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터울의 고참 서정원과 팀 막내 이천수는 외모나 성격,플레이스타일 등 어디를 보아도 전혀 닮아보이지 않는다.국가대표팀 합숙장소인 울산 D호텔에서 ‘동침’을 하고 있는 둘은 많은 나이차만큼 숙소생활이나 행동에서 달라 보인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서정원은 조용한 스타일.반면에 톡톡 튀는 신세대 이천수는 팀 막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말과 행동이 시원시원하다.이런 숙소생활을 보면 선후배가 바뀌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서정원은 무슨 영문인지 이천수를 두고 “나하고 똑같아”를 연발한다.서정원이 이천수를 자신의 ‘닮은꼴’로 생각하는 이유는 이천수가 자신과 똑같은 국가대표 이력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나이는 19살.서정원 역시 정확히 11년 전인 19살 때 국가대표팀에 처음 선발돼 10살 정도 터울의 대선배와 합방했던 경험이 있다.당시 서정원의 룸메이트는 이태호 대전 감독 또는 정해원 전남 코치였다.특히 고려대 선배였던 이태호와 룸 커플을 이루었으니 고려대 후배인 이천수와 같은 방을 쓰면서 옛생각이 절로 날밖에.
서정원이 11년 전 자신처럼 대표팀 생활을 하고 있는 이천수를 자신의 분신 같이 여기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11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당시 하늘 같은 선배와 방을 같이 쓰면서 기침 한 번 제대로 못했던 자신과 180도 다른 이천수의 모습이다.선배에게 말할 것이 있으면 주저없이 말하고 훈련이 끝난 뒤 질문하는 것도 거침없다.서정원에게 이천수는 발랄하기 이를 데 없는 신세대다.
“어려움이 없는 천수를 보면서 아직 한참 어리다는 생각도 들지만 과거의 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천수와의 생활이 재미있기만 합니다.” 서정원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톡톡 튀는 고려대 동문 ‘영계 후배’와의 동침이 흐뭇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