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램지의 세번째 브랜드 스트리트 버거
디에디트 2023. 3. 28
안녕, 에디터B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가 초대장을 보냈다. 한국에서 브랜드를 처음 선보이니 방문해서 맛을 한 번 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결혼식엔 안 가도 식당 초대라면 반드시 가는 사람이다. 바쁜 와중에도 먹으러 다녀왔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이하 스트리트 버거)는 14만 원짜리 수제버거를 파는 고든램지 버거, 무한리필 피자를 판매하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에 이어 한국에 선보이는 세 번째 브랜드다. 스트리트 버거는 영국에만 이미 10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영국 외에 매장을 오픈한 건 한국이 첫 번째라고 한다. 그가 이토록 한국을 사랑하는 줄 몰랐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게스트로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매장은 삼성역에서 5분 거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에 있다. 길 찾기 힘든 걸로 악명 높은 코엑스를 통해서 가면 된다.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방황 한 번하지 않았고, 가장 긴 방황은 코엑스에서 했다. 나는 어디인가, 도대체 메가박스는 어디로 가야 나오는가. 함부로 확신을 해선 안된다는 걸 코엑스를 통해 배웠다. 아무튼 고군분투하다가 매장을 찾고 입장했다.
내부는 깔끔하다. 스트리트 버거라고 하지만 ‘스트리트’ 무드는 느껴지지 않는다, 싶었는데 천장에 그래피티 스타일로 꾸며 놓아서 멋있었다. 백화점 지하에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이기엔 한계가 있었을 거다. 이 정도면 잘 꾸몄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스트리트 버거’라는 이름에 걸맞게 런던베이글뮤지엄처럼 런던 그 자체의 느낌이 나도 좋겠다 싶었다.
행사에 초대받은 미디어가 많았다. 자리가 빼곡했다. “에디터님, 자리가 부족한데 합석 괜찮으실까요?” 담당자는 멀리 한쪽 테이블을 가르켰다. 일면식이 없는 기자와 인사도 없이 테이블을 나눠썼다. 플리스를 입은 나와 달리 말끔한 정장을 입고 노트북으로 열일하는 기자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친한 사이인지 근황 토크를 하며 버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부 공간을 찍으며 버거를 기다렸다. 주요 관계자의 축사와 브랜드 소개, 케이크 절단식 이후에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메뉴는 사이드 2개, 버거 1개, 음료 1개가 제공되었다. 가장 먼저 나온 건 스트리트 콘 볼과 치킨 윙. 스트리트 버거에서는 세 종류의 윙을 판매하는데 모두 매운 맛이다. 약간 매운 맛이 스위트칠리 김치, 살짝 더 매운 것이 스트리트 핫소스, 가장 매운 게 하터댄헬(Hotter than hell)이다. 스트리트 피자에서 하터댄헬 윙을 맛본 적이 있는데 너무 매워서 즐기기 힘들 정도였다. 이번에 나온 건 다행히 스위트칠리 김치.
김치 국물을 소스에 활용한 스페셜 메뉴인데 김치맛이 존재감 있게 느껴지는 쪽은 아니지고 달짝지근한 매운맛이 아주 매력적이다. 가격은 다섯 조각에 1만 2,000원. 이 메뉴는 꼭 먹어보면 좋겠다. 튀김이 얇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밀도 높은 바삭함이 있다. 나중에 고든램지 치킨 같은 브랜드에서 이 양념을 이용해 한국식 치킨으로 팔면 자주 먹고 싶은 맛이다.
스트리트 콘 볼은 옥수수를 뭉쳐서 튀긴 음식이다. 옥수수를 튀겼는데 맛없으면 문제 있다. 예상한대로 맛있고, 가격도 6,500원이라 적당하다. 수제버거로 탄수화물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싶을 수 있으니 스트리트 콘 볼도 함께 시키도록 하자.
단점이 있다면 볼이 잘 부서진다는 것. 포크로 찍었더니 반으로 갈라지고, 반으로 갈린 것을 또 찍으니 또 반으로 갈라졌다. 사이드는 모르는 사람과 쉐어 했는데, 김밥을 터트린 것처럼 그릇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놔서 민망했다. 옥수수전이랑 비슷한 맛인데, 할리피뇨가 들어가서 그런지 살짝 김치전 같은 뉘앙스도 있다. 같이 제공되는 라임을 짜서 먹으면 옥수수전 느낌은 사라지고 이국적인 느낌으로 확 바뀐다.
자 이제 메인 메뉴다. 스트리트 버거에서는 총 8개의 버거를 판매한다. 더 런던, #BAE, 포크커틀릿, J.F.C, 트러플, 넥스트 레벨, O.G.R, 낫소심플. 메뉴 이름이 특이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더 런던과 J.F.C 두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다. 내가 주문한 건 더 런던. 메뉴판 가장 위에 있어서 가장 자신 있는 버거일 거라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쉬웠다. 사용된 재료는 소고기 패티, 화이트체다 치즈, 토마토, 상추 등 야채, 할리피뇨&파드론 살사. 야채는 신선하고 소고기 패티나 번도 상태가 좋다. 다만 할라피뇨가 들어간 게 매혹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다른 맛을 다 잡아먹을 정도의 강하게 매운 할리피뇨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소고기 패티의 맛을 가린다는 느낌이었다.
할라피뇨를 좋아한다면 좋아할 거다. 하지만 대표 메뉴라고 해도 될까 싶긴 하다. 내가 서브웨이에서 주문할 때도 할라피뇨를 빼달라고 하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더 안 좋아할 수 있다는 건 감안해주면 좋겠다.
다시 선택한다면 J.F.C를 선택할 것 같다. J.F.C는 칠리버터밀크 치킨, 화이트체다 치즈, 해시브라운, J.F.C 소스가 들어갔다. 구성만 봐도 군침이 돌지 않나? 행사에서 메뉴 세 가지 정도는 맛볼 수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다. 앞에 앉은 기자에게 메뉴 하나씩 시켜보자고 딜이라도 할 걸 그랬다.
서울에는 이미 맛있는 수제 버거가 넘친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만 원을 넘어가야 맛있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 런던 버거의 맛은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스트리트 버거가 추구하는 바는 다른 수제버거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달라서 호기심은 생긴다. 맛있지만 평범한 버거와 달리 스트리트 버거에는 셰프가 선보일 수 있는 창의성이 있다.
그게 스트리트 버거의 장점이다(와인, 칵테일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도 좋은 점).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메뉴 하나밖에 먹어보지 못하고 브랜드에 대한 리뷰를 할 수는 없어서 글을 이렇게 맺는다. 전체 트랙을 듣고 앨범을 평가해야 하듯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자세한 리뷰를 하는 게 옳으니까.
삼성역 부근에는 수제 버거를 파는 곳이 많다. 파이어벨, 쉐이크쉑, 브루클린버거조인트, 에그슬럿. 그중 스트리트버거가 가장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셰프가 만든 요리 같은 버거를 먹고 싶다면 스트리트 버거에 방문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