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었나보다.
학생들이 방학을 했으니 아빠가 회사에 여름휴가를 내면
가족 단위로 산과 바다와 계곡으로 떠난다. 바캉스 시즌이 온 것이다.
난 아파트 주차장에 나갔다가 휴가를 떠나는 한 가족을 목격했다.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의 부부와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할머니 이렇게 5명이 나왔었다.
RV레저용 승용차의 뒷문을 열고 휴가용 물품들을 실고 있는 것이다.
텐트 버너 돗자리 불판 고기 수박 등등 야외에서 쓸 물건들을 챙기면서
아이들은 좋아라 들떠 있어 보였다. 엄마 아빠도 기분이 대단히 좋은
모양으로 싱글벙글 하고 있었다.
그 때 할머니도 기분이 좋아서 차에 타려는 순간이었다.
헌데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막내 녀석이 할머니에게 한마디 던진다.
<할머니는 왜 나왔어? 집 봐야지!>
할머니는 어서 들어가서 집 보라는 눈짓을 하고 있었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서 집이나 보라는 신호이다.
내가 할머니를 보니깐 같이 따라가서 휴가를 보내려고 잔뜩 기분이 들떠 있는데
손자 녀석이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 빨리 들어가. 빨리 들어가.>
할머니의 심정을 모르는 손자 녀석은 자꾸만 빨리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차에 타려고 하다가 그만 엉거주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서 있었다.
그 때 며느리로 보이는 막내 녀석의 엄마가 할머니에게 몇 마디 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어머님 연세도 많으신데 야외에 갔다가 병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먹을 것 냉장고에 충분히 넣어 놓았어요. 고기, 반찬, 과일하고요.....>
그래서 할머니만 남겨놓고 한 가족이 바캉스를 떠났다.
할머니는 떠나는 아들 녀석의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뒤돌아서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정정한 모습이니 야외에 나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분이신데....
어른들이 설 자리가 없구나...... 쯔쯔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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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하루 종일 할머니의 일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도 얼마 멀지않는 세월에 곧 할아버지가 될 사람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무엇으로 보였을까?
집 지키는 사람으로,
아이들 보는 사람으로,
집 청소하는 사람으로......
가족이 아니라 가정부나 보모로 보였던 모양이지......
이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이렇게 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단 말인가?
엄마 아빠의 책임이리라.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가정이리라.
위아래가 없는 가정이리라.
능력과 실적 제일주의 가정이리라.
돈을 누가 버는 가 그것이 중요한 가정이리라.
인륜도덕이 없는 가정이리라.
어른이 없는 가정의 말로를 생각해 보았다.
내 자식이 자라서 엄마 아빠가 되면
내가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구나.
심은 대로 거둔다는 농부의 철학을 어찌 모르고 있느뇨.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사실을 명심할 찌어다.
젊은 친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