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이 각 주택업체간 아파트 분양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계약률=자존심' 이란 점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1가구라도 더 계약하려는 분양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현재 제천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주택업체만 현대·현진·삼호·한국토지신탁·한솔 등 10여개 업체에 달한다. 이들 업체가 내년까지 쏟아낼 아파트 물량이 대략 32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제천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총 공급량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제천에 아파트 분양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지난 5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중단돼 기존주택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 가려는 대체수요가 많고 ▶바이오벨리 조성, 개발촉진지구 지정 등으로 유입인구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는 만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마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분양업체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수요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아파트 분양경쟁이 치열한 제천 아파트시장을 분석해봤다.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넉넉한 편 = 일반적으로 지방 아파트는 철저하게 실수요 위주로 움직인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력한 개발재료가 없는 한 인접지역 원정수요나 서울·수도권의 투자수요는 기대하기 힘들다.
때문에 지방 아파트의 분양성패는 전적으로 해당지역의 인구증가, 가구분할, 지역의 구매력 및 시장의 구조적 특징 등에 따라 좌우된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제천시청 통계에 따르면 제천지역 아파트 총 가구수는 1만9481가구. 이 중에서 30평형 이하 아파트가 전체의 98%로 전형적인 소형 아파트 중심의 시장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대형은 40평형대 86가구, 50평형대 101가구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이마저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대략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이 처럼 한동안 신규 아파트공급이 중단되면서 기존주택 대체 수요(낡은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대거 발생해 강력한 구매층을 형성하고 있다.
뿐 아니라 고가주택에 대해 구매력을 갖춘 지역 상류층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현지에서는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는 수요층을 대략 3000여명(20인 이상 사업장 대표 262명, 의사 172명, 약사 48명, 공무원 1004명, 교원 1803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제천지역 전체 인구의 2.4%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국 20개 도농복합도시 중에서 상위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구매력은 5월 제천 하소동의 한국토지신탁 '그린코아루' 아파트 분양에서 입증됐다. 지방에서는 드물게 전 가구가 대형 평형(43~59평형)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분양에서 '청약률 4.5:1, 계약률 90%' 를 기록하며 지역 분양시장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초기 계약률이 높지 않은 지방 분양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박에 가까운 분양률이라는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토지신탁이 분양마케팅에서 지역의 고급 수요를 적극 공략해 이처럼 분양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 반면 제천지역 중소형 아파트 수요는 공급에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천지역에서 내년까지 분양될 아파트 물량은 총 3200가구. 여기에 2010년 완공예정인 강저지구 주공아파트 2450가구를 합하면 향후 5년 안에 제천지역에서만 대략 5700여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수요는 한정돼 있는 편이다. 제천의 경우 기존주택 대체수요에 해당하는 10년차 이상 20~30평형대 아파트는 4399가구(전체의 69%) 정도로 파악된다. 현지 분양업체들은 이들을 신규분양 아파트의 강력한 수요층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가구분할에 따른 수요까지 합하면 향후 5년 동안 제천지역에 최대 4500여 가구 정도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단순 계산으로 대략 1200여 가구의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정된 지역수요 안에서 각 주택업체간 분양경쟁이 치열해면서 브랜드와 가격, 입지가 현지 수요자들의 1차적인 아파트 선택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 시행사인 엔-메트릭스가 제천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입지여건(63%)을 1차적인 아파트 선택기준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가격이 43%, 주택품질등 브랜드가 33% 등을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자 분양업체간의 경쟁도 '톱 브랜드-신규 브랜드' '구도심지-신개발지' '중소형-중대형' 이라는 대결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신규 브랜드인 현진 에버빌과 삼호 e-편안세상이 지역 수요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으나 최근 톱 브랜드인 현대 홈타운이 가세하면서 분양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특히 브랜드에 민감한 지역 수요자들을 겨냥해 신흥주거지인 하소동에서 중대형 고급 아파트 362가구를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아파트를 분양하는 지역에 따라 수요자들의 성향과 특성이 모두 다르다' 며 '신평면과 시설 고급화를 내세운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게 지방 아파트 수요의 일반적인 특징'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