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서쪽 자락, 성삼재 밑에 둥지를 튼 천은사는 남부지방 제일의 선찰로 조계종(曹溪宗) 소 속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화엄사(華嚴寺)의 말사(末寺)로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청정하기로 명성이 높은 천은사계곡이 절 옆구리를 흐르고 있고 우람한 봉우리 가 절을 포근히 감싸고 있어 자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다.
천은사는 신라 후기인 828년(흥덕왕 3년)에 인도 승려인 덕운(德雲)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는 당나라를 거쳐 신라(新羅)로 건너와 절을 세울 명당을 찾아 전국을 주유하던 중, 지리산에 들어 와 천은사를 세웠다는 것이다. 허나 극락보전 상량문(上樑文)에는 '唐 僖宗 乾符二載 緣起相形而建設 德雲因勢而增修... (당 희종(熙宗) 건부2년(875년)에 연기( 도선국사)가 가람을 창건하였고 후에 덕운이 증수했다...' 기록이 있으며, 왜정 때 간행된 구례읍지(求禮邑誌)에는 창건주 연기(緣起)는 도선국사(道詵國 師)의 별호(別號)로 이를 잘못 해석하여 덕운이 창건주로 잘못 전해지고 있다고 쓰여 있다. 이 기록을 통해 도선이 9세기 후반에 창건을 하거나 약간 그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짐작되며, 보다 상세한 기록과 물증이 없어 정확한 창건시기와 창건주는 알 수 없다.
고려 때는 고려 정부의 지원으로 번영을 누렸으며, 충렬왕(忠烈王, 재위 1275~1308) 시절에는 ' 남방제일선원(南方第一禪院)’이 되기에 이른다. 많은 수도승(修道僧)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수행 을 하면서 제일의 선찰로 우뚝 선 것이다. 허나 조선으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고 임진왜란 때 파괴되어 잿더미가 되고 만다. |
그 이후 1610년(광해군 2년) 주지 혜정선사(惠淨禪師)가 다시 절을 일으켜 세웠으며, 1679년 단 유선사<袒裕禪師, 혹은 조유선사(祖裕禪師)>가 크게 중수했는데, 이때 절 이름이 감로사(甘露寺 )에서 천은사로 바뀌었다. 감로사는 이슬처럼 맑은 샘이 있어서 유래된 것인데 숨은 샘이란 뜻 의 천은사로 바뀐 사연은 다음과 같다.
단유선사(조유선사)가 절을 중수할 무렵, 법당 남쪽 50보 거리에 샘이 있었다. (수각에 있는 감 로샘) 그 물은 맑고 달아서 마시면 정신이 뚜렷해지고 오래 마시면 지병이 완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샘을 지키는 큰 구렁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샘을 지키는 것까지는 좋으나 문제는 사 람을 겁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구렁이가 어슬렁 밖으로 나왔다가 승려가 던진 돌에 비 참한 최후를 맞았는데, (혹은 승려가 용기를 내서 때려 죽였다고 함) 그 이후로 샘에 물이 솟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여 승려들은 그를 묻어주고 치성을 드렸으나 물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 래서 '샘이 숨은 절'이란 뜻의 천은사(泉隱寺)로 이름을 갈았다고 한다. 허나 이름을 갈아버린 이후에는 이상하게도 화재가 자꾸 일어나 애써 키운 가람이 잿더미가 되 었다. 그래서 승려와 마을 사람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키던 구렁이(혹은 이무기)의 복수라 여기고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 마침 조선 4대 명필가의 하나인 원교 이광사(李匡師)가 놀러왔다.
승려로부터 그 사연을 전해 들은 이광사는 물이 흘러 떨어질 듯 한 필체인 수체(水體)로 '지리 산천은사'란 현판을 써 주며 '이 글씨를 일주문 현판에 걸면 다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 오~~'했다. 사람들은 그깟 글씨가 화기(火氣)를 막겠나 싶어 걸어봤더니 정말로 이후로는 화재 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1715년 팔상전에 영산회상도(靈山會相圖)를 제작했고 1749년 칠성탱화를 조성했다. 1774년(영조 52년) 5월에는 혜암선사(惠庵禪師)가 예전에 파괴되어 방치된 전각을 중수하면서 절을 새롭게 중창했다. 혜암선사는 천은사의 부속암자인 수도암(修道庵)에 머물러 있었는데 당시 남원부사( 南原府使) 이경륜(李敬倫)에게 도움을 청해 지리산에 안긴 여러 절의 협조를 받아 2년 간에 걸 친 중창불사를 이루어냈다. 지금의 가람은 대부분 이때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1776년 신암(信 庵) 등 14명이 참여하여 아미타후불탱화를 그렸으며, 1833년 '천은사제석천룡도'가 제작되었다.
1915년 3월 조선30본산연합사무소 상치원(常置員) 제1회 총회에서 중앙학림(中央學林) 설치문제 를 논의했는데 학림 학생의 모집은 각 본사와 말사의 등급에 따라 모집하기로 했다. 천은사는 5 등급으로 분류되어 학생 1인에 본년도 예비과의 경비로 44원 50전씩 분배했으며, 같은 해 11월 사립중악학림 인가원을 제출해 인가를 받았다.
1928년 조선총독부에서 조사한 선방(禪房)의 관례를 보면 선방에 따라 일반적으로 행하는 청규 절목(淸規節目) 18항 이외에 특수한 관례가 있었는데, 천은사에도 특수한 관례가 있었다. ① 호적상 처자가 있는 이들 가운데 가족과 서신 왕래가 빈번하여 선가(禪家)의 도심을 문란케 할 염려가 있는 이는 입참(入參)을 불허한다. 단 발심납자(發心衲子)는 허락한다. ② 좌선할 때 연고 없이 결석하거나 규칙을 문란케 하는 이는 3차례 주의를 하고 이에 복종치 않으면 동거치 아니한다. |
넓직한 경내에는 법당인 극락보전을 비롯하여 보제루, 명부전, 관음전, 방장선원, 진영각 등 약 20동의 건물이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으며, 상선암과 수도암, 도계암, 삼일암 등을 부속암자 로 거느리고 있다. 그외에 약사암(藥師庵)도 있었으나 지금은 경내에 편입시켜 방장선원(方丈禪 院)으로 삼았다. 소장 문화유산으로 극락보전에 있는 아미타후불탱화(보물 924호)를 비롯하여 괘불탱(掛佛幀, 보 물 1340호)과 나옹화상금동불감(보물 1546호) 등 보물 3점과 극락보전, 삼장탱화 등의 지방문화 재 2점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부속암자 4곳을 포함한 경내 전체는 전남 지방문화재자료 35호 로 지정되었다. 또한 오래 전부터 경내 뒤쪽에 야생차밭을 경작하고 있어 봄과 여름에 진행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서 차잎 따기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
번뇌도 쫓아오다 떡실신할 정도로 지리산 깊숙한 곳에 터를 닦아 아늑하며, 속세와도 제법 거리 를 두고 있어 번잡하지 않다. 지리산의 빼어난 풍경과 계곡을 든든한 후광(後光)으로 삼아 속인 (俗人)들의 발길도 상당하다. 예전에는 구례 제일의 벽지로 접근이 불편했으나 성삼재를 거쳐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확장/포장되어 접근이 쉬어졌다. 속세의 짐을 벗고 오염된 마음을 다독거리고 싶거나 속세에서 자신의 존재를 잠시 지우고 싶을 때 무작정 찾아와 안기고 싶은 그 런 산사이다.
※ 천은사 찾아가기 (2012년 4월 기준) ① 버스 이용시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직행버스가 거의 2시간 간격으로 떠난다. (1일 9회) *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직행버스가 1일 10회 다닌다. * 광주터미널(유스퀘어)에서 구례행 직행버스가 20~50분 간격으로 다닌다. * 전주와 남원, 순천, 여수에서 구례행 직행버스 이용 ② 열차 이용시 * 용산역과 영등포역, 수원역, 천안역, 서대전역, 익산역, 전주역에서 전라선 열차가 거의 1~2 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에서 여수행 고속전철 이용) ③ 현지교통 * 구례터미널에서 천은사행 군내버스가 1일 14회(천은사까지 6회, 천은사 경유 노고단 8회) 운 행되며, 노고단 노선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는 다니지 않는다. * 구례구역에서 갈 경우 구례읍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구례터미널에서 천은사행 군내버스로 환승한다. (구례구역에서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하는 노고단행 버스만 천은사 경유)
★ 천은사 관람정보 (2012년 4월 기준) * 입장료 : 어른 1,600원 / 청소년 700원(20인 이상 단체 600원) / 어린이 400원(단체 300원) * 관람시간 : 7시~19시 30분 * 천은사에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1박 2일 기준으로 어른 4만원, 청소 년은 3만원이다. 신청과 문의는 천은사 홈페이지나 전화(☎ 061-781-4800) 요망 ① 산사체험 템플스테이 - 매월 운영되며, 1박 2일과 2박 3일 코스로 진행된다. 사찰예절과 아 침/저녁 예불, 참선, 감로숲 체험, 야생차밭 관람, 차잎 따기와 차 만들기, 다도체험, 발우 공양 등을 경험할 수 있다. ② 휴식형 템플스테이 - 1년 아무 때나 찾아와 프로그램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머무는 프로 그램이다. 단 아침과 저녁예불, 공양시간을 지켜야 되며, 최대 4일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 ③ 3사3색템플스테이 - 구례와 곡성 지역의 주요 사찰인 화엄사와 천은사, 도림사 3곳의 절에서 각각 1박 2일씩 총 3박 4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여름에 한시적으로 열린다. 참 가비는 15만원(초중고생 10만원/초등학교 이하 5만원)이다. * 소재지 -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70 (☎ 061-781-4800, 팩스 061-781-4801) * 천은사 홈페이지는 아래 사진을 클릭한다. |
첫댓글 우와... 수홍루와 피안교 정말 멋집니다.!!!
가을 단풍 때나 노을 질 때 정말 멋지겠네요. ^^
천은사 수홍루와 피안교가 좀 유명하지요. 관광 관련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는 모델입니다. 아 그리고 게시판 폭이 좁아서 오른쪽이 좀 짤려서 나오는데, 이거 손좀 봐주시길~ (운영진 메뉴 들어가서 까페꾸미기 -> 레이아웃에서 게시판 폭 고정의 체크를 해제하면 됨)
체크하니깐 중간 정렬방식에서 좌측정렬로 바꿔났네. 생큐~ / 천은사봄내가 생각나는구맘..^^
앗 감사~~ 궁궐모임 간만에 한번 나가야 될텐데 요즘 계속 여건이 안되는군요. 돈두 없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