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라]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의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교회 역사를 보면, 1054년 7월 16일 로마 교황 대사 훔베르투스 추기경이 이스탄불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미사 드리러 모인 동방 교회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미카엘 케룰라리우스를 파문하는 교서를 발표함으로써 서방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가 갈라졌습니다. 파문 사유는 총대주교가 서방교회에서 니카이아-콘스탄티노플 신경에 덧붙인 ‘성자에게서도’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서방교회에서 미사 때 누룩을 넣지 않은 빵, 곧 무교병을 사용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과 정교회의 차이점은 성령에 대한 이해입니다. 가톨릭은 성령을 성부와 성자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정교회는 성령은 오직 성부에게서만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정교회는 ‘성모님의 원죄없는 잉태교리’, ‘성모님의 승천 교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교회는 이콘성화는 인정하나 입체적인 조각은 금합니다. 반면에 가톨릭은 조형미술의 모든 양식을 허용합니다. 정교회는 로마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성을 거부합니다. 가톨릭은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성 교리를 1870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포했습니다. 한국의 정교회는 1897년 러시아 정교회 암브로시 신부가 내한, 정동 러시아 공사관 내에 성당을 설치하여 선교와 교육 사업을 하다가 1919년 러시아 혁명으로 철수했습니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동란에 참전한 그리스군이 1953년 한국 정교회를 재건하여 그리스 정교회에 귀속시켰습니다.
가톨릭과 정교회가 갈라지고 거의 500년이 지나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개신교)가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독일 작센지방 소읍 아이슬레벤에서 태어난 루터(1483-1546)는 교황청 베드로 대성당 신축기금을 모금하기 위하여 발행한 대사부(indulgentia)에 반발하여 95개조 명제를 발표하고 비텐베르크의 엘스터 성문에 붙였습니다. 1520년 6월 15일 교황 레오 10세는 교서를 반포하여 95개조 가운데서 41개조를 단죄함과 아울러 60일 안에 오설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1520년 12월 10일 비텐베르크 엘스터 성문에서 학생들과 함께 교황 교서를 불태움으로써 가톨릭교회와의 절연을 분명히 했습니다. 1521년 1월 3일 교황 레오 10세는 루터를 파문하는 교서를 반포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로마서에 나오는 인간 구원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톨릭에서는 의화론, 성의론이라 하여 하느님께서 죄인인 인간을 의롭게 만드신다고 주장했는데, 개신교는 의인론, 인의론, 칭의론이라 하여 하느님께서 죄인인 인간을 의롭다고 인정한다는 식으로 풀이했습니다.
개신교 신앙 현상, 인간 현상을 포괄적으로 보지 않고 성경과 전통, 말씀과 성사, 믿음과 실천 가운데서 주로 전자를 택하고 후자를 소홀히 합니다(오직 말씀만, 오직 믿음만, 오직 은총만: 만만주의). 반면에 가톨릭은 글자 그대로 보편된 교회로서 양자를 모두 수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성경도 전통도, 말씀도 성사도, 믿음도 실천도: 도도주의).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는 차이점을 두고서 서로 비난하지 말고 늘 새롭게 태어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가 되었으면 합니다.
[2023년 10월 8일(가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유충희 대철베드로 신부(둔내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