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의 이방 도시 바르셀로나를 찾아서
마드리드 공항 상공에서 내려다본 메세타 고원의 모습
짧고 아쉬운 마드리드에서의 여정을 끝내고 서둘러 바르셀로나 행 여객기를 타기 위해 바라하스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마드리드 시가지에서 동쪽으로 15km 거리에 있는 공항까지는 30분 정도 소요 되었다. 오전 11시! 공항 계류장을 벗어난 여객기는 곧바로 이륙하여 메세타 고원을 따라 북상하였다. 바르셀로나 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국내선 여객기라 비교적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작은 여객기 창 너머로 메세타 고원의 붉은 대지가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솟아있는 피레네 산맥의 영봉들이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고 있었다.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 메세타 고원에 강물이 흐르면
구릉의 암소들은 새끼를 낳고
농부는 양떼를 팔아 낮잠을 산다.
시에라네바다의 물이 말라도 의심은 늘지 않고
밀 보리가 익지 않아도 질투를 배우지 않는 사람들
아, 나는 사라고사까지 걸어서 가야 한다.」
피레네 산정에 이어지는 눈쌓인 영봉들
쿠엥카 산맥을 넘어서면 이베리아 반도의 이방지대 카탈루냐 지방에 들어서게 된다. 알프스의 精氣가 드나드는 이베리아 반도의 동북부에 위치한 <카탈루냐(Catalunya)>는 북쪽엔 피레네 산맥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와 인접해 있고, 남쪽으로 지중해를 따라 길게 자리하고 있다.
‘에스파냐에는 지방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카탈루냐 지방에도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또 다른 나라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를 유지해온 지역의식과 독립정신이 강한 지역이다. 다시 말해 카탈루냐는 에스파냐 속에 있으되 에스파냐가 아닌 이방지역이었다. 지금 내가 찾아가는 바르셀로나를 에스파냐의 중심도시라고 해야 할지, 카탈루냐 국의 수도라고 말해야 할지 자꾸 망설여진다. 그만큼 에스파냐와 카탈루냐는 서로 먼 하늘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여객기에서 내려다 본 카탈루냐 땅
카탈루냐의 기원은 이슬람교도가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지배해 나가던 시기에 게르만 민족의 영향권 하에 있다가 966년 프랑크 왕국으로 부터 독립을 선언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카탈루냐는 중세 유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이슬람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고 부를 정도로 약 4세기에 걸친 황금시대를 맞이하였다. 허지만 그 이후 중앙에서 카스티야 왕국이 세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에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저하되어, 18세기 초 에스파냐 왕위계승 전쟁에 패배함으로서 급기야는 자치권을 잃고 에스파냐 제국에 흡수되어 버리고 말았다. 20세기 프랑코 독재시대에는 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가 탄압을 받았으나, 1977년 스페인이 민주화되는 과정에 자치권을 획득하여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가 살아나는‘카탈루냐 르네상스’시대를 가져오는 등 영광과 좌절의 역사를 겪었다.
카탈루냐 지방은 에스파냐의 밝은 이미지 그대로 일 년 내내 비가 적고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한 겨울에도 날씨가 맑은 날이면 반소매를 입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세계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한다.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의 모습
카탈루냐 상공을 날아오던 여객기가 지중해 바다 위를 한 바퀴 선회하여 바르셀로나 시 남쪽에 있는 <프라트 공항>에 착륙한 것은 12시가 넘어서였다. 마드리드를 이륙한지 1시간 20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였다. 인구 200만 여명의 <바르셀로나(Barcelona)>는 스페인의 17개 자치주 중 제일 큰 州都로‘스페인의 꽃’으로 불린다. 마드리드가 행정중심의 도시라고 한다면, 바르셀로나는 지중해를 거점으로 한 경제중심 도시로 발전해온 항구도시이다. 바르셀로나는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유럽대륙과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역사적으로 순탄치 않아
고립과 외침을 반복해 받아온 아픔을 간직한 도시이다.
바르셀로나 프라트 공항의 모습
도시의 분위기도 지금까지 보아온 스페인의 다른 도시보다 사뭇 달랐다. 다른 州들이 스페인 공용어인 카스티야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곳만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영향을 받은 카탈루냐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거리 곳곳에서 카탈루냐어로 표기된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카탈루냐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스페인적’이라기보다 지나칠 정도로‘카탈루냐’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제도와 문화적 전통에 상당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토록 독자적인 카탈루냐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그 속에서 독창적인 생각과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개성이 풍부한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 되었는지도 모른다. 세기의 건축가 <가우디>를 비롯하여 <미로>, <달리> 등 개성적인 예술가들이 이 지방에서 탄생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바르셀로나 공항 길목에 서 있는 삼성에니콜 광고 선전물
바르셀로나의 파랄렐 거리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들어서니 여느 도시에서나 맞볼 수 있는 매캐한 대도시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이라기보다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항구를 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영향을 막 바로 받아들이는 까닭에 도시는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분위기였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공항로 길목에 눈에 익은 우리의 글로벌 상품‘삼성 에니콜’광고 선전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동안 문화적으로 우리와 멀게만 느껴졌던 이곳 지중해 연안 라틴 문화권 중심에도 어김없이 우리의 경제력이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져 본다.
예부터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드린 바르셀로나에서는 다양한 도시의 모습들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중세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고딕 지구를 비롯하여 람블라스 거리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고딕 지구의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에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구시가지와 현대적인 도시 계획에 따라 잘 정비된 신시가지가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데 감탄하게 된다고 한다.
고풍스런 건물들이 늘어선 비아라이에타나 거리
바르셀로나 곳곳에는 스페인이 세계에 자랑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들과 미술관, 박물관 등이 많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바르셀로나에서의 여정은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옛 건물들이 가득 들어선 고딕지구 의 골목들과 피카소, 미로의 현대예술이 훌륭하게 융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예술의 거리’를 비롯하여, 19세기 말에 유행한 ‘모데르니스모’건축의 대부 <가우디>와 그의 라이벌이었던 <도메네크>와 <몬타네르>의 대표작들을 만나보는 역사와 예술의 탐방 루트가 될 것이라고 한다.
첫댓글 여전히 여행을 부지런히 다니시네요. 부럽습니다. 사진도 좋지만 글을 참 잘쓰시네요. 잘 정리하셔서 언젠가 책 한권 내세요. 추천 제목은 "이지연 오늘도 세상보러 떠납니다" .
신사장님 며칠 인터넷이 되지 않아 못들어왔는데 오늘 보니 캐나다에 가 계시군요? 제가 오히려 부럽네요. 캐나다는 아직 안가봤는데 거기 가셔서 사시나요? 여행으로 다녀와야 할 숙제의 나라입니다. 건강하시지요? 갑자기 뵙고싶네요. 그 푸근하고 정다운 미소가. 그리구요. 주신 리드 잘 간직하고 있어요. 3호라 가끔씩 꺼내 쳐다보기만 하지요.
살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상당기간 머물러야 할 것 같네요. 3호 불어보세요. 불으셔도 될텐데요. 근데 김만호원장님 글을 보니 못 뵈는 명단에 계시던데 연습장에 안 가십니까? 임헌욱 회장님도 그렇고..
제가요 다른 사람들과 좀 큰 공연에 참여하는 웃기는 일을 저질러서 그거 집중 연습하러 다른 곳에 좀 나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