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께서 ‘사람이 누구인들 산에 들어가 수도하고자 아니하리오 만은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애욕에 얽힌 때문이니라.’고 하셨듯이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원한 자유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저도 대학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그때마다 영원한 자유를 갈구하여 왔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영원한 자유를 찾고자 출가를 꼭 한번 하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막힐 때에는 부처님에게 기도를 하면서 큰 은혜를 입었고 그 힘으로 막힌 길을 타개하여 왔기에 한편으로는 출가는 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문제로도 남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다가 문득 죽음의 때가 온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하는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늘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특히 50살이 넘어가자 더욱 그런 고민이 커져 갔는데 그런데 이번에 다행이 1년간 사무실을 비울 수 있게 되었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할 기회라 생각하여 단기출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기간은 짧을지언정 출가의 흉내라고 내어 보자는 생각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단기출가학교의 일정은 게을러져 있었던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절제하고 나태했던 버릇들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들이었습니다. 특히 요가시간에는 자세가 되지 않아 내가 몸을 얼마나 돌보지 않았든가 반성을 하게 되었고, 참회의 절을 하게 되는 대부분의 잘못이 동료 도반들에 대한 배려 부족과 청규 위반 이었기에 참회의 절을 할 때마다 이기적인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발우 공양시간에 ‘이 공양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는 공양게송을 외울 때마다 과음과 과식을 일상사처럼 하여 왔던 과거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스님들의 강의를 통해 저에게 다가온 것은 ‘원각도량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현재 이곳이다’, ‘수행의 본질은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는 것이다’, ‘참다운 지혜는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것이며’, ‘깨달음을 통해 처해 있는 환경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해 있는 환경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이라는 너무나도 명료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통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효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산중 숲에 돌아가 마음을 닦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힘을 따라서 선행을 버리지 않는’ 것이 발심 수행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기출가학교를 졸업하면서 사회에 돌아가는 것은 또 다른 수행의 시작이며, 출가수행은 이제 부터라는 생각을 하고 내려 왔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깨달음을 얼마나 굳게 유지할 수 있을 지가 두렵지만 수행을 통해 유지하여 나가는 것이 팔정도 중 가장 중요한 정도인 正定임을 다시 새기고 있습니다.
월정사에서 좋은 가르침을 주신 스님들과 같은 길을 가고자 서원을 하면서 보낸 한 달을 통해 맺은 도반을 비롯한 많은 인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