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언덕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오래된 학교라 그런지 나무들이 많아요.
나즈막한 언덕을 바라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많은 과일 나무들이 있고 그 앞마당에는 잘 가꿔진 텃밭도 있습니다.
한 스무 고랑 될까?
이번에는 학부모들에게 그 텃밭을 나눠주었습니다.
모두 아기자기하게 잘 심어 놓았네요.
나도 한 고랑 일궈 볼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올해는 우리 반 나무를 한 그루 심어 볼까 해서
학교에다 벚나무 묘목을 신청했는데 소식조차 없길래
우리 반 아이들하고 하루에 백원씩 모았지요.
나도 동전이 보이는 대로 넣고.
어제 세어 보니 4만 2천 원이에요.
충분하다 싶어 매실 나무를 샀습니다.
신청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난뒤에야 벚나무도 배달이 되었습니다.
어찌나 볼품없는지 내 손가락 굵기만한 가지만 위로 쭉 뻗어 있네요.
우리가 산 건 그래도 나무 모양을 좀 갖추었지요.
벌써 쬐끔한 열매도 대롱대롱 달려 있어요.
구덩이를 파는데 서로 삽질을 하고 싶어 난리들입니다.
지렁이들이 여기저기 꿈틀거리고 삽질에 치일까봐
어떤 녀석은 아예 지렁이를 쥐고 있습니다.
'지렁이가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좋은 땅이구나'
매실 나무와 벚나무를 나란히 심고
아이들과 그 자리에서 이름을 붙였어요.
"육사(6학년4반)매실이"
"그럼 얘는 벚돌이"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모두 좋다고 손뼉을 칩니다.
그런데 오늘 누가 가장 열심히 일을 했는 줄 아세요?
바로 성종입니다.
삽질을 그렇게 잘 할 수가 없어요.
칭찬을 한 바가지 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가면서 내게 이럽디다.
"우리엄마 오늘 놀아요."
"응?"
"연산동 이마트에 다니는데요 이제 여기 홈플러스에서 일 할거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논대요."
"어디서?"
"저 아파트에서요.나도 지금 갈거예요. 놀러오라고 했거든요."
"맛있는거도 많겠네."
"몰라요"
"맛있는거 있으면 나도 좀 갖다 줘."
"예"
그러고는 갔습니다.
과연 성종이가 가져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