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떤 사슴들도 슬픔은 핥지 않았다
김건영
나무는 자라서 집이 된다는데
새들이 찾아오지 말라고
목매단 새들을 걸어 놓은 걸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에 사람을 이끌어 경고하기도 한다고
어디에서 들었더라
목이 막혀서 기억이 덜컥거린다
집보다 사람이 더 싸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은 왜 하는 거야
무너지는 게 있어서 그래요
무너지는 게
깊은 숲속에 소금을 핥으러 다닌다는 사슴이
우리나라에 있나
나비도 소금이 필요하다는 걸 백과에서 읽었다
암염(巖鹽)이라,
기억나지 않는 기억만큼 단단한 게 또 있을까
암염(暗炎)이라
그래 숲속은 어둡지
빛나는 눈이 보이면 짐승이 있다는 말이지
동물이 좋아 곤충이 좋아 어쨌든 우리 사람은 아니잖아
눈을 감고 들어가 보면
전세(傳貰)가 보인다
저 집은 어떻게 지었을까
높고 깊은 곳에 지은 집을 보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
돌을 이고 지고 거기까지 갔을까
집을 이고 가지는 못했을 테니 집은 무겁고 비싸
무겁고 비싸다 그러니 사람은 절벽을 이고
동물적으로 가벼워져라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
사슴들이 달려와 냄새를 맡고 고개를 젓는다
눈물 같은 닭똥이네
―계간 《시와 시학》 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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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영 / 광주 출생. 서울예술대학 미디어창작학부 졸업. 2016년 《현대시》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