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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20년 만에 고향집을 찾았다. 주인을 잃은 집은 5월의 따스한 햇 살도 피해 가는 것만 같았다. 가족들이 집을 떠난 뒤에도 아버지는 고집스럽게 이곳을 지켰 다. 시내의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어머니 말에도 꿈쩍하 지 않았다. 어머니는 남동생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고향집을 떠났고, 자식 들 모두 각자의 삶을 분주하게 살아내느라 홀로 사는 아버지를 보살피지 못했다. 아버지는 자주 아팠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몸 상태가 어떤지는 의사에게 듣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 가 고집 그만 피우고 남동생네에서 같이 살자고 여러 번 말했지 만 늘 손사래 쳤다. "다 늙어서 짐짝 되기 싫다! 나는 여기가 편하다. 내 집 두고 어 딜 간다고.... 됐다, 그만해라." 고향집은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졌고, 겨울이면 칼 바람이 창문 틈새로 들어왔다. 오래된 집을 부수고 반듯한 조립 식 주택을 짓는 마을 사람들과 달리 아버지는 깨진 창문의 유리 조차 테이프로 붙여 썼다. 가끔 어머니가 고향집에 내려가 청소를 하고 망가진 곳을 고치 려 하면 아버지는 화를 냈다. "아직 몇 년은 더 쓸 수 있으니 건들지 마라!" "어휴, 고물상에서 도 안 가져갈 것들만 수두룩한데 무슨 소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가는 불똥이 튈 것 같아 조용히 주방에 쌓인 그릇들만 정리했다. 언제부턴가 가족 모임 장소는 고향집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이 사는 집으로 옮겨졌다. 아버지도 당신의 생일상을 받기 위해 차 로 두 시간을 달려 아들 집으로 와야 했다. 고향집은 그렇게 점점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 갔다. 고향집이 낡은 만큼 아버지의 몸도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 다. "늙으면 하나둘 고장나는 거지 뭐. 내 걱정은 마라." 하루가 달 리 주름이 늘고 낮빛이 어두워지는 아버지에게 걱정을 비치면 늘 괜찮다는 말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뻔히 괜찮 지 않은 모습을 보고도 그저 그런가 보다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 고향집에 갔다. 곳곳에 가족들 의 추억이 남아 있었다. 창문에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껌 종이 가 붙어 있었고, 소풍날과 운동회, 졸업식 사진을 끼운 먼지 쌓인 액자가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책장에 꽂힌 앨범 사이에 두툼한 종이 뭉치가 포개져 있었다. 나와 동생이 받아 온 상장 더미였다. 둘이서 서로를 보며 피식 웃 던 그때, 어머니가 말했다. "너희들 아버지가 이 집 지을 때 얼마나 공들였는지 아나? 하루 면 끝낼 일을 일주일 동안 해서 공사 기간이 예정보다 한 달이나 길어졌었지." "이 집을 아버지가 지으셨어?" "집 짓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산다더 니, 약속 하나는 지키고 갔네..." 아버지가 고향집을 떠나지 않은 건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을 까, 우리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였을까. 어쩌면 둘 다였을지 도 모르겠다. 김미옥 | 대구시 동구 한 사람의 철학은 그가 한 말이 아닌 그가 한 선택을 통해 드러난 다. _ 엘리너 루스벨트 |
Rebecca Drimmel - Good morning,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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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
소중한 멘트 감사합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듯,
비오는 아침을 맞이합니다
행복한 화욜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고향집
감사히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좋은 멘트 남겨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