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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키스탄의 서울 원문보기 글쓴이: Simon
정말 어려운 여행의 하루였다.
오늘 아침, 페슬라바드를 떠나 라호르로 향해서 일을 보고 또 다른 도시인 시알콧(Sialkot)로 향했다.
거기에도 공장이 있어서 좋은 가격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
시알콧은 내가 파키스탄과 인연을 맺을 때 처음 머물던 곳이다.
현지 공장의 한 사장이 인터넷을 통해 나를 자기네 회사 경영지도 고문(Management consultant)으로
초청해서 2년간 일을 봐 준적이 있고 지금도 그 와는 아주 좋은 친구사이로 늘 연락을 하면서 늘상
다녀가라고 하던 터였다. 라호르에서 약 170여키로 떨어진 공업도시로 우리네로 말하면 70년대
인천부펑 공단 같은 시설이 생겨나고 있는 곳이다.
예정보다 30분 늦게 4시경에 버스는 라호르(Lahore)를 출발해 시알콧으로 향했다.
라호르에서 시알콧 역시 고속도로가 공사 중이라서 아직은 국도로 운행이 되는데 중간지점인
구즈란왈라(Gujranwala)라는 도시를 통과를 해야 할 무렵 도시 입구부터 차가 막히면서 버스가 움직이질 않는다.
그 때 시간이 5시 50분경. 여기만 통과하면 50여분 후면 시알콧에 도착을 하는데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승객 중 한사람이 우회해서 가자고해서 가보지도 않는 길로 가던 중
옆의 승객이 전화를 통화 한 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내게 얘기해 주었다.
이때까지 얘기를 주고받으며 같이 왔던 터라 설명을 하는데 라왈핀디(Rawalpindi)라는
도시에서 오후 5시 10분경에 파키스탄 수상을 지낸 “부토(Benazir Bhutto)” 여사가
피살되었으며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해서 수명이 죽고 “부토를” 따르던 정파들이
흥분해서 또한 다른 세력들의 기물파괴와 총격전이 주요도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구즈란왈라라는 도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내에서 일어난 총격전으로 인해
아마도 통행이 막힌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버스 내의 승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버스가 늦어진다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궁금하여 현지 친구들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지금 모든 티브이가 뉴스특보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이 뉴스를 전하는데 나보고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고 버스 안에 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나를 마중하려고 준비 중에 있던 친구에게서도 전화가 왔는데
아무래도 정시 도착은 어려우니 늦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버스에 있으면 군인과
경찰들이 보호를 할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가까스로 우회를 해서 구즈란왈라를 지나고 시알콧을 향해 달리던 중 버스기사가
한통의 전화를 받고 난 후에 갑자기 가까운 주유소로 들어가 구석진 곳에 버스를 세운다.
그리곤 여기서 기다려야 한단다.
몹시 궁금했다. 조금은 당황스럽고... 대우 라호르 사무실 이 이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현재 모든 출발버스는 운행정지를 했고. 현재 목적지로 운행 중인 버스는 관할지역
경찰의 지시를 받기로 했는데 보호대상 1호로 되어 보호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대우 고속버스도 약 1년 전에 폭동으로 페샤와르란 도시에서 50여대의 버스가 불타는
피해를 입은 악몽이 있으며 KFC 와 맥도널드 체인들도 미국업체라는 이유로 습격을 당한 적이 있다.
구지란왈라에서 길을 안내하던 젊은 승객은 알고 보니 이곳 사복경찰........
그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말라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자기가 책임지고 이 버스를 무사히
터미널에 도착시키기 위해 휴대전화 두 개로 이리 저리 연락을 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버스 내에서 기다리라고... 그가 사용하는 영어가 여기식의 영국식 영어가 아니고 미국식
발음이어서 내가 미국에 산적이 있느냐고 했더니 뉴욕생활을 오래 했단다.
그는 내게 많은 얘기를 해 주었다. 현황이나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할 것이니 너무
긴장하지 말라면서 나를 격려 해 주었다.
사실 여기 대우버스도 저녁7시가 넘으면 자체 무장 경호원이 타게 되어있는데 이 버스의
예정도착시간이 오후6시30분이라서 최소한의 방어인 무장경호원도 없으니 승객이나 버스
기사는 이 사복경찰을 믿을 수밖에...
이렇게 기다리기를 한 시간 정도.....
또 한통의 전화를 받은 기사가 출발을 한단다.
주유소 옆의 이정표는 시알콧 36킬로미터라고 쓰여 있었다.
그 때 시간이 오후8시반경.. 이 상태라면 9시경엔 시알콧의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내가 가까워 올수록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린다.
버스는 다시 실내등을 끄고 길가로 정차를 했다. 조금 떨어진 앞에 또 다른 대우고속버스
한 대가 실내등을 모두 끄고 정차해 있었다.
사복경찰이 내려서 왔다 갔다 하더니 갑자기 버스가 급발진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그 곳을 지나쳤다.
앞의 버스와 보조를 맞추어 같이 달리더니 또 급정거. ...아마 서너번은 이렇게 했나 보다.
앞쪽에서 경찰들이 라이트로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모든 가게들은 문을 닫고 그 흔하게 보이던 “릭샤”나 마차들도 자취를 감추고
교통수단이 모두 정지된 거리에는 여러 사람들이 뭉쳐서 지나가는 우리 버스를 보고
손을 들고 하지만 사복경찰은 냉정히 거절하란다.
그 군중 속에서도 테러리스트나 총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이 버스를 승차 시에서는 비행기 탑승 때처럼 안전요원이 검신을 한 후에 타게 되며
여성승객의 짐은 안내양이 일일이 점검을 한 후에야 승차가 허용되며
출발 전에는 비디오카메라로 모든 승객을 촬영하고 운전석에 달린 시계의 시간을 찍은 다음
출발하면 절대로 지정된 장소 외는 정차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운행을 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차와 움직임을 거듭하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며 경찰차가 중앙선을 넘어서
버스 앞을 가로질러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총을 쏴 댄다.
거기다가 정전까지 되었고 여기 저기 불탄 차량들. 그리고 총성들...
흡사 틸리비전에서 보던 이라크의 전쟁터를 보는 것 같다. 정말 참담하고 당혹스럽다.
더구나 평시에는 그렇게도 외국인에게 친절하던 사람들이 이런 데모가 시작될 때는
이슬람교도가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이럴 땐 그저 외출을
삼가고 조용히 사태가 진정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몇 번의 험한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터미널 근처에 온 버스는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 앞에서 멈췄고 사람들은 군인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각자가 집으로 가는데
근처에 교통편이 전혀 없으니 내가 봐도 걱정이 된다.
버스에서 내리니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초소에 있던 군인이 다가와서 묻는다
누가 마중나올 것인가를.. 그리고 친구가 올 때까지 안전한 초소안에서 기다리라며 친절을 배푼다.
터미널 쪽에서 기다리던 친구가 금방 와주었고
그 친구 집 역시 안전지역인 이곳 시알콧의 상류층 또는 고급장교들 가족이 모여 사는 "캔트“(Cantt.) 지역이다
그 친구차로 옮겨 탄 나는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친구나 나나 서로가
몹시 걱정을 했던 터였으니....
다음날 아침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페슬라바드 거래선 공장 사장,
나를 기억해 주시는 교민 분들, 라호르 현지인친구..등등. 모두가 내가 안전한가 하고..
모두들 고맙기 그지없다. 대우 이 전무는 오늘 출근을 했지만 모든 버스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또는 군부대로 분산시켜서 보관하고 있으며 자기도 오늘 금요일 그네들의 기도일이기
때문에 일부 과격파들이 소동을 부릴까봐서 좀 있다가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두들 하는 말이 며칠 동안 사태가 진정 될 때까지 여기서 움직이질 말라고 한다.
어제 밤새 라호르에서는 데모꾼들이 또는 어떤 몹쓸 집단으로부터 16군데의 은행이 털렸단다.
지난 18일 여기 "무샤라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지 딱 열흘 만에 다시 이러한
비극이 시작되니 아마도 오늘 부터는 다시 비상사태로 들어갈 것 같다는 얘기들이다.
여기 시알콧의 친구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는데 둘 다 육군대령이다.
해서 여기 집도 “Cantt" 지역에서 아주 요지인 장군의 사택 앞에 있어서 굉장히 검문
검색이 심한 반면 아주 조용하고 안전한 곳이다. 군인들이 대접 받는 나라, 그리고
장군의 사택이니 더 말해 무엇 할까.
아침에 공장으로 가는 길은 그야 말로 경비가 삼엄하다. 여기 켄트 지역의
입구 도로는 원래부터가 우마차나 트랙터 등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기도 하지만
통행차량의 검문검색이 강화되어 있는 것 같다.
길가의 모든 가게 문은 모두 닫아버리고 길에도 사람들이 드문드문하다.
공장에 도착하니 종업원들 태반은 나오지 않았다. 교통편이 없으니 뭐 출근할 방법이 없겠지...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시장조사도 할 수 없게 되고 ....
그가 얘기 한다.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마음 편히 며칠 쉬다가 가라고.....
그렇지만 조금은 흥분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텔리비전에서는 밤새도록 뉴스특집으로 나오더니 오늘 하루 종일 파키스탄 전국의 상황을
전하는데 심상치가 않다.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로 방송하지만 밑단에는 하나같이
Bomb blasting 이니 shooting 이니 섬뜩한 단어들로 구성된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3일간 Mourning day(애도일)로 공포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아직도 시내에는 방화와 난동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진정되려면 며칠이 걸리겠지...
더구나 오는 1월 8일이 이 곳 파키스탄의 총선이다.
정파들이 서로의 이해 득실을 따지며 지지자들은 완전히 출마자들과 죽음도 함께 할 것처럼
정말 악을 쓰고 다니니 이때다 싶은지 더 소동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군중심리라는 게 무섭긴 하다.
그러나 일단 강제해산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공포탄을 쓰지만 데모군중에서 무기가
보이면 무조건 실탄사격을 해 버린단다. 그러니 진정시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걱정을 말란다.
오후에 프린트 공장과 자수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다행이 이 곳 켄트지역에서 멀지 않는 곳이라 안전하다해서 길을 나섰는데
시내 곳곳에서는 타이어를 불태운 흔적, 그리고 불에 타고 뼈대만 남은 자동차들이 보인다.
도로 마다 경찰들이 깔려 있고 무장한 총들도 전부 자동소총이다.
그렇게도 소음을 내고 돌아다니던 릭샤가 아직은 띄엄띄엄 보일 뿐 다른 문짝을 뚜드리면서
행선지를 외치던 버스들은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프린트 공장과 자수(Embroidery)공장을 방문했는데 거기도 종업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아니 못해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 쉰다.
참 총이 흔한 나라이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불법이든 등록을 했든 총을 품고 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총기 사고가 자주 나는 건 아니다. 총격전은 서로가 두려워하니까.
슈퍼마켓이나 주유소,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현금이 오가는 큰 식당 같은 곳 까지
어김없이 무장경비원이 있다. 개인집에도 자기의 부를 위해서는 무장경호원을 두고
밤낮으로 지킨다. 공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경비실에는 연발 엽총이나 자동소총을 메고 보초처럼 지킨다.
처음 와서 봤을 때는 살벌하기도 했지만 생활화 되어 있으니 이젠
무관심하기조차 하였는데 이런 비상사태가 발생되면 무장경호원이 있는 곳은 안전하기도 하다.
그러니 이러한 폭동이나 데모가 일어나면 아예 가게 문을 닫아 버린다.
이런 사태가 발생되면 죽어나는 건 서민들뿐이다.
시장은 물론 구멍가게, 일반 식당까지도 닫아버리니 음식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있는 사람들이야 미리 항상 넘치는 식재료에 요리사를 두고 느긋하게 사태를 지켜 볼 뿐이다.
더구나 제일 불편한 것은 주유소나 천연가스 충전소가 문을 닫는 것이 가장 불편해 보인다.
릭샤, 소형자동차는 거의 90%이상이 CNG(천연가스)를 쓰며,
더구나 CNG 탱크는 8~9kg 밖에 충전을 못해서 주행거리가 짧아서 자주 충전을 해야
하니 모든 교통수단은 올 스톱이다.
오늘 월요일 (12월31일) 본의 아니게 이곳에서 4일 째 아침이다. 이젠 좀 정리가 되고
조용해졌다는 주위 사람들에 말에 떠나기로 하고 우선 대우버스 시알콧 터미널에 전화를
했더니 11시경에 라호르 행 예정이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으니 다시 확인해 달란다.
그리고 페슬라바드로 가는 건 아직 예정도 없고 있다하더라도 저녁 때 출발할 것 같다고.
한국으로 치면 강릉에서 대전을 가야하는데 서울을 거쳐서 가야하는 경우가 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황. 무조건 터미널로 가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11시 반에 버스가 출발을 예정이며 인근 군부대에 보관시켜 놓은 버스를 가지러 갔다고 한다.
승객들이 몰려들어 오고 있었다. 미리 터미널 메니저에게 얘기 해 놓은 터라 차표는 확보해 두어서 다행이다.
라호르의 현지인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안 그래도 걱정이 되어 시알콧으로 차를 가지고
갈려고 했는데 전화가 잘 되지 답답했다며 라호르 터미널로 마중을 가겠다고 한다.
오후 3시경에 라호르에 도착하여 기다리던 현지친구를 만났다.
페슬라바드 행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아직은 확실치 않다는 얘기에 그 현지 친구는
자신의 차 로 가면 된다며 우선 무얼 좀 먹어야 되지 않느냐며 차에 타기를 권한다.
작년의 새해는 방콕공항에서 뱅기를 갈아타면서 맞았고.. 올해의 새해는 페슬라바드로
돌아오는 차중에서 맞았으니 참 역마살이 끼긴 단단히 낀 모양이다.
첫댓글 제 카페로 퍼 갑니다... 울 회원들에게도 보여 주려구요.. ㅋㅋ 퍼가도 되죠... 파키스탄가서 뵙겠습니다..
에고, 복마니님~ 꼬릿말을 여기에 잘못 남기셨네요^-^;; 원문에 남기셔야 하는데;ㅋ 제가 파키스탄에 갈때쯤엔 (5월?6월?) 파키스탄이 안정되었으면 좋겠어요 !!
아직도 파크에 계시는군요...건강하시죠?
치안이 이케 불안해서 어케 파키스탄 갈수있나...ㅡㅡ;;
전 카라치에서 기차탈때 군인 두명이 오더니. 막 걱정하지 말라면서 자기네총 만져보라면서 막 총을(?) 손에 쥐어줬었는데. ㅋㅋㅋㅋ -_-;;; 암튼... 북부를 벗어나면 진짜. 조심해야 할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