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19. 금요일(스위스, 이탈리아)
호텔에서 인타라켄 서역까지 1구간 열차를 타고 내린 후,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그토록 기다렸던 3454미터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는 시간이다. 인타라켄 서역까지는 걸어서도 1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기차가 있어 기차를 타게 되었다.
서유럽 회갑여행에 동참한 것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4158미터 융프라우를 오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을 좋아하니 알프스가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융프라우요흐를 오르기 위해서는 2번이나 산악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2개의 전망대에서 5분정도 정차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준다. 118년 전에 어떻게 산악열차를 만들어 관광객을 모을 생각을 했을까. 1896년 아돌프 구에르 첼러가 첫 공사를 시작한 철도는 1912년에 가서야 3454미터 융프라우요흐에 유럽 최고 고도의 철도역이 개통되었다. 산악열차를 만들기 시작한 끈질긴 열정이 스위스 국민성일까. 융프라우요흐에 그의 흉상이 있다.
빙하 속을 쪼아서 만든 거대한 ‘얼음궁전’에 독수리, 펭귄, 로마시대의 항아리 등 얼음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프스 산맥 영봉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연의 노벨 평화상’에 버금가는 융프라우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유도 알았다. 열차 레일은 일반 레일과 조금 다른 게 중간에 톱니바퀴가 있어, 미끄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산악열차를 타고 오르는 스위스의 풍광은 가히 절경이다. 몇몇 친구들도 목가적인 풍경에 반하여 스위스에서 한 번 살았으면 하는 말을 한다.
살다 보면 그리 좋은 줄 모를 수도 있지만, 트레킹은 꼭 한 번 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난다.
부산 근교의 밀양, 청도, 울주, 경주에 걸쳐 있는 1,000미터가 넘는 9개의 산을 영남알프스라고 부르고 있지만, 유럽 알프스에 비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일본 북알프스도 이곳을 모방하여 지은 이름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영광의 북벽’ 과 ‘꿈속의 알프스’를 읽고 갔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아이거 북벽을 보니 산악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북벽을 등반할 능력은 없지만 산악열차를 타고 아이거 산을 통과하는 기분만은 만끽했다. 세계 산악인 60명이 넘게 목숨을 잃은 아이거 북벽, 우리나라 산악인 목숨도 빼앗아 간 거대한 절벽 바위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영광의 북벽’ 내용도 저자의 산악인 동료 2명이 아이거 북벽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즐겨 입는 등산복 노스페이스는 알프스의 봉우리인 마터호른, 그랑드 조라스, 아이거의 각 험난한 북벽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알프스의 낮은 봉우리라도 한 번 올라야 하는데, 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만년설을 구경하고는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에서 우리나라의 컵라면(신라면)을 먹을 것이냐, 스핑크스 전망대에 오른 것이냐 선택을 하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애국심에 이끌려 라면을 택했다.
한글로 된 ‘철도 기념 여권’이란 소책자 2권에 날짜 도장을 찍고 기념으로 간직한다. 1권은 마음이 여린 아들이 강인해지길 원하면서 선물로 주고 싶다. 하산하는 산악열차 시간을 맞추려면 두 가지는 시간이 촉박하여 같이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알프스 융프라우요흐 신라면, 국력을 실감한다. 외국에서 삼성, 현대, 엘지의 광고나 국산 자동차만 봐도 반가웠는데, 라면까지 먹을 수 있다니 한국인의 자랑이다. 하산 산악열차를 타는 데 신혼부부 한 쌍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다음 열차를 타고 내려왔지만 단체 생활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융프라우요흐 관광을 끝내고 5시간 만에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넘어와서 두오모성당, 엠마누엘 2세 갤러리아, 스칼라 극장 등을 구경으로 하루가 끝이다.
2014.9.20.토요일(이탈리아_)
전날 이탈리아로 왔지만 오늘부터 본격적인 이탈리아 여행이다. 여행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소매치기다. 크로스백을 가슴 앞에 두고 왼손으로 꼭 잡고 다니니 이게 여행인지, 가방을 지키는 사람인지. 소매치기도 대부분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소매치기도 조심했지만, 짠 피자와 향신료 냄새가 진한 파스타도 먹을 수 없어 고역이었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법, 아침에 빵과 우유, 야쿠르트, 시리얼 등은 밥 대용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피사로 향한다. 피사의 사탑, 두오모 성당, 세례당이 피사에서 유명한 관광지이다. 피사의 사탑은 처음 건축할 때는 바로였지만 이내 한쪽 지반이 약해 비스듬히 넘어진 것이다. 지금은 지반 보강공사를 하여 넘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넘어지지 않았으면 사탑이 아니라 그냥 고층 탑이겠지. 사탑이라 더 유명해진 것 같기도 하다. 두오모 성당은 대주교가 집전하는 성당을 말한다. 오후에 로마로 향한다, 피우지에서 숙박을 하면서 주말 민속공연을 보는 행운도 누렸다. 이탈리아어를 몰라 별 재미가 없었지만 외국에서의 음악공연이라 호기심만은 가득했다.
2014.9.21.일요일(이탈리아)
2000년 전 베수비오스 화산 폭발로 흔적 없이 사리진 비운의 도시 폼페이가 눈에 들어온다. 어디가나 관광객은 만원,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수비오스 화산이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지만 화산 없는 나라에 사는 우리는 자연에 대한 혜택은 받고 있다. 사창가, 목욕탕, 방앗간, 식당, 우물가 등 그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창가, 예나 지금이나 남자에겐 여자가 필요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방 입구 벽면에 정사장면이 체위별로 그려져 있다. 사창가는 사랑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남자로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생리적 욕구지만 참을 수는 없을까?
아내에게 당신이 없으면 혼자는 살 수 없다고 농담을 하는 나도 욕망을 참을 수 없는 남자일까? 이 좋은 세상에 혼자 살기는 옆이 허전해서 어려울 것 같다. 폼페이를 뒤로 하고 소렌토에서 박지성 선수가 신혼여행을 보낸 카프리 섬으로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도 못 살아서 바다로 나간 사람을 그리워해서 부른 노래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이 노래를 부르면 감상에 젖는다고 한다. 곤돌라를 타고 해발 579미터의 정상까지 올라갔지만 운무가 전망을 못 보게 훼방을 놓는다. 카프리 섬 관광을 끝내고 세계 3대 미항 중에 하나인 나폴리항으로 나왔다. 나폴리항도 바다에서 본 항구가 아름다운 것이지 육지에서 본 항구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첫댓글 ㅋㅋ 산행대장님이 컵라면에 마음이 흔들려서 전망대에 못 올라갔네요~~~
융프라우요흐의 높이가 3571m라고 알고 있는데~~확인해보세요~~~
3571미터는 스핑크스 전망대까지 높이이며, 융프라우요흐는 3454미터이고, 융프라우는 4158미터입니다요, 꽃님 씨!
라우터부르넨 마을의 폭포도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벵엔역으로 올라가면서 본 라우터부르넨 마을의 풍경은 꽃님이는 아직까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데~~~
폭포 사진은 친구들이 많이 찍었으니 올리리라 봅니다, 난 눈으로만 폭포감상을 했고...
융푸라우의 영봉밑 민박 집에서 하룻밤 자고 융푸라우에 올랐거든 얼마나 풍경이 좋은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짜 신라면은 평소에 라면 먹지 않는 사람도 다 먹지 싶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