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나는 꿀벌이 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부지런히 꿀을 따는 꿀벌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야릇한 호기심이 갑자기 발동한 것일까. 신기한 꿀벌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했으면 싶다. 온 시간을 꿀 따는 일에만 정성을 쏟는 고집쟁이 꿀벌이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봉사와 희생으로 여왕벌과 수벌을 섬기고 규율을 따르며 조직에 충성을 바치는 꿀벌이 어쩐지 존경스럽다. 언제나 근면과 절약으로 값진 꿀을 남기고 자기의 일생을 마감한다.
꿀과 프로폴리스는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참으로 놀랍고 신비한 꿀벌이다. 아마 꿀벌을 따라가면 천국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유의 날개를 단 꿀벌의 뒤를 쫓으면 언제나 아름다운 꽃밭을 노닐게 되지 않을까. 더불어 몸도 마음도 향긋한 향기로 피어나는 꽃밭을 꿈꾸어 본다. 파아란 하늘로 날아올라 펼쳐지는 대자연의 아름다움도 마음껏 누려보고 싶다. 나비와 함께 어울려 꿀벌들의 아름다운 찬양을 들으며 꽃밭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면 한다.
아동문학의 백미로 알려져 있는 <꿀벌 마야의 모험>이란 동화책이 생각난다. 독일믜 아동문학가 발데마르 본젤스(Waldemar Bonsels)의 작품이다. 언젠가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틀에 박힌 일상적인 삶을 거부하고 고향을 떠난 꿀벌 마야(Maja)가 낯선 세상에서 온갖 위험에 부딪히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는모험담을 엮은 것이다. 행복한 환희의 순간도 있었지만, 천적인 말벌에게 붙잡혀 곤경을 헤맨 적도 있었고, 깊은 숲속 야생화를 찾아 헤매다가 거미줄에 걸려 죽을 고비를 남긴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았다. 용감하고 탐구심 많은 꿀벌 마야의 모험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꿀벌은 지구상에 출현된 곤충 가운데 가장 정열적이고 조직적이며 협동적인 생활을 하는 떠돌이 농사꾼인 것 같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영글게 하여 추수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꿀 채집을 위해 일생동안 얼마나 험하고 먼 길을 날아다녔는지 모른다. 일평생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산 넘고 물 건너 들판과 산비탈로 꽃을 찾아 헤매었다. 밤나무 숲과 과수원을 누비고 아카시아 꽃을 찾았다.
모진 비바람에 휩쓸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기도 했었지만, 기쁨과 놀라움의 세계에 뛰어든 긴 여정이었다. 꿀은 그렇게 힘들게 채집한 값진 보물이다. 벌집 속에 정육면체 방을 만들어 그곳 깊숙이 꿀을 저장한다.
참으로 애처롭고 안타까운 일은 사람들이 꿀벌의 소중한 양식인 꿀을 몰래 벌통에서 훔쳐 먹는 것이다. 깊은 산속 험난한 절벽 틈에 숨겨놓은 석청까지도 밧줄을 타고 올라가 빼앗아 온다. 그러나 꿀벌은 사람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애써 간직한 꿀을 인간에게 나누어 주는 베풂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꿀벌은 본성이 사람들보다 착하고 순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꿀벌이 사라지면 꽃이 없는 쓸쓸한 봄이 되고, 열매가 맺지 않는 삭막한 가을이 될 것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꿀벌 따라 곧 멸종한다." 고 경고한 아인슈타인의 말이 생각난다.
꿀벌은 위치 정보만으로 꽃을 찾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향기, 색깔, 모양으로도 꽃을 구분하는 놀라운 통찰력을 지니면서, 시각 후각 촉각 청각으로 꽃을 찾아 나선다. 꽃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꿀과 꽃가루를 채취한다.
오직 꽃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열매를 가꾸는 정원사이며 알뜰한 농부다. 꽃과 나무가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꿀벌들은 바쁘게 하루하루를 비옥한 시간으로 가꾸어 나간다.
꽃 속에서 꿀을 모으는 꿀벌의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아름답다. 동그란 눈동자와 빛나는 날개짓, 뾰족한 침과 수많은 잔털, 배에 그려진 황갈색 가로띠는 참으로 멋지다. 적에게 자신이 호릭호락한 먹잇감이 아님을 알리기 위한 몸짓이기도 하리라.
오늘도 꽃가루를 옮기며 꿀을 따는 나의 사랑하는 꿀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