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이라크에서 한 젊은이가 불행을 당했다. 그래도 미국은 파병을 촉구하고 있고, 이라크인들은 더 큰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도대체 왜 대한민국 국민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항상 한탄하는 것이지만, 힘없는 나라 국민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속상하는 일이다. 매번 우리 정부는 이쪽저쪽에서 밀리고, 그 가운데서 불쌍한 국민만 생명을 칼 앞에 내놓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힘없어 당하는 것보다 더 억울한 것은 오해받아서 당하는 것이다. 이번 참사도 어떤 면에서는 오해로부터 비롯된 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미국의 참전요구를 거절할 힘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진심은, 전쟁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무슨 이상한 논리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한국으로서는 이번 전쟁에 가담하여 위험한 전투를 치러낼 이유도 없고 여력도 없다. 그래서 간신히 생각해낸 것이 평화재건부대 파견이라는 편법이다. 군대는 어쩔 수 없이 보내지만 전투는 안하고 싶다. 이것이 한국의 진심이다.
그러나 지금 전쟁과 공포의 와중에 있는 이라크 무장단체에게, 미국의 요구에 의해 파병은 하지만 한국군이 전투임무는 가지지 않았다고 설득해낼 수는 없었다. 아무리 공병과 의무병을 중심으로 간다고 하지만, 똑같은 무기로 무장하고 훈련받은 자이툰부대가 그들 눈에 평화롭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한 청년이 당했지만, 파병결정을 번복하지 못하겠다고 버텨야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보면, 이라크인들의 불안과 적대감은 여전할 것이다. 역시 그들은 한국군을 전투부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우리 국민은 세계 곳곳에서 생명을 내놓고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가 살 길은, 이런 오해를 풀어주고, 우리가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세계에 인식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평화를 사랑하고 재건을 돕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전투를 하지 않는 부대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다. 약간의 경비병력만 포함하고, 부대 창설 목적 자체가 ‘전쟁반대’인 평화부대를 한국의 이름으로 창설하고, 이들을 그런 분쟁지역에 평화임무로 파견하면 어떤 오해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논란 중인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 문제는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이다. 신념에 의해 전쟁 또는 전쟁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일괄해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논란이 있고, 국가 인재활용에도 크게 손해나는 일이 된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봉사활동에 투입하는 것도 효율적이지는 않다. 더욱이 일반적인 사회봉사활동 제안에 대해 대부분의 병역필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그것이 병역의무에 비해 너무 쉽고 안전하며 가볍기 때문이다. 차제에 ‘전쟁반대’부대를 만들어야 한다. 온전히 평화적인 임무만 가진 이 부대로 하여금, 좀 위험하고 힘이 들겠지만, 분쟁지역에 평화임무를 가지고 나아가게 한다면, 이 부대의 구성원과 목적을 아는 현지인들의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이 부대는 의료와 공병, 무기제거 또는 산업 등의 전문가가 되게 하는 훈련을 받게 하되, 그들의 신념에 반하는 전쟁훈련은 아예 하지를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나 민족에게 존경받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이다. 누가 요구하면 군대라도 내놓고, 어쩌다 국민이 인질이 되어도 심지어 참수를 당해도, 제대로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우리는 정말 자존심이 상한다. 이제는 우리 이름으로 평화를 말하는 부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땅의 병역의무 거부자들에게도 합당한 자리를 주고, 우리나라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세계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고,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첫댓글 맞는 말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