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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己丑年 정알례(正謁禮)
(儒生이 되어 도산서원의 밤을 낚다)
좋은 밤 낚았는가??
난 밤이 참 좋다..
일을 하든,,술을 먹든,,책을 보든,, 여하튼 밤일(??)이 좋다.. 낚시에 있어서만큼은 누가 뭐라든 성인의 경지에 입성하셨던 우리 아버지 덕인 것 같다.. 코흘리개 시절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주말이면 밤낚시를 다녔다. 겨울 전후하여 서너 달을 빼고는 거의일년 내내 그랬던 기억이 난다... 아침햇살이 소류지 물위를 번져나갈 때쯤.. 밤낚시를 정리하시던 아버지는 늘 잡은 고기의 많고 적음에는 전혀 개의치 않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다 방생을 하셨으니까... 어릴 때 나는 이런 아버지가 이상했었다..
“밤새워 힘들게 잡은 고기를 왜?? 다 놓아 주냐고요?? 그럴거면 뭐하려고 잡았어요??”
투정부리는 내게 아버지는 늘 똑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곤 하셨다..
“석아! 밤낚시는 고기를 잡는 게 아니란다.. 밤을 낚는 게지.. 진짜 낚시꾼은 좋은 밤을 낚을 줄 아는 낚시꾼이란다..너도 나이 들면 알게 될거야...”
이런 까닭일까... 어디서 뭘 하든 밤을 새우고 나면 꼭 나 자신에게 반문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송은석!! 자네 좋은 밤 낚았는가??’
기축년 정알례를 위해 入齋하던 날.. 入室을 완료하고 이제 겨우 오후 6시를 갓 넘긴 시간인데 벌써 도산서원 경내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드디어 도산서원의 밤을 낚을 시간이 된 것이다.. 이 밤... 무엇을 해야 ‘도산서원의 좋은 밤’을 낚을 수 있을려나...
어둠 속에서 임시로 설치된 2개의 백열등이 전교당과 동,서재 사이를 힘들게 밝히고 있다.. 수차례 다녀온 도산서원이지만 오늘 밤처럼 이렇게 어둠 속에 잠긴 도산서원을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年長者들이 入室한 東齋...
年小者들이 入室한 西齋에도 불이 밝혀져 있다.. 역시 공부하는 방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것을.. 방안을 환히 밝혀주고 남은 여력이나마 바깥의 어두운 밤을 조금이라도 더 밝혀주려는 듯....새어나오는 저 불빛..
“...행유여력(行有餘力)이어든 송시독서(誦詩讀書)하며...”
(...이것을 실행하고 남음이 있으면, 시를 외우고 글을 읽으며...)
小學題辭 中에서
옥진각(玉振閣)의 밤
내겐 도산서원의 유물전시관인 이 옥진각에 얽힌 부끄러운 추억이 하나 있다.. 2007년의 일이다.. ‘도산우리예절원 예절지도자과정3기’수련생의 신분으로 도산서원답사기를 쓴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옥진각을 언급하면서 기억은 잘 나질 않지만 아마‘옥을 떨치듯 널리 퍼져나가라’뭐..대충 이런 식으로 언급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어느 선생님께서 “옥진각 부분은 원장님께 다시 한번 여쭈어보심이 어떨런지요??”하는 댓글을 달았는데...무심하게도 난 그냥 지나쳐 버렸던 것이다..
1년이란 시간이 흘러 2008년 여름 어느 날... 난 향교 맹자수업 때 그만 하늘의 벌을 받고 말았다..
맹자 만장장구 하에서 ‘集大成’과 함께 ‘金聲而玉振’이란 구절을 만나는 순간 그만 부끄럽고 수치스런 맘에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음 숨고 싶었다.. ‘집대성’이란 단어와 향교의 ‘대성전’이란 이름자의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었고... 쇠종으로 시작해 옥경을 끝난다는 ‘始條理 終條理’의 내용 또한 출전이 여기 맹자에 있었던 것이였다.. 옥진이란 말은 금성으로 널리 떨친 이치를 집대성하여 거두어 들인다는 의미였던 것.. 그렇게 유명한 經典名句를 모르고 있었으니... 당시 나의 답사기에 댓글을 달았던 그 선생님께서는 얼마나 날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등에 식은땀이 나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나를 비참하게 만든 것은 현재 경전수업을 하는 향교 유림회관 1층 소강당 출입문 바로 위에 걸려 있는 액자이다.. 매주 월,화 이틀을 바로 이 액자 아래 출입문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액자에 뭐라고 적혔는가 하면...
“金聲玉振”
여하튼 옥진각의 밤은... 정말 옥빛이다...
도집례,집례 등 명일행사의 최고 상전들께서 거하고 계신 전교당 한존재...
전교당 편액에서 도산서원의 밤을 낚다
달이 없는 날... 한밤중의 도산서원은 너무 어두웠다.. 일천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 도산서원 최고의 운치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 보름 때쯤.. 서원에서 하루 밤을 묵고 새벽녘 일찍 일어나 낙동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덮인 도산서원의 풍경이 최고지요..”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지만 도산서원 경내에는 조명시설이 없었다.. 외곽으로 몇 개의 조명등이 있었지만 서원내부를 밝히는 조명등이 없다보니 그야말로 한밤의 도산서원은 칠흑같은 어둠뿐... 이 날은 명일의 정알을 위해 입재한 유생들이 입재한 탓에 임시로 조명시설을 한 것이다.. 전교당에 백열등 2개, 고직사쪽에 1개 도합 3개가 전부였다.. 그렇다면 도산서원에서 밤을 낚을 수 있는 방법은 전교당과 고직사쪽에서 찾아보아야 한다는 뜻이렸다...
전교당에 올라서서 전면을 바라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선을 전교당 내부로 돌리면 백열등 불빛 덕에 도산서원, 전교당, 한존재,,, 기타 몇 개의 편액이 보인다..
‘그래... 전교당 편액에서 밤을 한번 낚아보자...’
도산서원 전교당에는 ‘원규(院規)’‘사물잠(四勿箴)’ ‘백록동규(白鹿洞規)’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등 몇 개 편액이 걸려 있다..
도산서원의 원규는 선생 59세(1559) 2월에 영주의 이산(伊山)서원의 원규로 선생께서 제정하신 것인데,, 이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泮宮明倫堂 書揭伊川先生四勿箴 晦菴先生白鹿洞規十訓 陳茂卿夙興夜寐箴 此意甚好 院中亦宜以此揭諸壁上以相規警.....’
성균관의 명륜당에 이천선생의 ‘사물잠’과 회암선생의 ‘백록동규 열가지 가르침’과 진무경의 ‘숙흥야매잠’을 써서 걸었는데 이 뜻이 매우 좋다. 서원에도 또한 이것을 벽에 써서 걸어 서로 타이르고 일깨운다
陶山書院 院規
도산서원 원규편액이다.. 자료집을 참고하여 전문을 옮겨보려 했으나 힘이 들듯하여.. 원문은 생략하고 번역한 부분만 인용해 보기로 한다..
원규
선비들이 독서하는 데는 사서오경(사서오경,대학,논어,맹자,중용,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을 본원으로 삼고 小學과 家禮를 문호로 삼아서 국가의 양성하는 방법을 좇고 성현의 친절한 교훈을 지켜서 萬가지 착한 것이 본래 내게 갖춘 것을 알고 옛 도리가 오늘날에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믿어서 모두 힘써 몸으로 행하고 마음으로 깨달아서 바탕(體)을 깨끗하게 하고 쓰임(用)을 적합하게 하는 학문을 할 것이며 제사자집(諸史子集,여러 역사책(사기와 한서 등)과 子類(老子,莊子,荀子 등)) 문장의 과거공부도 또한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옆으로 널리 통하도록 힘쓸 것이나 마땅히 내외, 본말, 경중, 완급의 차례를 알아서 항상 스스로 격려하여 타락하지 않게 하고 그 나머지 사특하고 요망하고 음탕한 글은 모두 院內에 들이어 눈 가까이 道를 어지럽히고 뜻을 미혹하게 하지 못한다.
유생들은 뜻을 굳게 세우고 나아가는 길을 정직하게 하여 학업은 원대한 것으로 스스로 기약하고 행실은 도의로 돌아오도록 하는 자는 좋은 학문이 되는 것이며, 그 마음가짐이 비천하며 얻고 버리는 것이 현혹하며 지식은 저속하고 속된 것을 벗어나지 못하며 의지와 희망이 전혀 탐욕에만 있는 자는 나쁜 학문이 되는 것이다. 만일 행실이 괴이하여 예법을 비웃고 성현을 업신여기며 교만하고 어그러짐을 따르고 도리에 위반하여 추한 말로 부모를 욕하며 여러 사람을 괴롭히어 예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서원에서 함께 의논하여 물리칠 것이다.
유생들은 항상 각방에 조용히 있으면서 오로지 독서에 정진을 기울여 의심나고 어려운 것을 강론하는 일이 아니면 부질없이 다른 방에 가서 쓸데없는 얘기로 날을 보내어 피차간에 생각을 거칠게 하거나 공부를 폐해서는 아니 된다.
까닭 없이 알리지 않고 자주 출입해서는 아니 되며 무릇 의관과 행동거지와 언행에 각기 착실하게 살피고 힘쓰며 서로 관찰하여 착해져야 한다.
성균관의 명륜당에 이천선생의 사물잠과 회암선생의 백록동규 열 가지 가르침과 진무경의 숙흥야매잠을 써서 걸었는데 이 뜻이 매우 좋다. 서원에도 또한 이것을 벽에 써서 걸어 서로 타이르고 일깨운다.
책은 문 밖에 나갈 수 없고 色은 문에 들어올 수 없으며 술은 빚을 것이 아니고 형벌을 쓸 것이 아니다. 책은 나가면 잃기 쉽고 색은 들어오면 더러워지기 쉽고 술은 學舍에 마땅한 것이 아니고 형벌은 유생의 일이 아니다.형벌은 말하자면 유생이나 혹은 有司가 사적인 노여움으로 外人을 때리는 것이니 이것은 절대로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서원에 소속되어 심부름하는 사람들에게 죄가 있어서 그대로 용서할 것이 아니면 작은 것은 유사가 큰 것은 上有司와 상의하여 처벌할 것이다.
서원의 유사는 근처에 사는 청렴하고 재간 있는 품관 두 사람으로 정하고 또 선비 중에 사리를 알고 행동을 옳게 하고 있어서 여러 사람이 추앙하고 복종할 수 있는 사람 하나를 골라서 상유사를 시키되 모두 2년 만에 교대한다.
유생과 유사는 힘써 예절에 맞게 서로 대하고 공경과 믿음으로 서로 대우하여야 한다.
서원에 소속된 사람들은 완전히 돌봐 준다. 유사와 유생은 하인을 사랑하고 보호하여 서원의 일과 동서재의 일 이외에는 모든 사람이 사사로이 부리지 못하며 개인의 노여움으로 벌주지 못한다.
서원을 세워서 선비를 기르는 것은 국가의 문치를 숭상하고 학교를 일으켜서 인재를 새로 길러내는 뜻을 받듦이니 누가 마음을 다 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 이 고을에 오는 자는 반드시 서원 일에 대하여 그 제도에 더함이 있고 그 규약을 덜어냄이 없으면 사문에 어찌 다행하지 않겠는가?
아이들은 수업을 받거나 불러오는 일이 아니면 덕문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기숙생은 벼슬을 했건 아니했건 불구하고 정한 수는 없으나 재능을 이룬 뒤에 서원에 들어온다.
(참고문헌: 도산서원 원규와 의절,2008)
四勿箴사물잠
顔淵問克己復禮之目안연문극기복례지목
안연이 묻기를 자기의 욕심을 이기고 예의로 돌아올 조목은 무엇입니까?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라 하셨다.
四者身之用也 由乎中而應乎 外制於外所以養其中也
사자신지용야 유호중이응호 외제어외소이양기중야
이 네 가지는 몸의 쓰임인데, 마음으로 말미암아 밖에서 응하는 것이니 밖을 제재함은 그 마음을 기르는 것이다.
顔淵事斯語 所以進於聖人 後之學聖人者 宜服膺而勿失也 因箴以自警
안연사사어 소이진어성인 후지학성인자 의복응이물실야 인잠이자경
안연이 이 말씀을 따랐으니 이 때문에 성인에 나아간 것이다. 후세에 성인을 배우는 자들은 마땅히 이것을 가슴속에 두고 잃지 말아야할 것이다. 따라서 가르침(箴)을 지어 스스로 경계하노라.
視箴
心兮本虛 應物無迹 操之有要 視爲之則 蔽交於前 其中則遷 制之於外 以安其內 克己復禮 久而誠矣
심혜본허 응물무적 조지유요 시위지칙 폐교어전 기중즉천 제지어외 이안기내 극기복례 구이성의
마음이여! 본래 비어 있으니 사물을 응함에 자취가 없다. 마음을 잡는데 요점이 있으니 보는 것이 그 법이 된다. 사물의 가리움이 눈 앞에 사귀면 그 마음은 그리로 옮겨가니 이것을 밖에서 제재하여 그 안을 편안히 해야 한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옴을 오래하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聽箴
人有秉彛 本乎天性 知유物化 遂亡其正 卓彼先覺 知止有定 閑邪存誠 非禮勿聽
인유병이 본호천성 지교물화 수망기정 탁피선각 지지유정 한사존성 비례물청
사람이 떳떳함을 잡을 양심을 가지고 있음은 천성에 근본하였으나 아는 것이 유혹되고 물건과 동화하여 마침내 그 바름을 잃게 된다. 높으신 선각자들은 그칠 데를 알아 정함이 있었다. 사특함을 막고 정성을 본존해서 예가 아니면 듣지 않는다.
言箴
人心之動 因言以宣 發禁躁妄 內斯靜專 矧是추機 興戎出好 吉凶榮辱 惟其所召 傷易則誕 傷煩則支 己肆物忤 出悖來違 非法不道 欽哉訓辭
인심지도 인언이선 발금조망 내사정전 신시추기 응융출호 길흉영욕 유기소소 상이즉탄 상번즉지 기사물오 출패래위 비법부도 흠재훈사
인심의 움직임은 말로 베풀어지니 말을 할 때에 조급함과 경망함을 금하면 마음이 고요할 것이다. 하물며 이것은 중요한 기틀로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우호를 맺게도 한다. 오직 길하고 흉하고 영광되고 욕심을 부르는 바가 된다. 남을 해치는 말을 쉽게 함은 거짓이 많고 해치는 말을 번거로이 하면 지탱하기 어렵다. 자기 멋대로 말하면 사물과 어긋나고 나가는 말이 어긋나면 오는 말도 어긋난다. 법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이 훈계 이 말을 공경하라.
動箴
哲人知機 誠之於思 志士勵行 守之於爲 順理則裕 從欲惟危 造次克念 戰兢自持 習與性成 聖賢同歸
철인지기 성지어사 지사여행 수지어위 순리즉유 종욕유위 조차극염 전긍자지 습여성성 성현동귀
명철한 사람은 느낌을 알아서 생각을 정성되게 하고 뜻있는 선비는 행실을 가다듬어 그 지킬 것을 생각한다. 이치에 따르면 넉넉하고 욕심을 따르면 곧 위태롭다. 잠깐 동안이라도 성인의 언행을 생각하여 두려워하며 조심하여 지키고 습관과 더불어 좋은 성품이 이루어지면 성현과 함께 돌아가리라
(참고문헌: 도산서원 원규와 의절,2008)
夙興夜寐箴
숙흥야매잠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는 가르침(근면성실한 생활지침)
鷄鳴而寤 思慮漸馳 盍於其間 擔以整之
계명이오 사려점치 합어기간 담이정지
닭이 울 때 깨어나면 여러 생각이 점차로 달리기 시작하니, 어찌 그 사이에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지 않겠는가?
或省舊愆 或紬新得 次第條理 瞭然黙識
혹성구건 혹주신득 차제조리 료연묵식
때로는 지난 허물을 반성하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뽑아내어, 차례로 조리를 세워 명쾌하게 묵묵히 마음 속에 새겨 둘 지어다.
本旣立矣 昧爽乃興 盥櫛衣冠 端坐斂形
본기립의 매상내흥 관즐의관 단좌렴형
근본을 세우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의관을 차리고 단정히 앉아 자세를 바르게 한다.
提掇此心 曒如出日 嚴肅整齊 虛明靜一
제철차심 교여출일 엄숙정제 허명정일
이 마음을 다잡아 떠오르는 태양같이 밝게 하고 엄숙하게 단정히 하여 마음을 비워 밝게 하고 정일하게 한다.
乃啓方冊 對越聖賢 夫子在坐 顔曾後先
내계방책 대월성현 부자재좌 안증후선
이때에 책을 펴고 성현을 마주 대하듯 한다. 공자께서 자리에 계신 듯 안자, 증자가 앞뒤에 계신 듯이 한다.
聖師所言 親切敬聽 弟子問辨 反覆參訂
성사소언 친절경청 제자문변 반복참정
위대한 선생님의 말씀을 모소 간절히 경건하게 듣고 공자와 그 제자들의 묻고 따지는 말을 반복해서 참고하여 바로 잡으라
事至斯應 則驗于爲 明命赫然 常目在之
사지사응 칙험우위 명명혁연 상목재지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대응하여 배운 바를 경험해야 할 것이며 환하게 밝은 하늘의 뜻이 항상 눈앞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事應旣已 我則如故 方寸湛然 凝神息慮
사응기이 아칙여고 방촌담연 응신식려
이에 대한 대응이 끝나면 나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마음 속을 맑게 하여 정신을 모으고 생각을 쉬게 한다.
動靜循環 惟心是監 靜存動祭 勿貳勿參
동정순환 유심시감 정존동제 물이물삼
움직임과 멈춤이 순환할 때 오직 마음을 살피고 고요할 때 마음을 보존하고 움직일 때 행동을 살피어 두 갈래 세 갈래로 하지마라.
讀書之餘 間以游詠 發舒精神 休養情性
독서지여 간이유영 발서정신 휴양정성
책을 읽다가 쉬는 여가에 마음을 풀고 쉰다. 정신을 푸근히 하여 인정과 성질을 쉬게 한다.
日暮人倦 昏氣易乘 齋莊整齊 振拔精明
일모인권 혼기이승 재장정제 진발정명
해가 저물면 사람은 지쳐 혼미한 기운이 타기 쉬우므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정신을 떨쳐 밝히라
夜久斯寢 齊手斂足 不作思惟 心神歸宿
야구사침 제수렴족 부작사유 심신귀숙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 때 손발을 가지런히 거두고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심신을 잠들게 한다.
養以夜氣 貞則復元 念玆在玆 日夕乾乾
양이야기 정칙부원 염자재자 일석건건
깨끗하고 맑은 밤기운을 길러 저축하면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 생각을 언제나 여기에 두어 밤낮으로 부지런히 노력한다.
(참고문헌: 도산서원 원규와 의절,2008)
한존재쪽 상단에 걸려 있는 忌日版이다..
퇴계선생 기일은 음력 12월 8일... 월천선생은 10월 29일...
기일판 옆.. 가을향사 집사분정판..
이창환 선생님과 이한방 교수님의 함자가 보인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공부면 공부 인품이면 인품... 어느 한 곳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분들이다... 난 언제쯤이면 저 선생님들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될 거야!! 반드시 될 수 있을 거야!!!
사진 속 시간을 보니.. 밤 11시기 넘었다.. 한 밤중의 도산서당이다.. 노파심이지만 현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께서 직접 생활하셨던 ‘도산서당 영역’과 퇴계선생 사후에 조성된 ‘도산서원 영역’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사진 속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등은 도산서당 영역이 되는 셈이다..
詩想이 참 맑으셨던 퇴계 선생... 퇴계 선생의 詩중에서 사진 속 느낌과 비슷한 시를 한번 찾아보았지만,,, 꼭 맞아떨어지는 시가 보이지 않는다... 꿩 대신 닭이라고 ‘상원야 계당대월’ 이라는 퇴계시 한편으로 이 밤의 느낌을 대신해 본다....
桑園夜 溪堂對月
(정월 대보름 밤에 계당에서 달을 대하다)
溪翁獨向溪堂宿(계옹독향계당숙)
계옹이 홀로 계당에서 자는데
半夜開窓看月色(반야개창간월색)
밤중에 창을 열고 달빛을 바라보네
金波瀲灩綠烟滅(금파렴염녹연멸)
달빛은 넘실넘실 푸른 안개 사라지고
萬竅無風一室寂(만규무풍일실적)
일만 구멍에 바람이 자 온방이 고요하네
賞燈兒戱非吾俗(상등아희비오속)
아이들 관등놀이 우리 풍속 아니고
占歲氓情乃眞惑(점세맹정내진혹)
새해를 점치는 농민들 참으로 미욱하기도 하지
何如閱盡華山圖(하여열진화산도)
어떻게 화산도를 모두 다 열람하여
靜鑑惺惺讀周易(정감성성독주역)
조용히 마음 가라앉히어 주역을 읽으리
매서운 겨울 밤바람이 불어오는 도산서원의 밤...
이 밤 난 伊川선생의 ‘四勿箴’과 陳茂卿 선생의 ‘夙興夜寐箴’이란 大漁를 낚은 셈인가??
鷄鳴聲에 이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도산서원의 새벽...
‘어... 간밤에 겨울비가 내렸구나..’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이젠 枯死木이 되어버린 서광명실 앞의 회화나무 .. 이 나무가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령 400년이 넘은 學者樹라는 별칭의 회화나무 고사목이다.
선생께서는 운명하시던 날 아침에도 .. “매화에 물을 주라” 하셨는데… 우린 어찌하여 이 나무를 죽게 내버려두었던가....
도산서원의 아침...
만약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시며 아마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을까..
“석아... 좋은 밤을 낚으려면 먼저 사람이 좋아야 한단다.. 그래,, 간밤에 좋은 밤 은 낚았니??”
아부지가 그립다..
기축년 정월 초닷새 날 아침
도산서원에서...
이창환 대구청년유도회 회장님 감사합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송은석 拜
첫댓글 늘 부지런하고 한결같은 자세로 배움에 임하는 송은석씨, 쉬임없이 연마하면 후일 큰 쓰임세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