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수가 주로 골프치면서 즐겁게 살고있는 말레이시아 이포는 우리나라 전주에 비유할 수 있는 도시다.
말레이시아 제4의 도시인 이포는 페락(Perak) 주의 주도로 1990년대 이전에는 세계 최대의 주석 생산지로 유명했다. 골프장 곳곳에서 주석 생산에 사용된 많은 도구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옛 유물을 보는 듯했다. 주석 광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에 중국인 노동자가 대거 이포 지역에 정착해 지금도 이포 시내에는 많은 중국식당이 늘어서 있다.
어느 곳을 지나도 중국인과 쉽게 만날 수 있어 ‘말레이시아의 작은 중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중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광동지방 출신들이 대거 정착해 살고 있어 광동식 요리가 발달해 있다.
말레이시아는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경제개발 계획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이포에서는 광산업이 서서히 퇴보했고,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고무 생산 지대가 번창했고, 최근에는 고급 골프리조트와 국제학교 등이 설립되면서 인근 페낭 지역부터 콸라룸푸르 그리고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뛰어난 음식문화 때문이다. 중국인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하기 시작한 음식문화는 말레이시아에서 웬만큼 소문난 식당에는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중국요리는 이포의 대표 요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풍부한 해산물로 만든 다양한 시푸드 요리는 그중에서도 일품이다. 얼굴만큼 큰 왕새우(국내산 대하의 2~3배 크기)의 볶음과 찜 요리, 태국식 수끼와 비슷한 전골, 로브스터를 고아 만든 죽요리 등은 이포의 명물로 손꼽힌다. 생선 살에 국수를 넣어 끓이는 전골요리는 얼큰한 국물이 입맛을 돋워 준다.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맛도 맛이지만 푸짐함은 우리의 한정식에 비유될 만하다. 한정식은 상다리가 휠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반찬이 올라온다면, 말레이시아 음식문화는 먹고도 남을 만큼의 많은 양을 제공한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있지만 배가 불러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얼굴만큼 큰 왕새우 요리는 ‘일품’ 이라 할 만하다.
종수가 이포에서 부부끼리 즐기고 있는 골프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가족과 함께 보내는 색다른 골프문화가 특징이다.
말레이시아 역시 국내처럼 골프 붐이 일고 있다. 일반 골퍼는 물론 프로골퍼를 지망하는 주니어 선수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프로골퍼들이 이곳에 정착하는 현상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 골프장 측의 설명이다. 콸라룸푸르 시내에는 한국 출신의 프로 골퍼들이 운영하는 실내 골프연습장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골퍼는 국내 골퍼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족을 버리고 나 홀로 골프를 떠나는 국내 골퍼들의 모습과 달리 말레이시아의 골퍼들은 가족과 함께 골프를 즐긴다.
휴양객들을 위한 다양한 레저시설은 편의 수준을 넘고 있다. 야외 풀장을 비롯해 낚시터, 테니스 코트, 헬스클럽, 노래방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골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