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떠오르는 태양, 구로교당~!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13일차 : 1월 17일 일요일 (트래킹 2일차. 톨카-란드룩-뉴브리지-간드룩)
윤상현 추천 0 조회 37 10.09.09 11: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 히라 롯지의 아침식사

 2. 아래에서 본 페디 마을. 붉은 기둥의 히라 롯지와 그 아래 천막 친 곳은 혼사있는 집

 3. 계단 밭의 유채

 4. 갑자기 커진 안나푸르나

 5. 산간의 주민들

 6. 수다떨며 등교하는 여학생들

 

7. 길가 롯지에 만개한 금계국

 

 8. 산간마을의 축구

 9. 모디콜라 계곡

 11. 모디콜라계곡 내리막길

 12. 계곡의 물줄기

 13. 산골의 소녀

 14. 산간 마을

 15. 산간의 물소

 16.  밀란 호텔 마당에서

 17. 안나푸르나

 18. 안나푸르나

 19. 마차푸차레 정상

 20. 사우스 안나푸르나 정상

 20. 안나프르나의 일몰

 

13일차 : 1월 17일 일요일 (트래킹 2일차. 톨카-란드룩-뉴브리지-간드룩)

어제 밤에 모닥불 곁에서 ‘롯지’ 주인과 늦게까지 어울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시설이 열악하여 좀 걱정하였으나 아무 이상 없이 숙면을 취했다. 아침 공기가 선선한 것이 한국의 가을 느낌이다. 후원(後苑)의 식탁에서 버너를 피워 아침 식사를 준비하니 몸이 따뜻해온다. 동편에 솟은 황금 햇살은 ‘안나푸르나’ 꼭대기에 닿아 장관이고 텃밭에는 병아리 딸린 암탉이 아침거릴 찾느라 분주하다.

요가로 준비운동을 하고나니 8시 30분, 벌써 해가 중천이다. 서둘러 급경사 길을 내려와 출렁 다리를 건넌다. 잠깐 사이에 고도가 많이 낮아지고 햇볕 또한 좋아서 무척이나 따뜻해졌다. 아침의 계곡에서 숲속의 무리 진 새들이 떠들썩한 노래하니 느낌이 상쾌하다. 몸을 돌려 올려다보니 어제 묵은 ‘톨카’ 마을의 ‘히라 롯지’가 벌써 아득한데 그 아래 혼사(婚事)집엔 아직까지도 모닥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늘은 더욱 맑고 공기는 따뜻하다. 듬성듬성 넓은 무화과 잎사귀 사이로 굽이굽이 계단밭이 펼쳐졌고, 돌보는 이 없이도 유채꽃의 노란 빛이 계곡의 싱그러움을 보탰다. 까마득한 저 아래 오솔길을 걷는 나그네들의 느릿한 행보(行步)를 봄에 내 발걸음도 편안하다.

다시 한 모퉁이를 돌아서니 갑자기 더욱 커진 설산(雪山)이 다가서며 그 아래쪽으로는 깊은 골자기가 짝을 맞추었다. 그 계곡 너머로 가파른 산길 따라 아득한 중턱에 포실한 마을이 자리했다. 바로 오늘의 목적지 ‘간드룩’ 마을이다. 거센 물살 흐르는 계곡으로 완전히 내려간 다음 다시 다리를 건너 급경사 길을 올라야만 되는 까마득한 산행인 것이다. 아픈 무릎 주물러가며 가만히 마음을 다잡아본다.

자주(紫朱)색 치마에 주홍(朱紅) ‘가디건’ 차림의 몇몇 여학생들이 수다를 떨며 지나간다. 모두가 책가방을 맨 걸 보니 학교에 가나보다. 까르르한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이 여간 밝은 게 아니다. 하이틴 시절의 활기는 어디나 마찬가지리라.

이 편 산록의 능선에서 마지막 마을인 ‘란드룩’에 닿았다. 9시 50분. 길 가에서 중천(中天)에 솟은 햇빛을 받은 주홍 빛 ‘금계국(金鷄菊)’이 아름답다. 이곳 여인들의 옷차림에서 보던 바로 그 색깔이다. 마을의 끝자락 삼거리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오른쪽 화살표로 ‘촘롱’, 왼쪽으로는 ‘뉴 브리지’, 방향 표시가 선명하다. ‘촘롱’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이르는 방향으로 우리의 이번 목적지는 아니다.

어제 밤에 ‘롯지’에서 만나 알게 되었던 ‘대전’의 ‘홀로 여행자’와 작별했다. 저녁 식사 후에 쉬고 있을 때 갑자기 찾아와 도움을 청해온 사람이다. 그 역시 식사 준비를 하다가 그만 칼에 베었다는데 별 시설이 없는 산중에서 난감해하던 차에 그의 응급처치를 우리가 도운 것이었다. 귀국 날짜를 오픈 해 둔 상태에서 혼자 정처 없이 ‘히말라야’를 헤매고 다닌다는 자유인이다. 사람 좋아 뵈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그래도 설날 안쪽으로는 귀국 해야겠지요...”라는 말과 함께 ‘촘롱’을 향하여 총총히 사라진다. 돌담길을 돌아 사라지는 그의 어깨가 ‘펼쳐진 날개’로 보인다.

이제부터의 앞길은 경사각 70。의 내리막이다. 구불구불 가파른 길이 곧바로 계곡을 향하여 곤두박질친다. 걷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쪽빛 하늘아래 하얗게 눈 덮인 봉우리들과 깊은 계곡의 포말 진 물줄기가 한 장의 도화지에 든 듯하다. 그 사이로 누렇게 비어있는 다락 논과 까마득한 돌계단이 그림처럼 얹혔다. 아무래도 내림 길인지라 발걸음이 쉽다. 조금은 터벅대며 가벼운 마음으로 사방을 조망(眺望)하고 가만히 노랫말도 중얼거려본다.

일행 중 한명의 행방이 묘연하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는 느슨한 산행인지라 일행들은 이미 그 대오(隊伍)를 잃은 지 오래다. 각자 알아서 오늘의 목적지 ‘간드룩’을 향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명이 계속 눈에 띠지 않으니 혹시 삼거리에서 오른쪽 ‘촘롱’ 방향으로 가버린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큰일이다. 비록 느슨한 산행이라고는 하지만 산중의 해가 짧은데다가 잘못 간 길을 되돌아오려면 힘이 두 배로 들것이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결국 ‘촘롱’ 방향으로 가서 확인할 것을 내가 자청하였다. 하지만 책임감 강한 인솔대장은 나를 만류하며 그 자그마한 몸집으로 비탈길을 되오른다.

타박 걸음 느릿하게 ‘모디 콜라’계곡에 내려서니 물살의 기세가 자못 사납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든지라 물빛 또한 차가운데 그 위로 격자 모양의 구조를 한 신식의 다리가 견고히 놓였다. 이른바 ‘뉴 브리지’로서 이전의 어설픈 출렁다리를 대신한 것이다. 움막의 처마 밑에는 먼저 도착한 몇몇이서 다리쉼을 하며 간식(間食)중이다. 배낭을 벗어두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수 십 마리 양떼와 함께한 양몰이 소년의 눈인사를 뒤로하며 내려서는 바위길이 위에서 보기와는 달리 몹시 험하다.

구르는 자갈을 무릅쓰고 계곡에 내려서니 물소리가 우렁차다. 답답했던 등산화를 벗고서 발을 씻고 나니 날듯이 기분 좋다. 힘찬 물보라를 견디며 물속에 서있는 아우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저 위의 그늘에서 그냥 쉬면서 마냥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런 모습을 그저 구경만 할 따름이니 같은 여행길에서도 대상을 느끼는 방식이 서로 다름을 알겠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역시 ‘텐 루피’와 ‘기브미 캔디’를 외친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출발이다. 계곡을 향하여 하염없이 내려왔으니 또 다시 하염없이 올라가야만 한다. 대략 표고(標高) 차(差) 칠, 팔백 미터는 올려야 되리라. 등산을 새로 시작해야하는 처지이다 보니 위로 놓인 가파른 계단 길에게 조금은 질리는 느낌이 든다.

길가 작은 쉼터에 한 무리 여행객이 앉았다. 건네는 인사에 한국말이 건너온다. 무주와 안산에서 왔단다. 우리처럼 산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무리라. 이 먼 곳 깊은 골짜기까지도 유럽 쪽 백인들 몇 명 외에는 거의가 한국인들인 것 같다.

내려올 때와는 달리 양지바른 남쪽 사면(斜面)을 오르노라니 보통 더운 게 아니다.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한 산간(山間) 부락(部落)이지만 수로(水路)에는 물이 넘쳐난다. 물길 따라 이어진 돌계단 길을 뾰족하게 휜 뿔을 가진 물소 떼와 함께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자 능선 뒤로 숨었던 ‘마차푸차레봉(峰)’의 지느러미 형상이 아름답게 나타난다. 두개의 설봉(雪峰)을 가지고서 전체적으로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를 닮아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데, 여기 말로 ‘마차’는 물고기요 ‘푸차레’는 꼬리란다. 이 산은 ‘히말라야’의 많고 많은 고봉(高峯) 중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으며 네팔 당국의 입산 통제로 인하여 아직까지도 등정자(登頂者)가 없는 신비의 산이다.

모퉁이를 돌아들자 계단 끝이 하늘에 맞닿은 곳에 두 마리의 물소가 길을 막아섰다. 무심한 소몰이꾼은 나그네를 아랑곳하지 않고 약초 캐기에 여념이 없다. 조심조심 겨우 쇠뿔을 피해 올라서니 성황당 돌무더기 뒤편에 산문(山門)이 자리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간드룩’마을의 초입(初入)에 들어 선 것이다. 멀리서 한 눈에 보아도 산간 마을치고는 굉장히 큰 규모에 ‘안나푸르나’의 산군(山群)을 머리 위에 이고 있다. 양지쪽 경관 좋은 곳에는 예쁘게 꾸며놓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보통의 민가에 섞여있다. 길 따라 물골 곁엔 물레방아간도 자리했으니 역시나 큰 규모의 마을이리라. 숲 속의 벌목(伐木) 인부들은 생(生)나무를 켜서 목재로 가공한 뒤 그냥 등짐을 져서 가파른 길을 오른다. 우리 같은 여행자에 비하니 자그마한 체구에도 놀라운 체력이다. 저 편에 한창 수리중인 집에 소용되리라.

마지막 힘을 짜내어 비탈길에 올라서니 오늘의 숙소 ‘밀란 호텔’의 소박한 간판이 오롯히 서서 반겨준다. 들어서는 입구는 말뚝을 박아두어 장애물을 삼았다. 아마도 소나 말 따위의 짐승 출입을 막으려는 장치 일게다.

‘롯지’의 마당 한 가운데 늘어진 ‘타르초’ 깃발 사이로 ‘안나푸르나’ 높은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한데 그 장쾌한 모습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의자를 당겨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설산(雪山) 대하니 뭔가 뜨거운 것이 벅차오른다. 언감생심(焉敢生心), 8,000m에 오르기를 바라리오만은 이렇게 가까이서라도 한번 보는 게 소박한 꿈이었는데 이제 자그맣게 소원을 이룬 것이다.

산중(山中)의 짧은 해가 벌써 기울어간다. 홀로 시간을 내어 마을 안쪽을 산책하노라니 우리의 어릴 적 시골 모습 그대로이다. 집집마다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나는 가운데 동구 밖의 아이들은 흙장난이 한창이다. 마을의 끝에서 굽어보니 유장한 ‘모디 콜라’계곡은 어스름에 더욱 깊어 뵈고 어느덧 어두워가는 설산(雪山)의 거대한 벽들은 그 높이를 더했다. 동내 안길에 마련된 ‘마니차’를 돌려보며 숙소로 향한다. 곱게 머리를 땋은 소녀에게 예쁘다며 인사를 건네니 너무나도 수줍어한다.

여섯시가 되자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두 곳 설산의 정상만이 붉은 빛으로 신비감을 보탠다. 시장하다. 각자가 미리 준비했던 배낭 안의 식량들을 다 털어 모아 만찬을 준비한다. ‘롯지’ 주인의 부엌에서 큰 냄비를 빌린 뒤 모아진 식량을 함께 담아 푹푹 끓여내니 산 속의 밤 추위마저 날려주는 땀나는 음식이 되었다.

달빛 없는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빼곡한데 은하수는 동남으로 비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