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합, 미래를 위한 개혁인가 '사관농장'인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권력이 어떻게 상식을 왜곡하고, 그 왜곡을 합리적인 개혁으로 포장하는지를 보여 준
우화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회자되는 또 다른 우화가 있다. 물에서 가장 뛰어난 오리에게는 "달리기를 못한다"며 육상
훈련을 시키고, 육지에서 살아가는 닭에게는 "헤엄을 못 친다"며 수영 특훈을 시킨다는 이야기다.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
하기보다 모두를 똑같은 기준으로 재단하는 어리석음을 풍자한 이야기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합 국군사관학교 설립안을 바라보면 이 우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서로 다른 임무와 전문성
을 가진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학교로 통합하겠다는 발상은 자칫 '동물농장'이 아니라 '사관농장'을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전의 양상이 인공지능(AI), 사이버, 우주를 아우르는 다영역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장교 교육 역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동성을 강화하고 군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취지 자체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오늘날 어느 군도 단독으로 싸우지 않으며, 육해공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하나의 전장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합동성 강화'와 '사관학교 통합'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군사학에서 합동성은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조직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문성이 먼저 존재해야 진정한 협력도 가능하다. 각 군은 작전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육군은 지상전을 중심으로 기동과 화력, 지형을 이해해야 한다.
해군은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함정 운용과 해양 전략을 익혀야 한다.
공군은 항공역학과 공중전, 항공작전이라는 독자적인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출발점부터 다른 교육을 하나의 틀 안에서 획일화하는 것이 과연 전문성을 강화하는 길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군사 선진국들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해군사관학교 애너폴리스, 공군사관학교는 각각 독립적
으로 운영된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기본적인 장교 양성은 각 군의 특성에 맞춰 실시하고, 합동교육은 임관 이후 참모교육과
실전훈련, 연합작전을 통해 강화한다. 즉, 전문성은 분리 교육으로, 합동성은 이후 교육으로 완성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전이므로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한 실증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주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국가적 개혁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군사적 검증 없이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모습이다.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의 군 전통과 조직문화, 리더십 철학을 이어가는
국가안보의 뿌리다. 한번 잘못 바꾸면 쉽게 되돌릴 수도 없다.
노태우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관학교 통합은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각 군의 전문성 약화와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 당시 제기된 문제들이 오늘날 모두 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첨단 무기체계가 발전할
수록 각 군의 전문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교육 또한 더 세분화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이란 기존의 것을 모두 허물어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리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합동성이 부족하다면 공동훈련을 확대하고, 사관학교 간 교류교육을 늘리며, 임관 이후 합동참모 교육
을 강화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굳이 세 학교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단정할 이유
는 없다.
더구나 국가안보는 정치적 구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체계를 뒤흔드는 것은 장교 양성의 연속성
과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국군의 미래를 좌우할 제도라면 무엇보다 객관적인 연구와 군 내부의 충분한 의견수렴, 국민적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오리는 끝내 닭처럼 달릴 수 없고, 닭은 오리처럼 헤엄칠 수 없다. 그러나 오리는 물에서 가장 뛰어나고, 닭은 육지에서 제 역할
을 다한다. 다양성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한 뒤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합동성이다.
사관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육군은 육군답게, 해군은 해군답게, 공군은 공군답게 최고의 장교를 길러낸 뒤 하나의 전장에서 함께
싸우게 하는 것이 세계 군사교육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지혜이다.
개혁은 필요하지만, 개혁이 획일화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능력을 하나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순간 우리는 미래형
장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리에게 달리기를 강요하고 닭에게 수영을 강요하는 또 하나의 '사관농장'을 만들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국가안보를 책임질 백년대계는 속도가 아니라 신중함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