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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서 불붙는 세계경제전쟁 - 통화_통상전쟁 동시 발발
통상주도권 놓고 미_중 충돌 - 한_중_일 3국 쟁탈전도 점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ASEAN) 회원국은 10개국이다. 아세안은 지난 1967년 역내 갈등 해소와 사회 및 경제 분야 협력을 위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5개국 주도로 창설됐다. 이후 브루나이(1984년), 베트남(1995년), 라오스와 미얀마(1997년), 캄보디아(1999년)가 추가로 가입해 회원국은 현재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2년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1624억달러)에서 아세안(184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였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북미 지역으로의 수출(354억달러) 비중은 21.6%였다.
만 10년후인 2012년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전체 수출(5478억달러)에서 아세안(791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4.4%로 10년전보다 3.1%p가 상승했다. 반면 북미 지역(634억달러)은 11.6%로 10%p가 하락하면서 아세안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세안(수출비중 14.4%)은 중국(수출비중 24.5%)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큰 수출시장이다. 성장시장이나 전략시장으로 구분되던 아세안 시장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두 번째 수출 주력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세안 시장은 지금 21세기 세계 무역대전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16개국(아세안 10 + FTA 체결국인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enership)이 추진되고 있다. 거대 FTA인 RCEP 추진을 위한 1차 공식 협상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브루나이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2015년도에 RCEP가 체결되면 세계경제 GDP의 29.4%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맞서 미국은 태평양 12개국(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Economic Partnership)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TPP가 출범하면 세계 GDP의 38.4%를 차지하게 된다.
EU 27개국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대서양경제동반자협정(TTIP; Trans- 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을 제외한 2개의 거대 FTA가 추진되면서 아세안은 세계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양대 경제 강국의 충돌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아세안 시장에서는 지금, 한?중?일 3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아세안은 전통적으로 화교 네트워크 파워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일찌감치 동남아시아를 제 2의 생산기지화 하여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3저 호황이 끝나면서부터 섬유?신발 등 경공업 중심의 해외 투자 진출 지역으로 아세안 시장을 선택했다. 아세안 선발 5개국에서부터 시작하여 후발 인도차이나 4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으로 투자와 무역은 확대되어 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을 전후로 하여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제2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의 경우 9월말 기준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FDI)가 가장 많은 지역 또한 아세안(17.3%)이었다.
지금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고 시장의 맹주 위치를 되찾기 위해 아세안 공략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인프라와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일본의 아세안 공세 수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 화교기업과 중국의 약진 또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2년 태국의 화교기업인 CP그룹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설립, 2014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을 등에 업고 아세안 화교기업들은 아세안의 유통시장과 자원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기아차도 일본 기업과 마찬가지로 아세안에 생산 포스트를 구축하는 포트폴리오(China +1)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대기업을 따라 부품 공급업체들의 추가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중견, 중소기업들의 투자진출과 함께 한류를 등에 업은 한국 소비제품(화장품, 식품, 주방용품, 의료기기, 스포츠용품, 생활용품)의 아세안 수출붐이 조성되고 있다.
무역 1조달러를 넘어 세계 무역 8강으로 올라선 지금, 한국무역의 2차 슈퍼사이클(대세상승기)이 종료되고 있는 상황이다. 3저 호황과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확실한 중진국으로 올라선 1차, 2002 월드컵과 2012년 세계무역 8강 진입까지의 2차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일본의 초강력 엔저 정책이 그 신호다.
지금 세계시장에서 열강들의 통화(환율) + 통상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1차 전장터는 아세안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동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졌던 열강들의 전쟁이 100년 뒤인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아세안을 전장터로 하여 다시 벌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대전에서 한국은, 한국무역은 살아 남아야 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승자가 돼야 한다.
아세안 시장은 한국과 한국무역이 제3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다. 21세기 아세안 신무역대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 정부와 무역지원 기관, 기업은 각자의 역할과 소임을 다해야 할 때다.
한국무역의 주인공인 기업과 무역인들이여! 품질과 기술을 앞세우며, 한류를 타고, 21세기 신무역대전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하여! 함께 가자! 아세안 신무역대전장으로!
<주간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