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엽혹진 버드브레인(구 조류콘)
공룡은 큰 덩치와 개성 넘치는 생김새로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공룡이란 친구이자 동경의 대상이죠.
하지만 그 인기와 명성에 비해 우리는 공룡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러 질문들을 많이 봐 왔는데 부족하지만 열심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생존시기
티라노사우루스는 6800만~6600만 년 전에 살았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걸 어떻게 아냐고 궁금해하죠.
일단 제 분야는 아니지만 간략히 설명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겁먹지 마세요.
탄소(C)의 원자번호가 6인건 다 아실 겁니다.12C라 표현하는데, 하지만 늘 질량수가 12는 아닙니다 . 중성자가 한두개 더 많아서 질량수가 12, 13, 14인 것도 있는데, 얘네들은13C,14C로 표기합니다. 이를 '동위원소' 라 하죠.
일단 자연에는12C 가 98% 이상을 차지합니다. 남은 두 놈 중 13C는 상대적으로 안정하나14C는 불안정합니다. 원자란 친구들이 불안하면 이상한 짓(?)을 하죠. 중성자 하나가 방사능을 방출, 붕괴하여 양성자로 변하면서 탄소(14C)는 질소(14N)로 변합니다. 이런 애들을 방사성 동위원소라 하죠. 14C는 지구에서 계속 생성되고 붕괴하기에 대기에서 이들의 비율은 변하지 않습니다.
생물에 몸에도 당연히 탄소가 있는데12C 와14C 모두 존재합니다. 생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선 외부에서 계속14C를 공급받기 때문에 이놈들의 비율이 일정합니다.
하지만 생물이 죽으면 더 이상14C를 얻지 못하고14C는 점점 방사성 붕괴를 통해 사라지자만 안정한12C 는 남아있습니다. 즉 전체 탄소 중14C의 비율은 계속 줄어듭니다.
이때 5730년이 지날 때마다14C는 반으로 줄어듭니다. 요렇게 방사성 동위원소의 수가 반토막나는 기간을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라고 합니다.
즉 화석의14C 와12C 의 비를 보면 생존시기를 알 수 있죠.
문제는 이게 5만년 전까지밖에 추정을 못한다는 겁니다. 계속 원자 수가 반토막나면 측정 자체가 힘들겠죠. 그래도 5만년 이내에 살았던 매머드라던지 털코뿔소, 고대인류 이런 종들은 탄소 동위원소 측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매머드가 공룡이 아닌건 다들 아실거라 믿습니다.)
그럼 공룡 화석의 나이를 측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반감기가 아주 긴 원소를 찾으면 되는겁니다.
우라늄(235U) 의 반감기가 7억년이니 이쯤 되면 충분하겠죠?
(오류 있으면 제보 부탁드립니다...ㅠ)
화석의 보존
https://www.youtube.com/watch?v=yVCkuJFnA4k
흔히 영화에서는 땅을 파면 공룡의 전신골격이 짠 하고 나옵니다.
근데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일단 생물이 죽어서 화석화가 되려면 최대한 빨리 매몰되어야 합니다.
덩치 큰 목긴공룡이 자연사했다고 칩시다. 먼저 목긴공룡의 시체를 발견한건 거대한 육식공룡과 익룡들입니다. 냄새를 맡고 악어와 갖가지 파충류들도 슬금슬금 몰려옵니다. 일부 초식공룡들도 뼈에 있는 칼슘을 얻기 위해 주위를 기웃거립니다. 당연히 시체 주변은 파티장이 되었겠죠. 육식공룡, 익룡, 악어 할 것 없이 모두들 만찬을 즐깁니다.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뼈가 유실되고 손상될까요?
남은 시체는 다른 공룡들이 밟고 지나갈 수도 있고 비바람에 쓸려갈 수도 있고 아니면 미생물에 의해 전부 분해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남는 건 거의 무거운 다리뼈나 몇 개의 뼛조각만 남습니다. 화석화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해당 지층이 지각 변동으로 표면에 드러나야지만 발굴이 가능하죠.
결국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건 정말 작은 뼈쪼가리 몇 개 뿐입니다. 운이 좋으면 더 발견되거나 아예 통째로 발견되기도 하나, 쉬운 일은 아니죠.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거대 공룡 또한 그렇습니다. 사진은 지금까지 발견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뼈를 표시해놓은 것입니다.
다만 고생물학자들은 이런 뼈쪼가리를 보고 전체적으로 "어느 분류군에 속하니까 이 분류군 중에서 보존이 잘된 얘랑 비교하면 좋겠다" 생각하셔서 복원을 진행합니다. 또한 비슷한 신체를 가진 현대 동물들과 비교/대조하여 공룡의 형태를 알아내기도 하죠. 그러니까 공룡 복원도를 너무 불신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박물관에 있는 골격들은 대부분 모형이거나 여러 개체의 부분적 화석을 결합한 것입니다.
외형, 생태 추정
그러면 공룡을 비롯한 고생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어떻게 아느냐면...
화석을 보시면 됩니다. 화석을 보면 이빨의 모양, 전체적인 체형, 분류군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골격 뿐만 아니라 알, 발자국, 깃털, 비늘, 배설물까지 화석으로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도 자료가 됩니다.
공룡 중 오르니토미무스와 벨로키랍토르의 팔뼈에선 깃털이 붙어있던 흔적도 나왔는데 이는 이 공룡들의 몸에 깃털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림의 저 새같은 친구가 벨로키랍토르입니다.
깃털도 원시적인 솜털에서 잘 갖추어진 날개깃까지 그 형태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간혹 화석에 색소가 남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공룡을 비롯한 여러 고생물들의 색을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화석으로 남기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간혹 괜찮게 보존된 화석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표본들을 바탕으로 이 종의 가까운 친척들의 외형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크로랍토르에게서 깃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친척인 데이노니쿠스나 유타랍토르 역시(깃털의 직접적 근거가 안 나왔다 하더라도) 깃털이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오리에게 깃털이 있으면 근연종인 고니에게도 깃털이 있는 법이죠.
물론 고니의 목은 오리처럼 짧지 않습니다. 즉 무조건 한 종의 형질을 다른 종에 대입할 순 없는 법이죠.
이러한 유추 방식으로는 깃털의 유무, 발가락 수 등 큰 해부학적 특징만 알아낼 수 있습니다.
화석 표본이 불완전한 경우 어쩔 수 없이 근연종의 형질을 대입해야겠지만 새로운 표본이 나와 연구가 다시 이루어진다면 이렇게 스피노사우루스처럼 모습이 완전히 변할 수도 있습니다.
사우루스/사우르스
많이 혼동하실 수 있지만 이런걸 혼동하는 게 고생물 팬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입니다... 약간 '감기 빨리 낳으세요' 나 'God breath you, 신의 가오가 있기를' 뭐 이런거와 비슷한 맥락이랄까요...(물론 사우르스라 부른다고 해서 정색하고 화내고 그러진 않습니다.) 그냥 사우루스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리고 생물 이름을 한글로 표기할 땐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넓적 부리 황새 이게 아니라 넓적부리황새가 맞는 표기라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따라서 티라노 사우르스가 아닌 티라노사우루스로 불러 주시면 됩니다.
사랑한다면 이름 제대로 불러주는게 첫걸음이라고 맹금류 구별글에 썼었을 겁니다.
산소농도!!!!
공룡이나 익룡들이 커진 이유는 당시 지구의 산소 농도가 높아서가 아닙니다.
맨날 어디 댓글 보면 지구상 산소농도 어쩌구 하면서 잘난척하는 놈들 꼭 있습니다.
오히려 당시 산소 농도는 지금보다 낮.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changsh128/221803867752
제가 쓰기에 참여한 글인데, 읽어보십쇼.
깃털
https://www.youtube.com/watch?v=8ZaOGJV0qZQ
많이들 궁금하셨을 주제인데요, 공룡에게 깃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많은 충격을 주었고, 특히 티라노가 12미터짜리 거대 치킨으로 묘사되어 더욱 그랬죠.
나중에 자세히 다룰거니까 대략적인 그림만 소개합니다.
일단 깃털은 공룡 중 일부만 가지고 있습니다. 용각류(sauropods)나 대형 조각류(duckbills), 검룡류, 곡룡류(armored) 등은 현재 남은 피부 화석등을 통해 추측하건데 깃털이 없었을 것입니다.
두 발로 걷는 수각류 중 코엘루로사우리아라는 분류군이 있습니다. 이쪽에는 벨로키랍토르, 오비랍토르, 테리지노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등 새와 비슷한 골격을 가진 공룡들이 포함됩니다. 이들 중 소형종에게는 거의 다 깃털이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깃털의 용도는 나중에 설명해드리죠.
어린이 공룡책에서 골격이 새를 닮았다고 묘사된 공룡들은 정말로 새처럼 생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공룡은 데이노니쿠스로, 영화 쥐라기공원의 벨로시랩터의 모티브가 되었던 공룡입니다.
심지어 코엘루로사우리아 중 거대 수각류 중 세 종(기간토랍토르, 테리지노사우루스, 데이노케이루스. 그림에 목 긴 애 세 마리입니다.)에게도 깃털이 있었다고 보는 추세입니다. 후술할 이유로 깃털이 난 범위는 훨씬 제한적이었겠지만요.
그럼 티라노는...? 하고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성체는 깃털이 아주 적었거나 없었다고 추정됩니다. 티라노가 깃털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것이 '그렇게 큰 공룡이 털이 있으면 열 방출이 안 되잖아?' 이겁니다. 맞는 말이죠.
오늘날의 대형동물인 코끼리나 하마도 몸에는 털이 거의 없고 잔털만 남아있습니다. 큰 동물의 몸에 털이 많으면 열 방출이 잘 되지 않아 쪄죽을 수 있습니다. 코끼리보다 다섯 배는 큰 브라키오사우루스에게 깃털이 있을 확률은 희박해지죠. 물론 드문드문 난 잔털은 표면적을 넓혀 열 방출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코끼리의 경우 어른이 되어도 잔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티라노 역시 몸에 조상이 지녔던 깃털이 약간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게 겉으로 보았을 때 티가 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사진처럼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으로 남은 피부 일부분에는 깃털이 아닌 비늘이 있었기에 전신이 깃털로 뒤덮인 복원도는 현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은 '랩터는 깃털이 있었고 티라노는 잘 모르지만 일단 털복숭이는 아니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이렇게 깃털의 존재도 밝혀지고 공룡과 새 사이의 해부학적 유사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게 되자...
새는 공룡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즉 여러분들이 보는 지구상의 모든 새들은 공룡입니다. 그것도 수각류 공룡이죠.
사랑꾼 두루미도, 위풍당당한 검독수리도, 귀여운 오목눈이도, 맛있는 닭도 모두 공룡입니다.
새가 공룡이라는 게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은 공룡인 새들을 더 존중해주고 이들만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결론: 새가 최고다
첫댓글 아 이런 글 너무 좋아요 ㅠㅠ 성체 티라노는 깃털 없었을 수 있다니.. 환상이 안깨져서 천만다행!
기념으로 오늘 간장공룡 시켜먹어야지
탄소의 원자번호는 6이라는 걸 배워갑니당 (부끄) ㅋㅋㅋㅋ 특히 공룡의 생존시기와 모습을 유추하는 방법이 흥미롭네요. 신기해요.
와 넘 흥미롭고 재밌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