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구들은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손가락만 까딱 하면 모든게 해결 되는
편리한 보일러 난방 시대에
겨울에 얼어죽지 않으려면
온 힘을 다해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대야 하고
찬바람 등에 업고 그을음 묻혀 가며
매운 연기와 날마다 씨름해야 되는 구들 온돌을
악착같이 고집함은 꼭 비싼 기름값 걱정 때문만은 아니다.
따뜻한 기운을 날마다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 이번 기회에 열심히 배워보자. "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애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놓고
우리 마을에서 구들을 잘 놓는 이웃 형님에게 부탁을 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구들 놓는 형님의 옛날 집에서 얻어다 놓은 구들을 준비 하였다.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구들 일은 힘들기도 하려니와
처음 부터 새로 놓는 구들은 차라리 하기 쉽지만
이번처럼 아궁이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여 몇십년이나 오래 되다보니
곳곳이 분진으로 막혀 전체를 들어내고 청소를 한 후 다시 놓기로 하자 하니
형님 말씀이 두배로 힘이 드는 일이란다...^^
일단 겉흙을 걷어내고 구들돌을 치우고 청소를 하는 일을 우리가 먼저 해놓기로 하였다.
좁은 방안에서 수십년 된 먼지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는데
햐 ~ ! 정말이지 엄청난 먼지 때문에 금방 연탄장수들이 되어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먼지를 가라앉힐 수 있도록 물을 뿌려가며 하기로 하였다.
원래는 몇군데만 조심스럽게 뜯어 이쪽 저쪽 에서 긁어 내며 청소하면
간편한 일이 될 수도 있는데 흙을 걷어내 보니 구들돌이 워낙 좋지 않아
밖에 준비해 놓은 구들돌들과 교체를 하기 위해 통째로 걷어내기로 하였다.
받침돌만 그대로 놔두기로 하였고 시작한 김에 말끔하게 청소하며
처음 과정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열기가 바로 빠지지 않도록 굴뚝 앞에서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개자리의 모습이다.
근 하루 반에 걸쳐 분진을 말끔히 긁어내고 청소를 마친 후
다음날 아침부터 형님을 모셔와 드디어 구들 놓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즈음 귀농도 하기전에 온갖 교육부터 받느라 애를 많이 쓰는데
우리의 삶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생활의 지혜를 어렸을적 부터 체득해온
평생 농사꾼 형님들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선생님들이다.
동네에 들어와 하나씩 배우다 보면 날마다 가장 훌륭한 교육을 받는 일이 된다.
황토흙을 준비하는걸로 우리의 준비는 끝나고
형님께서 가져온 볏짚으로 잘게 썰어 흙 반죽을 시작한다.
받침돌 위에 구들돌을 고정하고 잔들들로 고정을 시켰지만
흙 반죽을 차지게 하여 틈을 잘 메워야지 움직이지도 않고 열기도 새지 않는다.
황토흙이 물을 먹어버리자 한삽 뜨기도 힘이 들어 섞어가며 반죽하기가 너무 힘들어 진다.
낑낑대는 우리를 보고 껄껄 웃으시며 마댓자루를 가져오라시더니 자근자근 밟아 주랜다.
정말 말씀대로 멋지게 섞인다...^^
옛날에는 장화도 없고 마대자루도 없던 시절엔 맨발로 밟아 흙을 섞었다며
지금은 거저먹기란다.
운반하기 편리하고 쓰기 좋게 황토흙 주먹밥을 만들었다.
구들돌 위에 흙을 얆게 깔고 잘게 부순 숯과 소금을 적당량을 뿌린 후
찰지게 반죽한 흙을 두텁게 바르고 흙손을 이용하여 미장을 하였다.
황토흙을 좋은 걸 구해 왔더니 얼마나 차진지 흙손이 제대로 나가지 않아
형님께서 정말 애를 많이 쓰셨다.
특히 아궁이가 완전히 부서져 내려 어떻게 바로잡아야 될지 난감하였는데
형님께선 일절 시멘트를 쓰지 않고 볏짚을 섞어 잘 반죽한 찰흙과 돌만으로
아궁이 전체를 멋들어지게 고쳐 주셨다.
" 옛날에 시멘트가 오데 있었나 ? " 하시며 시멘트 보다 더 야물거라며
흙과 돌만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과연 며칠이 지나 단단히 굳게 되자
시멘트보다 더 단단한 것 같았다.
미장을 하고 난 후 하루종일 불을 때면 꾸덕꾸덕하니 마르기 시작할 때
바닥이 평평한 고무신을 신고 들어가 자근자근 밟아주면 벌어졌든 틈새들이 붙게 된다.
이틀을 늦은 밤까지 수고하신 덕분에 미장까지 끝나고 바로 말려야 된다시며
쉬지 않고 불때라 이르시더니 며칠 후 갈라지는 크랙을 메꾸기 위해 문지를 걸 만들어 오셨다.
밑바닥을 평평하게 잘 다듬어 놓으니 아주 멋진 방바닥 문지르개가 되었다.
책에서는 못보았던것 같은데 비싼 돈주고 구들 교육에 가면 저렇게 멋진 볏짚 문지르개를
구경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형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자꾸 횡재하는 기분이 드는건 어째서일까 ?
몸에 해로운 비닐장판 대신 바닥에 까는 자리도 형님의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은
기가막힌게 있다는데 궁금해진다...^^
앙금을 받아서 틈을 메꿔야 되는데 책을보고 제법 연구를 했건만 준비도 전혀 않고
멀뚱히 기다리다 대충 섞어서 하게 되었고 첫번쨰 크랙 메우기는
고생하시는 형님의 보람도 없이 대충 하게 된것 같다.
다음날부터 앙금을 잘 만들어 나보다 더 꼼꼼한 재홍이에게
크랙을 메꾸는 꼼꼼한 작업을 아주 맡겨 버렸다.
구들을 시작할 때부터 제일 열심히 하며 잘 배우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고맙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여 힘이 들더라도 마지막 마무리를 맡긴 것이다.
흙을 부지런히 나르는 일이 참 힘들었는데 마무리까지 하느라
제 딴에는 힘들었는지 코피까지 쏟아가면서도 후끈한 방안에 팬티하나만 걸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어찌나 꼼꼼하게 마무리를 하였는지 날마다 갈라지던 크랙이
거의 잡혔다. 그래도 한번 더 해야 된다며 장판을 못깔게 한다...^^
며칠동안 작은 전쟁을 치룬 것 같다.
마당엔 파편처럼 구들의 잔해가 널려 있지만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구들을 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남겨진 구들돌 위에 빛나고 있었다.
" 한개도 버리지 말고 전부 모태놓게나. " 하는 형님의 말씀대로
작은 돌 하나라도 다시 건조장 한켠에 전부 모아 놓았다.
교육은 무엇일까 ?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 ?
어느 선생님보다 훌륭한 구들을 놓으시는 형님께서 아버지에게 배웠듯이
나는 오늘 나의 아들에게 잃어버린 세월을 대신하여 형님을 아버지로 내세워
아들에게 구들을 가르친 셈이 되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날마다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할아버지랑 아버지랑 아들이랑 손자랑 함께 살아가며 날마다 가르치고 배우며...
구들일이 끝나고 황토흙이 남은김에 마당에 깔기로 하였다.
이번 여름에 갑자기 큰비가 오는 바람에 산에서 모래가 쓸려나와 마당에 깔아
이번 여름은 해변가 기분을 내었는데 이렇게 또 자연스럽게 황토가 생기자
마당에 깔아 놓고 잘 다져 놓으면 이리저리 쓰기 편리한 멋진 마당이 된다.
창고 한켠에 뻥하니 뚫린 구멍을 며칠동안 흙일을 배우더니 큰애가 알아서 메꾸고 있다.
6 년만에 메꾸는 거지만 앞으로도 배울일이 많을 테고 평생 심심할일이 없다.
무엇보다 무얼 잘한다고 무얼 안다고 큰소리칠 필요가 없는 삶이니 저절로 부처가 되어간다.
내친김에 뒤뜰로 가는길이 턱이 생겨 손수레가 다니기 불편한 곳을 두터운 나무 판자를 대고
황토흙으로 잘 만들어 놓으니 이래저래 황토흙만 있으면 안되는게 없을 것 같다...^^
날마다 아들들과 함께 일을 해보라...
우리의 걱정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는데 지금 우리네 삶은 전부 각자가 따로따로 삶이니
그만큼 걱정이 많을 수밖에...
우리의 농사는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늘 가족이 함께하니 평안과 행복이
저절로 스미는 콧노래와 함께 이쁜 고추들을 만지며 또한 행복에 젖는다.
몰라서 못하고 머리무거워서 미뤄두었던 구들일을
참으로 고마우신 동네 형님 덕분에 잘 배워가며 마치고 나니
풍요로운 가을 뒤에 따스한 겨울의 안식이 더없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오랜만에 풀천지의 모습과 소식을 전해 들으니 반갑습니다. 풀천지의 가을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바쁘셨나 보군요. 풀천지에 작두콩님이 안계시니 한동안 허전 했었지요...^^ 이번 가을은 눈이 부신 채로 흘러 가버릴 모양 입니다...^^
겨울을 따뜻하니 보낼수 있게 되었네요 넉넉한 대리만족을 가슴에 담고 감니더 ^^*
우리 민족의 역사는 구들의 역사라 할만큼 건강한 삶을 위하여 따뜻한 온돌 문화는 슬기로운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 입니다. 하지만 편리한 보일러 난방에 밀려 진귀한 골동품이 되어 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온돌 문화가 뜻있는 분들에 의해 지켜 나갈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가을들판님이 풀천지에 들르시어 구들이 얼마나 따뜻하게 잘 되었는지 확인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온돌은 만병을 치료하는 어머님의 따스한 품속입니다...^^
그러고 싶어요 *^^*
존경 합니다 님의 모든 생각과 삶과 교육과 권속들을요....
과찬입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신 여울님이야 말로 저희 풀천지의 귀감 입니다... 하시는 사업은 잘 돼시는지요 ? 즐거운 명절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볼때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감사를 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빈산님의 산등성이에 탐스런 보름달을 이번 추석엔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