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도 지구 살리기에 일조해야 한다 (앨런 비티 FT논설위원)
O 지난 1999년 반세계화 시위로 WTO 각료회의가 무산된 이래로 환경보호론자들과 자유무역주의자들 간의 적대 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온난화 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리려는 인류의 노력에 방해가 되고 있음.
- 일례로, 이러한 양 진영간 대립으로 인해, 최근 열린 제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7)회의에서는 무역 측면이 거의 다뤄지지 않았음. 그동안 무역분야 내 환경보호 조치들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재생에너지에서부터 전기차 등 그간 일궈온 친환경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감안하면 탄소배출감축 노력에 있어 무역개방과 기술 이전의 요소가 한층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
- 최근 몇 년간 무역 분야에서 환경 문제 대응은 전통적인 특혜무역협정(PTA) 등에 부수적인 조항들을 추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 과정에서 환경 조항을 둘러싼 분쟁으로 인해 무역협정이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음. 또한, 얼마 전에는 탄소배출집약 산업의 ‘탄소누출’을 막기 위한 메커니즘으로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EU에 의해 제안되기도 했음.
- 이러한 노력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일각의 주장대로 친환경 조항은 국내산업 보호라는 보호무역주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조항 도입 이후 PTA 지위 국가들의 대EU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음.
- 또한, 무역협정 내 환경 조항을 통해 국가 간 환경기준을 일원화한다고 해서 저탄소 미래를 실현시킬 기술이 자동으로 개발되고 보급되는 것은 아님. 사실 신규 산업 섹터가 성장하면, 독점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생산자들 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새로운 무역 전쟁이 촉발될 수밖에 없음.
- 미국 등 경제 대국들 내 태양광 패널 보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도 10년 전 동 신사업을 둘러싸고 미국 및 유럽 생산자들과 중국 간에 불거진 일련의 무역분쟁 때문이며, 전기자전거나 풍력발전 설비도 비슷한 무역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임.
- 태양광 무역 전쟁 촉발 이후 중진국이나 선진국들로서는 중국 의존 공급망에서 탈피해 공급망 다각화를 도모하는 것이 합당하나, 공급망 탄력성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보호무역주의로 전락할 위험이 있음. 따라서, 대중국 의존도 감축이 온쇼어링과 동일시되어서는 안될 것임. 물론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친환경 기술에 투자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만, 미국의 전기차세액공제안과 같이 국내 친환경 기술 투자를 국내비중 요건과 연계하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음.
- 또한, 각국 정부들이 공급과잉을 야기하는 성숙산업이 아니라, 최첨단 제품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데 나설 수는 있으나, 이 역시 효율성이 아닌 국내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경쟁으로 치닫게 되면 가장 효율적인 신기술을 창출하고 보급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음.
- 그간 기술 및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무역 측면은 크게 간과되어 왔음.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문제도 2014년에야 WTO에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그 마저도 자전거를 친환경 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EU가 반발하면서 논의가 중단되었음.
- 게다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항공 및 해운을 통한 글로벌 물류 운송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무역이 환경을 저해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키우는 데 일조했음. 사실, 국제 화물 운송을 통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는 교역 제품 자체의 탄소배출량의 평균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세계화와 개방 무역은 전적으로 나쁘거나 좋다고 할 수 없으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임. 무역은 비록 지구를 살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나, 그 노력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함.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