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면 허리춤에 복대를 차고 그 안에 신줏단지 모시듯 여권을 챙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여권과 더불어 더 챙기고 챙겨야 할 물건이 생겼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숙소나 맛집을 찾을 때는 물론, 구글맵이나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정글이든 사막이든,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찾아갈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 내내 여럿이 함께 이동하거나 단체 관광일 경우엔 와이파이 공유기도 합리적이지만, 1~2명 이내의 소규모 여행, 혹은 혼행족이라면 오히려 가격이 높아지거나 불편해질 수 있다. 또 와이파이 공유기는 대여 시스템이라 날짜별로 계산되기 때문에 여행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자동 로밍 서비스 역시 편리하지만 와이파이 공유기보다 더 높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알뜰하고 가성비가 제일 중요한 여행자에겐 현지 유심이 최고의 선택이다.
특히 동남아권역을 여행할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Uber, Grab같은 교통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이런 교통 애플리케이션은 현지 전화번호로 인증해야하기 때문에 현지 유심은 필수 아이템중에 필수다. 늦은 휴가를 떠나려는 예비 여행객들에게 현지 유심 구매에 앞서 몇가지 숙지해야할 사항과 전세계 나라들의 유심 구입 요령을 알려주겠다.
유심 구매 CHECK POINT 3
1. 여행 일정을 고려하자!
유심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은 여행 일정이다. 체류 일정이 결정돼야 데이터를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이 완전히 끊기는 비행기 타는 시간은 제외하고 일정을 계산해야 하며, 숙소의 와이파이가 잘 되는지도 사전에 체크해 두도록 한다. 여행 일정이 길다면 사용기간이 긴 고가의 유심보다는 짧은 유심 두 개를 사용하거나 여행 중간에 필요한 만큼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알뜰한 여행을 위해선 계산기와 친해지자.
더불어 유럽같이 2개국 이상을 한 번에 여행하는 경우, 유심을 바꾸고 구매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어 통합유심도 판매하고 있다. 8~21개국 정도의 동남아 국가를 한 번에 커버하는 8일 3GB 유심이 8,900원부터 있으므로, 해당 지역에 포함된다면 여행 스타일에 맞춰서 구매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역시 구글 검색이 답인가?
2. 적당한 용량과 괜찮은 속도인지?
해외에서의 일일 사용 데이터 용량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아무리 다양한 정보를 찾더라도 유튜브 동영상을 보지 않는 이상 하루에 1GB를 모두 쓰는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대용량 유심을 구입하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더불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호텔, 호스텔 등에서는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이를 감안하여 적당한 데이터 용량 상품을 고르자.
또한, 3G보다는 가급적 LTE를 고른다(5G는 그냥 논외로 하겠다.) 정해진 용량을 다 썼을 경우에는 낮은 속도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지도 살펴보자. 유심은 보통 데이터 위주로 상품이 구성돼 있는데, 전화나 문자가 꼭 필요하다면 포함된 상품을 구매하도록 한다.
3. 가격보다 서비스에 주목하자!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유심 판매 업체가 많아 다나와를 검색해도 초록창을 검색해도 결정이 쉽지 않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덕분에 가격 차이는 크지 않으므로 가격보다는 수령방법, 카톡 상담, 사은품 등으로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아무리 괜찮은 제품이라도 내일모레 출국하는데 택배만 가능하다거나 해외에서 사용이 안 될 때 전화상담만 가능하다면 새 유심을 그대로 국내로 들고와야 할 수도 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면세점 할인권, 토퍼 등을 사은품으로 주는 곳도 있으니 아무 것도 안 주는 곳과 가격이 같다면 선택을 고려해 볼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구매하는 국가의 유심이라면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되는 편이지만, 여행자가 적은 국가의 경우 유심이 비싼 경우가 있다. 이때는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고 직접 유심을 껴주기 때문에 더 편리할 수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싶으면 현지 유심 가격을 알아보고 결정하자.
동남아권역 국가별 유심 정보 총정리
▶ 베트남 VIETNAM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베트남. 다낭을 비롯해 하노이, 호치민, 푸꾸욱 등 찾는 지역도 많다. 베트남은 현재 Viettel, Mobifone, Vinapone 등이 3대 통신사 브랜드다. 세 통신사의 데이타 속도는 크게 차이가 없는 편이지만,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비엣텔의 유심이 조금 빠르고 조금 비싸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가다.
최저가 검색 시 5일 LTE 무제한이 5,650원(비엣텔), 3G망 15GB가 1,350원(베트남 모바일) 등으로 현지보다 저렴한 편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다낭의 경우 공항에 7일 LTE 무제한 유심이 8달러인데, 구매할 때는 달러가 아닌 베트남 현지 화폐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
▶ 태국 THAILAND
방콕을 비롯해 푸켓, 파타야, 치앙마이 등 여러 관광지를 가진 태국 3대 통신사는 AIS, dtac, TrueMove 등이다. 아이러니하게 AIS가 이용자가 많아 느리다는 소문이 있지만 여행자의 체감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국내 구매 시 8일 3GB가 통신사 TrueMove는 4,300원, AIS는 5,490원부터라 매우 저렴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많은 데다가 숙소나 식당 등도 와이파이가 매우 잘 돼 있어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유심 없이도 다니기 어렵지 않다.
▶ 라오스 LAOS
방비엥, 루앙프라방 등 한동안 방송으로 핫한 여행지였던 라오스는 Laotelecom, UNITEL, ETL 등이 대표적인 통신사로, 라오텔은 이름처럼 국영통신사이기 때문에 통신망이 촘촘해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니텔은 라오텔만큼은 못하지만 방비엥 등 북부 산간 지역에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편리하며, ETL은 현지인이나 교민, 유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통신사다. 국내 구매 시 5일 2GB가 8,280원(AIS)부터, 현지 공항에서 구매하는 경우 라오텔레콤과 유니텔 모두 7일 2GB에 2만 킵(약 3천 원)3GB에 3만 킵(약 4천 원) 정도이기 때문에 현지 구매가 저렴하고 편리하다.
▶ 미얀마 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
중국, 태국, 라오스와 접한 미얀마는 장기 동남아 여행을 하는 경우, 거치게 되는 여행지로 양곤, 바간, 인레, 만달레이 등이 대표 관광지다. 최빈국 중 하나라 순수함이 남아있지만 그만큼 인프라가 적은 편이기도 하다.
현재 국영통신사 MBT, 노르웨이의 Telenor, 카타르의 Ooredoo, 베트남의 Viettel 등이 대표적인 통신사다. 한국에서 구매 시 5일 LTE 2GB가 8,280원(AIS)부터로, 현지 공항에서 구매하는 경우 3GB가 한화로 5천원 전후이므로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알뜰한 선택이다.
▶ 말레이시아 MALAYSIA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코나키나발루, 랑카위, 말라카, 페낭(피낭) 등의 관광지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통신사는 U-mobile, Hotlink(Maxis), Digi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구매 시 4일 LTE 무제한 요금이 15,930원부터이며, 현지 공항에서 구매할 경우 10GB가 약 6천원 전후이므로 현지 구매를 추천한다.
▶ 필리핀 PHILIPPINES
세부, 보라카이, 보홀 등의 관광지를 가진 필리핀의 대표적인 통신사는 Globe, Smart, sun 등이 있으며, 그밖에 TM, TNT 등이 있는데, 여행자가 주로 사용하게 되는 통신사는 글로브와 스마트가 대부분이다.
3일 1GB가 3,500원, 7일 2GB가 6800원, 5일 4GB가 8,300원(Glove), 7일 7GB 요금이 9,690원(SMART)부터다. 휴양지 여행이 대부분인만큼 사용량을 고려해서 넉넉한 용량을 준비해가는 것을 추천한다.
▶ 인도네시아 INDONESIA
발리, 자카르타, 빈탄 등의 관광지가 있는 인도네시아는 TELKOMSEL, XL, INDOSAT 등이 대표적인 통신사다. TELKOMSEL이 비싼만큼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고 대리점이 많아서 이용이 편리하다.
5일 2GB 요금제가 8,280원(AIS), 5일 LTE 무제한 요금제가 8,190원(XL)부터다. 현지의 경우, 3.5GB가 3천 원 정도이므로 현지 구매가 저렴하다.
▶ 브루나이 BRUNEI
인구가 50만 명이 채 안 되는 나라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나라로, progresif와 DST가 대표적인 통신사다. 국내에서는 브루나이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심은 거의 없어 아시아 통합 유심을 구매하거나 현지 유심을 구매해야 한다. 현지 유심은 공항, 몰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7일 1GB 10브루나이 달러(약 8천원), 7일 무제한 25브루나이 달러(약 2만원, PCSB)부터다.
▶ 호주/뉴질랜드 AUSTRALIA/New Zealand
▲ 호주와 뉴질랜드 국기는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다
시드니, 멜버른, 캔버라 등의 관광지가 있는 호주는 Telstra, OPTUS, vodafon 등이, 뉴질랜드는 vodafon, SPARK, 2Degrees 등이 대표적인 통신사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심이 통합인데, 국내 최저가로 구매 시 5일 2GB 8,280원(AIS), 8일 4GB(AIS), 15일 6GB 10,930원(CU)부터다. 현지 공항에서도 유심을 판매하고 있지만, 1GB는 10달러(약 8천원)부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준비해 가는 것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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