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상의 또 다른 흐름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2021107086 김수미
중간고사 대체 과제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철학과 관련된 학과에 속하지도 않고, 철학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제가 이 강의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 찾아봤던 강의 계획서의 교재가 ‘애니메이션으로 떠나는 철학 여행’이었던 점이었습니다. 저는 굉장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물론 취향이 뚜렷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면이 있긴 하지만, 취향이란 게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꽤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강의가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드는 것과는 별개로 저는 철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 이 과제를 받았을 때 ‘문화콘텐츠에서 철학 사상의 흐름을 찾아낸 간략한 보고서’란 주제는 저에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보고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애니메이션 속의 창작 세계관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철학 사상의 흐름이란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의도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것에 따라 달라지는 독자들의 반응이, 어쩌면 이것 또한 철학 사상의 한 흐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진격의 거인’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정체불명의 식인종 거인들에 의해 인류의 태반이 잡아먹히게 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생존자들은 파라디라는 나라를 세워 높이 50m의 거대한 삼중의 방벽 월 마리아, 월 로제, 월 시나를 건설하고 그곳으로 도피, 방벽 내부에서 100여 년에 걸쳐 평화의 시대를 영위하게 된다. 그리고 100여 년이 지난 후, 대부분의 주민들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온 평화에 안주하는 반면, 주인공은 사람들이 거인들에게 둘러싸여 벽 안에서 가축같이 살아가는 세계에 커다란 불만을 느낀다. 그는 벽 밖의 세계로 나가서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며 탐험하는 것을 열망하고, 모두가 자신을 별종이라고 취급해도 매일 월 마리아 밖으로 방벽 외부 조사를 나가는 조사병단을 선망하며 꿈을 키워갔다. 그러던 중, 자신의 고향에 돌연 나타난 초대형 거인이 방벽을 뚫자, 그 구멍으로 들어온 거인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잡아먹히고, 그 날로 인류의 평화는 깨진다. 주인공은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거인에게 잡아먹히자, 복수심을 느끼고 조사병단에 지원한다. ‘ 여기까지가 애니메이션 초반부의 줄거리입니다.
‘진격의 거인’은 한국에서 논란이 심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소비하기 꺼려지는 주제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진격의 거인’은 우익이다 아니다에 대한 논란이 큰 애니메이션입니다. 내용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사실 거인의 존재는 인간이었고, 이들은 마레라는 나라에서 추방된 자들이었다. 이들의 조상이 지금은 파라디 섬으로 도망친 엘디아인이라는 것이다. 이 엘디아인은 거인의 능력을 얻고서는 다른 민족들을 억압하고 자유를 빼앗고 약탈했다. 그에 마레 국은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파라디 섬으로 미처 도망치지 못한 이들을 데리고 수많은 거인들을 만들면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난다. 그에 같은 엘디아인이었던 주인공이 거인이 된 상태로 인류를 말살시킨다. 하지만 인류를 희생시킨 주인공에 대해서 한 등장인물이 주인공을 향해 “우리들을 위해 학살자가 되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한다.’라는 부분입니다. 이를 보면서 인류의 80%를 희생시킨 주인공이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희생한 영웅으로 비쳤던 장면을 둘러싸고 일본이 과거 전범국으로써 주변국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다른 나라에 복수하는 내용을 찬양하는 듯한 뉘앙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나아가서 주인공의 인류 대학살이 과거 히틀러가 대학살을 통해 제국주의를 종결했음을 옹호하는 내용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파라디 섬의 입장이다 보니 마레 국이 마치 파라디 섬 주민들을 공격하려는 것처럼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레 국 또한 파라디 섬으로 도망친 엘디아인들이 먼저 자신들의 나라를 식민지화하고 탄압하면서 모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반박하는 입장으로는 ‘진격의 거인’은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제국주의로 인한 참담한 현실을 비꼬는 애니메이션라고 주장합니다. 그 예로 만약 이 작품이 우익이었다면 마레 국은 큰 피해를 입고 파라디 섬의 승리로 끝났을 테지만, 그러지 않고 파라디 섬과 마레 국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전쟁은 누군가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란 것을 강조한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해당 장면이 방송되고 수많은 논란으로 비판을 받은 ‘진격의 거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진격의 거인’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우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이 논란에 대해서 찾아보면서 앞으로 어떤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을 보게 된다면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사상을 담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서 같은 주제의 작품이더라도 완전히 다른 내용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사회주의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사회주의에 대해 찬양하는 글을 읽게 된다면 전부가 그러진 않겠지만,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선 저부터 작품에 숨겨놓은 작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만의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독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참고 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진격의 거인’, 나무위키 ‘진격의 거인 줄거리’, 디지털 투데이 기사 ‘진격의 거인 9일 완결…제국주의 우상화 논란’
첫댓글 논란이 꽤 많은 작품으로 알고 있어요. 묘사되는 수위나 세계관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요. 시즌 1 방영 때만 하더라도 긍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즌이 계속되면서 과제에서 서술한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었어요. 독자, 곧 시청자가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합니다만, 원작자의 의도도 파악해볼 필요는 있겠지요. "전쟁은 모두에게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점은 틀림이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