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5-23, 육묘 준비 끝
“성훈 씨, 이제 두 줄 남았어요. 오늘 마칠 수 있겠어요?”
“네에. 네에.”
전성훈 씨가 남은 두 줄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어디를 말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언제나 이렇게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스쳐 지나는 대답이나 때로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마저 지금 우리가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험으로 알 수 있고, 경험으로 알게 된다.
육묘장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데부터 시작해서 출근하면 하루에 한두 줄,
많으면 세 줄까지 바닥에 자란 풀을 뽑았다.
이제 두 줄 남았는데, 입구에서부터 강신열 사장님이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전성훈 씨가 육묘장 정리를 끝내고 새 일이 시작되기 바랐는데, 그동안 속도로는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안쪽까지 오려면 사장님도 시간이 걸릴 테니 오늘 마치면 될 것 같았다.
전성훈 씨가 풀을 뽑는다.
이제 자라기 시작한 작은 풀도 있지만,
사람 키만큼 높이 자란 것도 있어 웬만큼 큰 통이 아니면 얼마 못 가 뽑은 풀로 가득 찬다.
바닥에 설치된 레일 위에 바퀴 달린 카트를 올리고, 그 위에 풀 담을 통을 싣는다.
가는 데로 조금씩 밀어 가며 움직인다.
전성훈 씨는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나도 많은 경우에 최대한 떨어지려 애쓰지만,
고개 들어 보면 의식하지 못한 사이 전성훈 씨는 벌써 저만치 멀리 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보다는 힘들대도 계속 움직이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잘 맞는 일은 오늘 같은 일이다.
여러 번 해 보아서 어떤 작업인지 알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알고, 몸을 움직여 일할 수 있는 일.
반대로 처음 해서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일, ‘시간 되는 데까지’ 하면 되는 오늘 끝낼 수 없는 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집중하는 일은 영 흥미가 없어 보인다.
“성훈 씨, 여기 둘러봐요. 깨끗하죠? 성훈 씨가 이거 다 뽑은 거예요. 고생했어요, 진짜.”
“네에. 마트 주세요.”
“그래요. 고생했는데, 가는 길에 마트 들렀다 가세요.”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다시 보이며 웃는다.
오늘로 육묘 준비가 끝났다.
‘육묘 준비’ 준비가 끝난 걸까?
무엇이 됐든 퇴근길 전성훈 씨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2025년 6월 11일 수요일, 정진호
딸기탐탐은 육묘를 하는군요. 육묘를 하면 일 년 내내 농사지어야 해서 피하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성훈 씨 손길로 다음 농사를 준비하니 감사합니다. 성훈 씨가 잘하는 일, 흥미로워하는 일, 이런 걸 살피고 확인하는 기쁨과 보람이 크겠습니다. 재미있겠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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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젠가 밭농사는 풀을 잘 뽑아야 그해 작물들이 잘 자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성훈 씨가 풀을 다 뽑고 육묘 준비를 끝냈네요. 큰 일 하셨어요. 풀은 또 나고 뽑아도 또 나겠지만 때마다 뽑아야 하는 큰 일이라고 했거든요. 레일 위에 통을 밀어가며 열심히 일하는 성훈 씨를 보며 퇴근할 때 땀으로 젖어 있는 성훈 씨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자기가 맡은 일, 해야하는 일을 잘 감당하시니 땀 흘려 일하는거겠지요. 더운 날 일하는 성훈 씨도 동행하는 정진호 선생님도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