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가 놀랍다. 2004년부터 30%가량의 성장세가 꾸준히 지속된 중국의 극장 흥행 수입은 2013년 200
억위안(한화 약 3조5천억원)을 돌파했다. 극장 관객 수는 6억1천만 명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했고, 자국영화 점유율 역시 54.3%로 2012년의 48.7%보다 높아졌다. 중국은 201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이 됐다. 그리고 한국은 오래전부터 한·중 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최근 그 토대가 마련됐다. 향후 1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 그들의 자신만만함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중국 영화산업 결산을 참고해 살펴봤다.
2001년 WTO 가입후 개방·완화 정책 유지 영화 제작사 1천여개 중국영화그룹·화샤 독점적 영화 배급권 韓中 영화 공동제작 지난 3일 협정 체결 우리영화 진출 발판
#1. 중국에 한국영화 진출 토대 마련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한·중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2011년부터 영화공동제작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양국은 이번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을 계기로 협정 체결을 완료한 것이다. 협정은 공동제작영화로의 승인 절차, 조건, 기술협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합작영화가 공동제작영화로 승인받는 경우 중국 내에서 자국영화로 인정된다.
중국은 분장제 영화(영화배급을 위탁하여 흥행수익을 제작, 배급, 상영 주체가 나누어 갖는 방식) 연 34편, 매단제 영화(흥행 수익을 비롯한 일체의 배급권을 파는 방식) 연 30편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지금까지 한·중 공동제작은 개별 인력 진출과 후반작업 업체의 사업 수주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 과정에서 안병기, 허진호 감독 등 많은 전문 인력이 중국 시장에 진입했고 소기의 성과도 이뤄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개별적인 인력 진출은 네트워크의 성과가 축적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체결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영화계는 환영한다. 이를 통해 양국의 문화콘텐츠산업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아시아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급성장하는 중국 영화산업
중국 영화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3년 중국은 모두 638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2012년의 745편에 비하면 107편이 줄었지만 상영 편수는 273편으로 전년의 231편에 비해 소폭 늘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영화관은 903개(5천77개 스크린)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이로써 중국의 전국 극장 수는 3천200개, 스크린 수는 올해 안에 2만개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2013년 중국 영화산업은 제작 편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극장 흥행 수입과 관객 수에서 여전히 놀라울 만큼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성과를 낳았다.
중국 내 영화제작사는 1천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안정적인 제작 능력을 보유한 영화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 국영 중국영화그룹과 민영 회사인 화이브라더스, 광센미디어 등이 선두 그룹에 속하고, 그 뒤를 완다, 인두, 환야, 에드코 등이 2선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 공동제작 영화가 중국 극장에서 거둬들인 수입은 2009년 23억위안에서 2013년 71억위안(한화 1조1천752억원)으로 5년간 3배 넘게 성장하였다.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한 공동제작 영화 편수는 총 30편으로, 그중 중홍 합작이 20편을 차지해 거의 대부분을 이뤘다. 한·중 합작은 ‘미스터 고’ ‘이별계약’ 두 편이다.
#3. 배급·상영, 전통과 도전 사이에서
영화 배급 분야는 국영 기업의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다. 중국영화그룹은 ‘아이언맨 3’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퍼시픽림’ 등을 배급해 32.5% 점유율로 배급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화샤가 따르고 있다. 사실상 중국영화그룹과 화샤가 분장제 영화의 배급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대형 배급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국 영화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영화산업 내에 홍보 마케팅에 대한 개념은 2007년 무렵 처음 등장했다. 2011년부터 홍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설립되었고, 이는 뉴미디어의 급격한 발전과 맥을 같이 했다. 특히 뉴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했던 저예산영화 ‘실연33일’(2011)의 흥행은 SNS를 통한 입소문 전략과 스마트폰,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이 대중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영화의 수익 구조에서 극장 흥행은 거의 절대적이다. 해외 매출의 경우 2013년 14억1천만 위안으로 전년의 10억6천만 위안에 비해 33%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 또한 부가시장의 경우, VOD시장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데다 온·오프라인에 걸친 해적판의 영향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TV와 인터넷이다. 특히 극장 개봉이 매우 힘든 중국에서 인터넷은 영화의 중요한 유통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인터넷 상영이 극장과 동시에 이뤄지거나 홀드백 기간이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4. 정책 개방, 그리고 완화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 영화정책의 방향은 ‘개방과 완화’에 맞춰졌다. 하지만 그 진행 속도는 아직 더디고 일관성이 부재한 게 사실이다. 대외 관련 정책은 2012년 체결된 중·미 간의 양해각서에 따라 분장제 수입영화 편수를 20편에서 34편으로 늘리고, 미국 측에서 가져가는 수익을 기존 18%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며 꽤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늘어나는 14편을 3D나 아이맥스 영화로 한정지음으로써 사실상 개방의 의미보다는 중국 내부의 수요에 따른 조치라고 보는 편이 보다 정확하다.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고 중국 관객들은 유독 3D나 아이맥스 영화를 선호하는 데 반해, 그 수요에 부응할 만한 영화를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해 할리우드 영화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 김민희 정책연구원은 “영화 제작비 규모와 흥행 수입의 양극화는 물론, 원선(중국 개별 극장이 가입한 배급망)과 극장의 양극화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른 합종연횡도 한창”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을 일궈 온 중국이 미국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1인자가 되는 길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