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前 중국 총리, 퇴임 7개월만에 사망…“사인은 심장병”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입력 2023.10.27. 09:10
업데이트 2023.10.27. 11:37
리커창 총리가 3월11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리커창 총리가 3월11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리커창(68) 전 중국 총리가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 리커창은 지난 26일 갑자기 심장병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로부터 중국 국무원 총리직을 넘겨받은 리커창(李克强)은 올해 3월 퇴임까지 10년간 중국의 이인자 자리를 지켰다. 혁명 원로 자제인 태자당 출신으로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과 달리 엘리트 코스를 밟아 권력의 정점에 섰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0년간 중단됐던 대입시험이 재개되자 독학으로 베이징대 법학과에 들어갔고,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흔치 않았던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지도부로 활동한 뒤 같은 공청단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지원을 받으며 강력한 주석 후보로 부상했다가 최종적으로 총리에 올랐다.
지난 8월 31일 X(옛 트위터)에 리커창 전 총리가 퇴임 5개월만에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한 모습이 올라왔다./X(옛 트위터)
지난 8월 31일 X(옛 트위터)에 리커창 전 총리가 퇴임 5개월만에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한 모습이 올라왔다./X(옛 트위터)
임기 초기에는 시진핑·리커창 투톱 체제를 의미하는 ‘시리쭈허(習李組合)’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며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진핑이 정치적 라이벌이던 리커창에게 실권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총리의 영역인 경제 분야에서도 정책 도입에 난항을 겪었다. 2016년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는 ‘익명의 권위 인사’ 이름으로 리커창의 낙관적 거시경제관을 비판한 글이 게재됐다. 시진핑 2기 출범 이후에는 거시경제, 금융 관련 권한이 시진핑의 최측근인 류허 부총리에게 넘어갔다.
리커창 전 총리가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한 모습./X(옛 트위터)
리커창 전 총리가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한 모습./X(옛 트위터)
경제통인 리커창은 ‘성장’을 중시했지만, ‘분배’를 우선시한 시진핑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를 추진했다. 리커창은 국영기업 규모 감축과 시장규칙을 준수할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시진핑은 국영기업의 덩치를 불리고 당이 기업 경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리커창이 진흙이 묻은 장화를 신고 수해 현장을 누비는 모습 등이 관영 매체에 나오지 않았고, 그가 덩샤오핑 동상 앞에서 개혁·개방을 칭송한 장면은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됐다는 중화권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리커창 前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퇴임하면서 국무원 판공청 직원800여 명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연설한 영상으로 리 前 총리는 영상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라고 말한다. 해당 영상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에 의해 차단됐다./ X(옛 트위터)
그럼에도 리커창은 합리적 개혁가로서 과도기의 중국 경제를 조용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총생산(GDP) 등 지표는 조작이 가능해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주로 참고하는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 대출’ 3가지 지표가 ‘커창지수’로 불리며 외부에서 중국 경제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2020년 외신 기자회견에선 “중국인 6억 명의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9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해 빈곤 해결을 성과로 내세운 시진핑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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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은 코로나 봉쇄 시국에는 중국 경제 회생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작년 3월 말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그해 5월 31개 성·시 간부를 비롯해 10만명이 참석한 ‘전국 경제 지표 안정 화상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6월까지 모든 조치를 취해 경제 회복을 쟁취하라. 경제는 경제만이 아닌 중대한 정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무원 장관급 인사들을 ‘감찰조’로 지방정부에 내려 보내 경제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2020년 1월 27일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우한을 방문해 한 병원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1월 27일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우한을 방문해 한 병원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그가 올해 3월 양회(兩會) 업무보고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자 중국에서는 ‘리커창 지우기’가 시작됐다. 리커창이 퇴임하면서 정부 부처를 돌며 따뜻한 환대와 작별 인사를 받는 영상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莫高·막고)굴에서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서 리커창은 웃는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고, 그를 본 수백 명의 관광객은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반갑게 인사했다. 중국 매체들은 리커창의 둔황 방문을 보도하지 않았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27일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망에 올라온 리커창 전 총리 사망 부음기사. 리커창의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다./인민망
27일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망에 올라온 리커창 전 총리 사망 부음기사. 리커창의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다./인민망
리커창은 한국에도 몇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지한파다. 한·중 수교 2년 후인 1994년 리커창은 공청단 제1서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첫 방한 이후 12년 만인 2006년, 리커창은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 재임 시 다시 방한했다. 2011년에는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서 남·북한을 잇달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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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28
2023.10.27 09:13:08
시진핑 대항마는 다 죽이는군!
답글작성
559
2
aorura
2023.10.27 09:14:00
암살당했네...
답글작성
487
3
저주받은조선반도
2023.10.27 09:15:46
시진핑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 죽이는구나
답글작성
465
2
멋진나라멍청한국민
2023.10.27 09:22:36
만일 이재명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이런일 부지기수 일일거다.
답글작성
181
2
장삼이삼
2023.10.27 09:17:41
독재자 시진핑의 정적 제거.
답글작성
148
1
Julius
2023.10.27 09:17:02
심장마비라 그럴듯하네.
답글작성
130
1
굴삭기공
2023.10.27 09:17:41
푸틴=시진삥. 똑 같은 놈이네
답글작성
127
1
부르스박
2023.10.27 09:16:35
그걸 곧이 믿을 사람 있겠냐고? 시진핑 그넘이 죽였지!
답글작성
112
0
해금강
2023.10.27 09:23:02
세계평화를 위해서 진팽이가 죽어야 하는데,
답글작성
110
1
무찌르자 북괴군
2023.10.27 09:24:26
개진핑에 의한 살해다....중국인들은 더이상 참지말고 봉기해서 개진핑 독재공산당을 붕괴시켜야 한다.
답글작성
99
0
Danny
2023.10.27 09:19:18
수상하네.
답글작성
97
0
NiceBee
2023.10.27 09:26:07
독살당했네. 푸틴이나 습견평이나, 정적은 모조리 죽이는 아그마.
답글작성
93
1
Nada
2023.10.27 09:25:55
시진핑도 홍차를 선물했네 민주당이 지향하는 중공몽
답글작성
85
0
서울 性醫學 설현욱
2023.10.27 09:29:42
.... 그러니까.. 리커 창은 시진핑과 국가주석 자리를 놓고 경쟁을 했던 사이이고 유령 총리로 10년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코로나 유행시에는 쓴소리를 자주햇었고 퇴임시 고별인사 영상까지 검열을 했었었다..
답글작성
42
2
간달프07
2023.10.27 09:29:25
이재명 고발하신 분은....대동맥 파열로 사망 !! 우연의 일치??
답글작성
38
0
DXYB
2023.10.27 09:22:36
한국도... 누구와 의혹이 함께 걸리면 죽ㄴㅡㄴ다. 중국도, 북한도 다 그렇다. 그런대도 젊은이들은 저 악마들에게 환호한다. 이 나라 장래가 너무 두렵다.
답글작성
38
0
간달프07
2023.10.27 09:21:18
재명이 측근들도....증언할까봐?....하나둘 다 죽어 나가던데??
답글작성
35
0
임석규
2023.10.27 09:25:03
심장마비를 시켰겠지.습황제가
답글작성
34
1
맛있은
2023.10.27 09:32:53
아이고 또 자살 당했네... 진짜 민주당이 저거 보고 배운거구나
답글작성
32
0
꺼벙이
2023.10.27 09:26:59
다음엔 시진핑이 될까, 푸틴이 될까? 간다! 모두 간다! 살아 있는 동안 착하게 살아라!
답글작성
31
0
대북송금 민주간첩
2023.10.27 09:35:51
남의 나라 침략하는 시진핑도 디져야 하는데...
답글작성
27
0
샬럿
2023.10.27 09:27:59
아마도 개진평이가 시켜서 암살했을 거다.
답글작성
27
0
아스트로
2023.10.27 09:28:02
공산당 국가는 믿을 수 없어요! 중국 북한 러시아 베트남!
답글작성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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