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 / 정한용
두 점 사이에 우린 있습니다
내가 엎드린 섬 하나와
당신이 지은 섬 하나
구불구불 먼 길 돌아 아득히 이어집니다
세상 밖 저쪽에서 당신은
안개 내음 봄 빛깔로 써보냅니다
잘 지냈어... 보고픈... 나만의...
그건 시작이 아니라 끝, 끝이며 또한 처음
맑은 흔적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혹시 압니까
온 세상 왕창 뒤집혀 마른 잎 다시 솟고
사람들 이마에 꽃잎 날릴 때
그 너울 사이사이
흰 빛 내릴 때
그쪽 섬에 내 편지 한 구절 깊숙이 스미고
이쪽 섬에 당신 편지 한 구절 높이 새겨져
혹시 압니까
눈물겨운 가락이 될지 섭리가 될지
아프게 그리운
한 흙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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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원했든 원치 않았던지,를 막론하고 섬이 될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당신과 나 사이에서,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오롯하게 섬으로 솟을 때가 있다.
그건 시인의 말대로
/시작이 아니라 끝, 끝이며 또한 처음/ 맑은 흔적을 확인하는 일/
일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아무튼 말이다.
/아프게 그리운/한 흙이 될지./ 라는 마지막 구절이 봄처럼, 새싹처럼,
그 편지처럼, 솟는다.
문득 이 봄, 지금의 이 시작이 당신의 섬에 닿아,
이 편지 한 구절 깊숙이 스미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첫댓글 정한용 시인 : (1958 ~ ) 충청북도 충주 출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와 1985년 시운동(시)으로 작품활동 시작. 인터넷 문학동인회 빈터 대표. 현재 용인 보정고 영어교사. 시집 <나나 이야기> <흰 꽃> 외, 평론집 <울림과 들림> 외.
꽃이 심어준 단어들... 내 가슴 속에서 아프게 자라고 있는 이 그리움...
고운 시 올려주심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