서 상대인 포로센코 후보보다 무려 50%가 넘는 73% 득표로 당선됩니다. 41살의 나이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기록됩니다. 그렇게 극단적인 승리를 안게준 것은 바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상당수가 반 러시아 정서를 가진데 있습니다.개그맨이지만 정서상 반 러시아 성향을 가진 순수하지만 강한 멘탈의 젤레스키에게 몰표가 간 것입니다. 젤렌스키는 영웅이 됐습니다. 서방의 모든 언론은 젤렌스키라는 젊은 정치인에게 시선을 집중합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넘어선 세계의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젤렌스키는 친서방 정책을 추진합니다. 유럽연합 그리고 나토에 가입을 서두릅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젤렌스키는 눈엣 가시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나토의 무기들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경우 러시아는 그야말로 좌불안석 신세가 됩니다. 마치 미국 턱 앞에 쿠바가 공산화되고 소련의 미사일이 집중배치된 것과 같은 상황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푸틴은 압박을 가합니다. 서방세력에게 우크라이나는 중립지역으로 놔두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완충지역화하자는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연합은 러시아의 제안에 수긍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도움을 받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는 강력하게 유럽연합과 나토가입을 주장하고 그런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러시아 푸틴은 젤렌스키를 강하게 성토합니다. 양국의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우크라 젤렌스키는 러시아 바로 앞에서 나토와의 해군 군사작전을 펼칩니다. 즉시 러시아 타도가 가능하다는 몸부림입니다.
러시아는 이제는 못참겠다는 듯이 전쟁을 준비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보냅니다.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 추진을 중단하지 않으면 침략하겠다는 것입니다. 젤렌스키는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과도 긴급통화를 합니다. 바이든은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요구를 묵살합니다. 러시아 푸틴은 결국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합니다. 그리고 2년 1개월이 지났습니다.
젤렌스키는 전쟁직후 굳건하게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평화의 파수병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이 보내준 군수물자로 강력한 군사대국 러시아의 침공을 잘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국내적뿐아니라 세계적인 영웅이 되고 싶은 야망을 갖습니다. 우크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오랫동안 존재했던 부정부패를 이겨내지는 못했습니다. 전쟁기간동안 국방부 장관을 전격 경질해 버립니다. 군대내 비리와 부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는 수세에 몰립니다. 미국에서 정당간의 알력으로 지원금이 의회에서 막혀 버립니다. 유럽연합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젤렌스키는 애가 탑니다. 하지만 그는 무리수를 두고 맙니다. 우크라이나 대선을 앞두고 자신보다 더 지지율이 높은 총사령관을 직위해제 시킨 것입니다. 실질적인 군대 최고 지휘관을 제거한 것입니다. 일종의 정적 제거처럼 보입니다. 그동안 잘 버틴다고 격려하던 유럽연합이 젤렌스키를 다시 보게 됩니다. 영웅주의가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젤렌스키는 내우외환에 놓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면초가입니다. 그 화려했던 드라마 <국민의 종>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었던 그 드라마가 다시 현실이 되길 기원하는 모습입니다. 너무 영웅주의를 내세우려 했던 것이 최대의 패착이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은 일종의 과대망상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젊어서 소련의 KGB 즉 비밀 정보국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해서 정보통입니다. 그리고 옛 소련의 영화를 충분히 맛본 인물입니다. 1952년생인 푸틴은 세계를 양분하던 미소의 위력을 강하게 뇌리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화려하고 강력했던 소련을 희구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39살의 야망에 찬 푸틴은 자국의 붕괴를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리고 소련 붕괴 9년후에 그는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48살입니다. 그당시 유도복을 입고 건장한 상대와 대련을 하고 얼음물속에 맨몸으로 잠수하는 등 강철같은 체력을 과시했습니다. 그의 모습속에 옛 소련을 갈망하는 푸틴의 야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2000년 이후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4년 동안입니다. 그는 그런 세월속에 과대망상의 사고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의 과대망상은 외국 정상들을 개무시하는 데서도 잘 나타납니다. 약속시간을 한시간 이상 어기는 것을 예사로 합니다. 내가 누군데 나를 만나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지 하는 태도입니다. 안하무인적인 성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푸틴은 무려 90%에 가까운 지지로 이번에 대통령에 또 당선되었습니다. 과대망상증이 심화될 만합니다. 유럽연합과 나토국들은 푸틴의 압도적인 승리와 그의 과대망상적인 태도에 긴장도가 높아만 갑니다.
2년넘게 계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대망상적인 지도자와 영웅주의적 지도자의 성격차이로 인한 전쟁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과대망상적 사고와 영웅주의적 사고는 대화의 소지가 없습니다. 그냥 부딪혀 어느 한쪽이 없어질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없어져야 전쟁은 멈출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도 극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올해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전쟁속에 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사라져 갈 지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트럼프와 푸틴의 단판 협상으로 극적인 휴전이 이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우크라이나는 지금 아주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하겠습니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절대적인 지지로 선택한 젤렌스키. 우크라 국민들이 절대 다수가 희구하는 반 러시아 정서. 그래서 택한 젤렌스키인데 그로 인한 결정의 여파로 우크라이나인들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편하고 미래가 없는 그런 민족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렇게 희구하고 열망했던 그 인물로 우크라인들이 앞으로 당해야 할 그 무게는 너무도 힘들고 거센 파도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우크라이나 인들이 선택한 그 인물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 지 모르지만 그가 행하는 고집과 영웅주의 성격때문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기나긴 암흑의 터널속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3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