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인사이드아웃>의 세계관과 줄거리.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의인화된 5가지의 감정이 살고 있습니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이렇게 말이죠. 이렇게 5가지 감정들 중에서 하나가 감정 리더가 되어 나머지 감정들을 지휘하고 기억을 관리해 주는 시스템인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라일리의 감정리더는 기쁨이이고, 라일리 엄마의 감정리더는 슬픔이, 라일리 아빠의 감정리더는 버럭이 입니다. 이 5가지 감정들은 (육체의) 주인이 매일 눈을 떠서 잠들기까지 주인이 경험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감정과 행동들을 결정해 줍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성되는 ‘기억’과 ‘감정’을 구슬에 저장하고 보관소로 보내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아주 가끔, 핵심 기억 구슬이 생산될 때가 있는데, 이 핵심 기억 구슬은 기억보관소로 보내지지 않고 따로, 관리 센터인 감정 조정실에서 보관됩니다. 이 핵심 기억들은 센터와 기억 보관소를 연결하는 ‘성격의 섬’을 만들어 내고, 그 사람의 고유한 성격과 개성, 가치관 등을 형성하고 정립하게 됩니다.
어느 날 라일리 가족은 이사를 하게 됩니다. 라일리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데요. 차오르는 감정들을 다독이기 위해 기뻤던 순간들을 회상하던 도중 슬픔이가 라일리의 기억 구슬을 건드려 슬픈 기억으로 만들게 됩니다. 그런 슬픔이를 막기 위해 기쁨이가 온몸을 다해 막아보지만, 핵심기억 구슬들이 기억 보관소로 빨려 들어가려는 것까지 막으려 하다 보니 힘이 부족했던 기쁨이는 슬픔이와 함께 기억 보관소로 빨려 들어가고 맙니다. 기쁨이가 없는 라일리는 온종일 예민하고 불안한 외줄을 타고 있는 듯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엄마 지갑에 손을 대고 가출을 강행하는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말이죠. 기억 보관소로 떨어진 기쁨이와 슬픔이는 다시 센터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하고, 감정이 메말라 버린 라일리는 집 밖을 떠도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기쁨이는 모험을 통해 슬픔이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란 걸 깨닫고, 라일리는 메말랐던 감정들이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인해서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2. 데이비드 흄의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라일리는 기쁨이와 슬픔이가 기억 보관소를 헤매고 있을 때, 나머지 감정들로 인해 감정이 아예 말메라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라일리는 행복을 되찾기 위해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려고 가출을 마음먹게 되는데요. 돈이 없던 라일리는 엄마의 지갑에서 카드를 뽑아 들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도덕적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오직 감정만이 인지하고 행동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명한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다.’라고요. 이성은 감정이 결정한 선택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이론으로만 사용될 뿐, 감정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흄의 말의 따르면, 라일리가 가출을 강행하기 전 엄마의 지갑에서 카드를 가져가는 장면은 라일리의 감정이 분노로, 나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라일리가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기쁨이와 슬픔이가 돌아오게 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이는 도덕적 선택을 하기 최적화된 감정이 돌아왔기 때문에 도덕적인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주의자인 흄은 이성이 아닌 욕구나 감정이 동기 부여를 하거나 선택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흄의 입장을 이 영화 속에서 찾아보았습니다.
3.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난 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슬픔이가 마냥 얄미웠습니다. 자꾸 행복했던 기억 구슬들을 만지며 슬픈 기억으로 만들어 버리고, 주변을 힘들게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다시 보니, 슬픔이가 전과는 다르게 새로워 보였습니다. 슬픔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쁨과 대비되는 슬픔이 있어야 어떤 게 행복인지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행복했었던 기억과 추억을 이제 와서 돌아보면, 되돌아갈 수 없단 마음과 후회라는 감정으로 인해 슬픈 감정이 섞여서 마냥 행복한 기억으로 회상되지만은 않는 것처럼, 슬픔은 우리 삶에서 마냥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라일리의 감정제어판이 복합적이고 다양한 감정들로 늘어나게 되는데요. 흄이 말했듯 감정으로 인해, 감정만이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감정은, 기쁨과 슬픔, 그 외의 감정들이 얽히고설켜서 나오는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슬픔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었던 분들은 제 글을 읽고 조금은 긍정적으로 기울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1848477&qvt=0&query=%EC%98%81%ED%99%94%20%EC%9D%B8%EC%82%AC
첫댓글 최근 인지주의가 주목받으면서 도덕 감정에 대한 연구가 긍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확대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네요. 서양 전통에서 감정은 이성에 의해 절제되어야 하는 대상이었는데, 오늘날은 도덕 감정이 오히려 인간의 이성을 추동하는 근원으로 이야기 되고 있답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점에 대한 논의를 잘 전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