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 한일중 정상회의까지 재 뿌린 북한의 실태 직시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4.05.28 00:40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북, 정상회의 10시간 전 “군사용 정찰위성 쏠 것”
북핵 위협 고조에도 중국은 한·일에 자제만 요구
한·일·중 정상이 어제 3국 정상회의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데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어제 3국 정상회의에서 3국 간 협의체 운영의 제도화 등을 담은 38개 항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선 기대를 밑돌았다.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게 전부다. 회담을 앞두고 한·일 양국에선 “한반도 비핵화는 공동의 목표”라는 문구가 공동선언 초안에 포함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중국의 반대로 막판에 이 표현이 빠진 셈이다. 3국 정상이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지목한 반면, 리창 총리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이라거나 “관련 측의 자제”를 주문했다. 안보 위협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에 대한 경고는커녕 한·일의 자제를 촉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북한은 어제 회의를 10시간 앞두고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이 한·일·중 협력의 균열을 노리고 회의에 재를 뿌리기 위해 도발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한 중국 리창 총리의 그 같은 소극적 입장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해야 한다는 ‘쌍중단 원칙’을 견지한다 하더라도 어제 상황은 분명 다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발사체의 활용을 금지토록 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는 중국도 찬성했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대북제재를 허물려 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엔의 전문가 패널 활동기간 연장에 반대해 ‘대북 감시의 눈’ 기능도 사라졌다. 여기에 중국마저 북한 편들기로 일관한다면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중국은 이런 엄중한 동북아 현실을 인식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 2003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에 북한이 버티자 원유 공급을 중단하며 북한을 압박해 회담을 성사시켰던 중국이 아닌가.
한국은 지난 1월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시작했다. 또 다음 달 1일부터는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다.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역할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찾아나가야 할 기회다. 전문가패널을 대신할 조직을 만들어 국제사회가 참여토록 하고, 북한의 ‘질주’에 제동을 거는 게 의장국 한국의 역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