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인적이 한가한 시내 근교의 야산 주변에서 삽을 들고 땅을 파는 거수자가 있었다.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십중팔구 신고당해 한번은 파출소에서 곤욕을 치뤄야 했겠으나 이미 시각은 1시를 넘어 2시에 가까워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이 남자의 이름은 토시아키, 성도 이름도 토시아키인 것으로 되어있는 괴인이다.
그런 그가 지금 파고있는 곳은 당연히 실장석이 살고있는 굴이다. 몇번 삽을 푸자 안의 버러지들이 깨어났는지 레치, 데스, 레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짐작해보건데 그 굴은 상당히 깊어 만약 남자가 굴을 모두 파헤쳐 그 안의 벌레들을 모두 꺼내려고 한다면 족히 두시간은 걸리겠지만, 안의 벌레들이 깬걸 안 이상 남자가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입구를 판것 자체가 시간을 들이면 전부 파헤쳐버릴 수 있다는 위협에 가까운 것이였다.
데스데스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굴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고 들여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눈이 부신지 눈을 가리는 실장석들이 여러마리 있었다.
"그 안에서 나와주지 않을래?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단다."
공원의 똥벌레라면 부리나케 튀어나와 개소리만도 못한 헛소리를 짖어댈 타이밍이지만, 이 실장석들은 달랐다. 친실장을 중심으로 힘없이 축 쳐진채 굴을 걸어나왔던 것이다.
바닥을 바라보고 이따금씩 데에...레에...하고 소리를 내는 그 모습에 환희는 커녕 끝없는 체념과 절망만이 담겨있었다. 아마 지금 나온것도 나오는것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실장석의 몸구조는 땅을 파는데 적합치 않다. 무른 땅이라면 모를까 산의 흙을 파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아마 자연발생한 굴을 이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꾸물꾸물하고 나온 실장석의 수는 성체실장 하나, 자실장 넷, 엄지 넷, 구더기 여섯이였다. 이들은 구더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양호한 체격과 건강상태로이 친실장이 마냥 싸지르고 방치하는 공원의 분충과는 다른 이 수의 새끼를 먹여살릴 능력이 있는 개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링갈을 켬과 동시에 남자는 친실장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무 말도 않던 친실장은 실장석 치고는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했지만, 자실장과 특히 엄지에게서는 흐릿한 동요가 느껴졌다.
평소라면 굴 안에 기름을 붓고 태워버려서 인간을 속인 댓가를 치루게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만큼이나 공들여 잡은 녀석들을 이렇게 쉽게 죽여서야 재미가 없다.
"저런, 아직 안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있는 모양이구나, 내가 꺼내줄까?"
"아닌데스......나오는데스......."
내 말이 협박에 가깝다는것을 알아차렸는지 친실장은 힘없이 굴 안에 대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자실장 한마리가 용케도 구더기 세마리를 데리고 나온다 그 자실장 또한 어께를 내리고 고개를 푹 숙인채였지만 구더기들만은
"외출인 레후?"
"추운레후 다시 자고싶은 레후"
"닌겐씨인 레후 무서운 레후, 하지만 프니프니 기분좋을것 같은 레후"
하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자아, 다들 나왔구나. 나는 토시아키라고 한단다 앞으로 잘부탁해.
오늘부터 너희는 내가 기를거야 구더기까지 한마리도 빠짐없이. 먹이도 제공할거고, 규칙만 지키면 목욕도 할 수 있어. 물론 간식도 있단다.
그럼 피곤할텐데 일단 다들 이 박스에 타렴."
이 시점까시 구더기들을 제외하면 탄성 하나 없다. 아까같은 절망과 약간의 광기가 섞인 체념은 사라졌지만 기대 따위 품고있지 않은것이 보였다. 정말로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실장석들이다.
자실장들이 모두 박스에 들어가자 친실장까지 들어가려고 했지만 나는 친실장을 제지하고 다른 박스를 꺼낸다음 친실장은 다른 박스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박스들을 모두 차에 실은다음 굴 안에는 코로리를 뿌려놓고 입구를 무너뜨렸다. 안에 남은 녀석은 없겠지만 만사불여튼튼이다.
남자가 차를 운전해 집으로 가는동안 트렁크의 실장석들은 놀랄만치 조용한 편이였다. 구더기나 엄지가 가끔씩
"어두운 레후" "깜깜한 레치"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레뺫! 레에엥에에에에" 하고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가끔씩 의미없이 테에에, 데에에에에스...하고 한숨을 쉬면 끝없는 어둠속을 응시할 뿐이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자 따위 없었다.
오로지 심해처럼 가라앉은 묵시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후에 있을 절망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을 뿐. 버러지 치고 상당히 의외적인 이 반응은 친실장의 교육 때문이다.
친실장은 경험도 지식도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이적일 정도로 실장석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었다.
재미로 동족을 죽이는 인간을 봤다, 동족을 비웃다 인간의 화를 산 분충을 봤다, 키워지면서 들실장을 무시하다 버려져 사지가 찢긴 동족을 봤다, 대대적인 구제가 있을때면 너무나도 쉽게 동족을 죽이는 인간도 봤다.
보통의 실장석은 어리석다. 주제를 모르고 기세를 타면 하늘높은줄 모르고 오만해지는 주제에 약하기 그지없다, 비슷한 크기의 생물과 비교하면 이기는건 먹이의 효율성 정도고, 완력, 민첩성 모두 형편없다. 그런 주제에 그런 동물들보다 수만배는 강한 인간을 노예로 부리려 한다. 그래, 가끔있는 사육실장을 보며 부러워하는것은 이해할수있다. 인간도 타인을 부러워하는 생물이다. 아마도.
하지만 인간은 결코 노예가 되지 않는다. 자신보다 약한 자의 노예가 되는것은 실장석의 세계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들은 그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며 재롱을 보고 여흥을 즐기기 위해 실장석을 길러줄 뿐이다.
풍요로운 밥도, 칭찬도, 따뜻한 잠자리도 모두 인간의 변덕 한번이면 날아갈 수 있다. 억에 하나 좋은 주인이 실장석을 사랑으로 보살핀다 해도 그 생활은 자신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변덕 한번이면 끝날 수 있는 살얼음판 위의 풍요다.
그나마도 운이 극히 좋은것으로, 대부분의 경우 장난감이 되어 음식물쓰레기로 실려나올 뿐이다.
그런 불확실한 가능성에 기대느니,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터전을 만들고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것이 낫다. 이것이 친실장의 생각이었으며, 철저한 솎아내기를 통해 남은 자식들에게 주입한 사상이었다. 그렇기에 친자 모두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남자는 그런 벌레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기분좋았다. 그래, 숨길것도 없이 남자는 학대파다. 어떤 종류의 학대도 나름대로 좋아한다. 실장석의 비명도, 죽어가며 성내는 얼굴을 스패너로 내리치는것도, 엄지에게 구더기를 먹이는 것도, 위석을 뺀체 육체를 기괴한 모습으로 비틀어버리는것도 어느것 하나 싫어하는것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비명에 질려버렸다.
자신이 왜 고통스러워 해야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스스로가 인간의 화를 사는 행동만 한다는것조차 모르는 분충들의 비명을 듣는것은 더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럴때 알게된 이 실장석 일가는 남자에겐 가뭄의 단비요 암흑속의 광명이었다. 정말 우연히 해도 완전히 뜨지않은 꼭두새벽에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친실장을 본것이다.
밤은 야생동물들의 시간이고 낮은 인간들이 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간대라면 확실히 비교적 안전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 버러지 주제에 이걸 알고있는건지 잠시 생각하던 남자 앞에서 친실장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도망쳤던 것이다.
그 모습에 흥미가 동한 남자는 그로부터 일주일을 새벽에 일어나 친실장을 추적한 끝에 이 일가를 붙잡은 것이다.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에 집에 도착해있었다.. 밤이라 차가 별로 없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재미도 못보고 병원신세를 졌을지도 모른다.
집에 박스를 내려놓고 박스를 열자 빛이 눈에 들어온 벌레들이 레치! 테치!하고 잠시 소란스러웠으나 잠시 후 공손히 인사를 해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신데스, 길러준다고 하셔서 감사한데스."
"안녕하신테치, 장녀인테치. 잘부탁드리는테치"
이런 인사를 엄지까지 순서대로 주욱 늘어놓고는 가만히 앉아 이쪽의 말을 기다린다. 정말로, 예상 이상이다.
"음...다들 지치고 배고플텐데 일단 일걸 받으렴."
일단 콘페이토를 뿌려본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것은 의외다 최소한의 보상, 즉 행복을 알아주지 않으면 낙차가 생기지 않는다. 절망이란 그 낙차에서 생기기 마련이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친실장이 콘페이토를 하나 들고 "잘먹겠는데스..."하고 먹고는 문제없음을 확인하자 그 밑의 자실장과 엄지가 한알씩 콘페이토를 들고 인사를 한 다음 콘페이토를 먹기 시작했다. 깨작깨작 콘페이토를 핥자 느껴지는 단맛에 경계심은 그대로지만 분위기 자체는 크게 완화된것이 느껴진다.
잠시 후 콘페이토를 다 먹으것을 확인하고 나는 친실장에서 구더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옷을 벗겨 세탁기에 넣은다음 목욕탕에 약간 따듯한 물을 받아 실장석들에게 목욕을 시켜주었다. 쾌감에 총배설구가 풀려 똥을 싼 개체는 엄지 하나와 구더기들 뿐이라는 데에서는 남자로서도 놀라움을 금치않을수 없었다.
이쯤되자 일가는 최악의 꽝에 걸린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체념은 상당히 옅어져 있었다. 운좋으면 룰만 지키면 인간의 비호 아래 굶어죽을 걱정은 없는 삶을 살 수도 있는것이다.
물론 인간의 변덕 하나로 그 생활이 쫑날 가능성 또한 넘쳐났지만
목욕 뒷정리를 끝내자 슬슬 동이 틀 무렵이 되었기에 남자는 친식장과 자실장, 엄지와 구더기를 각각 다른 수조에 넣고는 수조 앞에 애호파들이 보는 실장 채널을 틀어 다른 사육실장들의 풍요로운 삶을 보여주는 상태로 잠이 들었다. 피곤한상태로는 학대도 아이디어가 생겨나지 않는다.
실장석 일가는 방송되는 호화로운 사육실장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그마한 기대를 품었다. 운만 좋다면, 잠시라도 배부른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금은 가져봐도 좋을것 같았다.
설명충 광광 우는레후....첫편이라 설명할게 많은레후......근데 필력은 끝까지 그대로일것인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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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데스!! 띵작의 기운인 데스!!!!
제목은 흙에서 캐온 놈들이고 개념이니
진흙 속 진주 어떤 데스????
아마아마한 레훗!
그냥 평화롭게 키우면 안되겠는테치? 개념 실장석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테치.. 테에엥...
개념 실장석은 살려주는레훙
안돼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