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순 제5주일입니다.
이제 사순절도 막바지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독서들은 지난날의 실패와 아픔을 잊어버리고 다가올 새날을 희망하라고 촉구합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바빌론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 옛날 하느님께서 이집트에서 그들을 구해 내셨듯이
이제 새로운 해방의 길을 열어 주실 것이니까 지난날의 슬픔을 잊어버리고 희망을 품으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한 번 선택하신 백성을 잊지 않으시고
이방인의 억압에서 구해 내셔서 새롭게 자유와 생명을 주시리라고 희망을 선포합니다.
지난주일 복음(돌아온 작은 아들의 비유)을 통해서 우리가 새롭게 깨달았듯이,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을 배반하고 떠난 죄인이 당신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시면서
팔을 벌리고 기다리시는 사랑의 아버지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가 잡힌 여자를 예수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예수님께 묻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당연히 돌로 쳐 죽여야 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릴 속셈이었습니다.
만일 율법대로 돌로 쳐 죽이라고 말씀하시면,
예수님은 당신이 가르쳐 왔던 용서와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 되어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용서해 주어라”라고 말씀하신다면
율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 되므로 이단자로 몰리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땅에다 뭔가를 쓰고 계셨습니다.
무얼 쓰셨을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계속 재촉하자
예수님께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하고 계속 무언가를 쓰셨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그것도 나이 많은 사람부터 그 자리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마 예수께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죄목들을 쓰시면서
그들 모두가 죄인임을 일깨워 주신 것 같습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할 때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죄를 쉽게 용서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죄를 많이 지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죄인을 보면 자신의 죄까지도 뒤집어씌워서 더 미워하고 욕을 합니다.
여러분 잠깐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이유 없이 미워했던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왜 그 사람을 미워했는지 생각을 해보십시오.
아마 대부분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그래서 감추고 싶은 나의 단점이나 결점을
그 사람 안에서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을 벌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자비로 대하시며 그가 뉘우치고 돌아오길 기다리십니다.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담긴 용서만이 진정한 회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그 여인을 사랑으로 용서하시지만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하고 엄하게 말씀하십니다.
아마 그 여인은 예수님의 사랑을 간직하고 일생을 착하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처벌은 사람의 겉만 바꾸어 놓지만,
사랑이 담긴 용서는 그 사람의 내면을 바꾸어 놓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죄인을 처벌하여 자기들 공동체에서 제외해 버려야만
공동체가 거룩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이 따뜻한 용서를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공동체를 새롭게 건설하는 당신의 제자로 만드신 것입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사랑 가득한 용서를 체험한다면
그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삶, 과거의 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는 죄 많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자신을 불러 주셔서
높은 곳에서 살게 하셨음을 믿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박해했던 과거의 아픔을 잊고 기쁘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서
우리 또한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오로는 교회를 박해하던 자신을 온전히 용서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회개했기에
과거의 모든 것을 완전히 버릴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이 죄인이었음을
그러나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은 죄인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죄스러운 생활을 완전히 버리고, 이제 새로운 삶,
내가 체험한 사랑의 용서를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이렇게 우리의 처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기 위해서
성체로 당신 몸을 온전히 내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체를 받아 모실 준비를 하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그 기도가 단순히 습관적으로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체험한 하느님 아버지의 용서를 다시 내 맘에 깊이 새기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나도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는 주님의 기도가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면 성체로 오시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힘이 되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예수님의 사랑에 힘입어 죄를 이기고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주간 동안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에 간직하고 행복하게 생활하십시오.
그리고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너그럽게 용서하십시오.
울릉도 도동 성당에서 안드레아 신부 드림
첫댓글 찬미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