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야초 배우기] 초피나무와 산초나무
가시가 줄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나 있으면 초피나무, 어긋나 달려있으면 산초나무입니다. 초피나무의 경우에는 열매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향신료로 이용하고, 산초나무는 주로 씨앗을 채취해 기름을 내어 사용합니다.
악양 밭이나 산길을 걷다보면 제피, 젠피 등으로 불리는 초피나무와 천초, 분지나무 등으로도 불리는 산초나무를 심심찮게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두 나무를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더군요.
이젠 잎을 보고도 구분이 가능합니다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지에 난 가시를 보고 판단하는 겁니다.
가시가 줄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나 있으면 초피나무, 어긋나 달려있으면 산초나무입니다. 더러는 가시가 없는 나무도 있는데 민산초라고 산초나무의 일종입니다.
초피나무
운향과의 나무답게 산초나 초피나무 둘 다 잎과 열매에서 특이한 향이 납니다.
그러나 향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산초나무는 잎에 코를 가져가거나 잎을 비벼봐야 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반면, 초피나무는 향이 더 진하여 나무 곁에만 가도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피가루를 넣어 만든 김치 맛에는 익숙하진 않아도 그 향기만은 좋아해서 오다가다 초피나무를 만나면 일부러 손끝으로 잎을 비벼 코에 대고 그 향을 음미하곤 합니다.
초피나무 잎. 톱니 아래 선점(腺點)과 마주난 가시가 보인다.
아카시아 잎처럼 생긴 깃꼴겹잎 형태의 잎에서도 두 나무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초피나무 작은 잎은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드문드문 달리고 가운데에 황록색의 무늬가 있어 투박하면서도 야성적으로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잎이 길고 자잘한 톱니를 가진 산초나무 잎은 세련된 느낌입니다.
톱니 아래쪽에 각기 선점(腺點)과 투명한 유점(油點)이 있어 이곳에서 독특한 향이 나옵니다.
산초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각처에 분포하는 반면 초피나무는 추위에 약해 주로 중부이남 지역에 분포합니다.
산초나무 잎. 어긋나 달린 가시와 자잘한 톱니가 특징이다.
꽃은 암꽃과 수꽃으로 나뉘어 피는데 꽃이 달리는 형태와 시기에 있어 두 나무는 차이를 보입니다.
초피나무는 봄철 잎겨드랑이에 원추형태로 황록색 꽃이 무리지어 달립니다. 이와 달리 산초나무는 여름철에 꽃이 피며, 주로 줄기 끝에 산방형태로 달립니다.
때문에 열매가 달리고 익는 시기도 초피나무가 앞서 이곳 악양의 경우 9월에는 대부분 수확을 마무리 하는데 비해 산초나무는 10월 하순까지 이어집니다.
초피나무 꽃. 봄철 잎겨드랑이에 원추화서로 핀다.
초피나무는 열매껍질이 붉은 색을 띠고 산초나무는 초록빛이 도는 갈색입니다. 둘 다 완숙하면 껍질이 벌어져 반들반들한 검은색 종자가 바깥으로 드러납니다.
초피나무의 경우에는 열매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향신료로 이용하고, 산초나무는 주로 씨앗을 채취해 기름을 내어 사용합니다.
산초나무 꽃. 줄기끝에 산방화서로 여름철에 핀다.
초피는 톡 쏘는 매운 맛과 상쾌하고 시원한 맛 때문에 음식 맛을 돋우거나 추어탕이나 민물고기 요리 등의 비린내를 없애는데 주로 이용합니다. 김치에 넣으면 오랫동안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초피는 성질이 뜨거워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내리며 양기를 돕고 소화를 잘되게 하는 등의 약리작용이 있으며, 이 외에 해충 방제효과와 항균작용이 있어 에이즈 등의 치료제로도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대량으로 초피를 재배해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지리산 부근에서 나는 초피가 향기나 품질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초피나무 열매. 붉은색이고 주로 껍질을 향신료로 이용한다.
산초열매는 덜 여문 열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잘 익은 씨앗을 채취해 기름을 짜서 전을 부치거나 위장병 혹은 기관지 천식 등의 치료에 사용합니다. 산초 달인 물은 치질, 두통, 치통, 부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남쪽지방에선 산초기름이 거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용도로 활용되다 보니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찰에서는 10월에 약간 덜 여문 열매를 채취하여 해마다 산초간장을 만들어 밑반찬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산초나무 열매. 갈색이고 주로 검은 종자를 기름내어 쓴다
출처: 자연을 닮은 사람들, 글,사진: 유걸
초피나무: 중부 이북에서는 보기 드문 초피 가지는 마주나고, 꽃이 봄에 피기 때문에 산초와 구별된다. 초피나무는 가지에 달리는 가시가 마주나고, 잎가장자리의 톱니수가 3~5개 정도로 산초보다 적고 꽃잎이 없으며 또한 열매가 붉은빛이 도는 갈색으로 익는점도 산초나무와 다르다.
산초나무: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난다.
** 산초나무는 가시가 달린 줄기에 푸른 열매를 다닥다닥 매달고 다가, 어느 결에 빨갛게 익으며 그 안에 까만 열매가 벌어진다. 그 열매를 따다가 추어탕이나, 보신탕 등에 양념으로 넣어 먹는데, 그 향이 아주 자극적이라 구미에 맞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도에서는 산초와 다른, 매운 맛이 나는 초피 열매를 잰피라 부르며, 추어탕에는 빠져서는 안되는 양념으로 여기며 즐겨 먹는 듯했다.
경상도에서는 산초나무를 분디나무라고도 부르며, 산초 열매가 푸릇하니 덜 익었을 때, 따다가 소금에 절여 장아치도 담가 먹는다 하는데, 그 맛이 어떨지 쉽게 짐작이 되지 않는다.
산초나무와 비슷한 초피나무는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에도 나오듯이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잎이나 열매 줄기를 깨물어서 조금 있다 맵고 쏘는 맛이 나는 것이 초피이다. 산초는 특유의 향맛이 바로 날 뿐, 맵지는 않다. |
초피나무와 산초나무
가을이 되어 미꾸라지가 살이 오르면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푹 끓인 후 양념을 넣어 별미로 먹는 추어탕(鰍魚湯)은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이때 어떤 이는 산초가루를 달라하고 또 다른 이는 제피(초피)가루를 달라고 한다. 똑같은 향신료를 두고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대체로 고향이 남쪽인 사람들은 ‘제피’라고 하며 서울 쪽의 중부지역 사람들은 ‘산초’라고 부른다. 제피나무(초피)는 남쪽에는 있지만 중부이북 쪽에는 별도로 심은 것이 아니면 없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의 지역도 경산과 청도 지역에는 많지만 팔공산 위쪽으로는 산초나무만 많기에 구분이 어려운건 마찬가지이다. 우리지역에서도 산행을 하다보면 제피다, 산초다 하고 서로가 잘 안다고 다투는 모습들을 보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맞다.
나무의 생김새가 비슷하여 많은 사람들이 잘못 구분하고 헷갈리는 나무가 초피와 산초이다. 식물학적으로는 엄격히 구분된 서로 다른 종이지만 일반인들이 부르는 데는 거의 구분이 없다. 초피를 잘 안다면 분명 고향이 남쪽이며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을 경산과 청도의 경계인 시골에서 자랐기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초피와 산초의 구별은 어른들로부터 분명히 배웠다.
초피(제피)는 봄날에 꽃이 피며 어린잎을 따서 맛있게 먹은 산나물이며 여름방학 때 초피(제피)의 열매를 따며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산초나무는 이재서야 꽃을 피우냐고 할 정도로 꽃 피는 시기가 봄과 여름의 차이를 가진다. 또 다른 면은 냄새와 가시가 달린 것을 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피는 잎 냄새가 좋아서 가까이 하고 싶지만 산초는 조금 역하여 멀리하고 싶으며 먹을 수도 없다.
초피나무의 가시는 마주 나며 잔가지 쪽에 많은데 산초나무는 제멋대로 가시가 나며 나무의 전체에 난다. 동네 어른들이 제피나무(초피)의 뿌리와 껍질을 이용하여 물이 얕은 웅덩이에다 두들겨 풀면 물고기들이 기절하여 떠오르는데 쓰인 것은 초피나무였다. 고희를 넘긴 누님이 사시는 청도의 집에는 담장 주변에 여러 그루의 초피나무가 심어져 있고 마을에도 많은 집들이 초피나무를 심어 기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상들의 지혜로움 중에는 집안의 울밑이나 장독대 근처에 봉숭아를 심어서 뱀들이 집에 접근을 못하게 한 일이나 귀중한 책에는 좀 같은 해충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은행나무의 잎을 책갈피 속에 넣어두는 일들은 흔했다. 누님 집에는 특히 우물 주위와 재래화장실 주위에 크게 자란 초피나무들이 지금도 있다.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게 심어진 것이다. 특히 모기는 초피나무의 냄새를 싫어하여 주위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고 하니 나무를 이용한 모기와 해충의 퇴치 방법이 참 지혜롭다고 여겨졌다.
산초나무는 ‘난디’라고 했으며 가을에 익으면 과피(果皮)가 벌어지며 검고 반짝인다. 초피보다는 수확의 양이 많고 열매의 껍질을 약용으로 쓰며 초피는 갈아서 주로 향신료로 쓴다. 산초열매는 껍질을 버리고 알맹이를 쓰는데 정유의 함량이 높아 예로부터 종자에서 기름을 짜서 위장병이나 기관지 천식에 사용해 왔을 뿐 아니라 식용으로는 주로 전을 부치는데 쓰였다.
가끔씩은 물레나 씨아 같은 것에 윤활유로도 발랐고 기관지 천식에 산초의 기름은 지금도 귀하게 쓰이기에 가을이 되면 흔하던 산초의 열매도 이제는 초피와 함께 남획되고 있는 상태이다. 더구나 나무에 몹쓸 일은 나무를 베어서 열매를 거두는 멸종의 일을 저지르는데 자생에 큰 지장을 주는 어리석은 일은 말아야 한다.
사람이나 많은 동물들은 식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편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두 나무는 목재나 식용으로의 기여는 아니더라도 향신료와 약용으로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나무이다. 초피나무는 주로 향신료로 쓰는데 톡 쏘는 매운 맛이지만 상쾌하고 시원함이 독특하며 살충의 효과까지 있다. 잎을 돋보기로 보면 가장자리 톱니와 톱니 사이에 작은 돌출된 선점이 보이는데 초피나무의 향기는 바로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추어탕 말고도 여러 생선의 요리에 넣으면 비린내를 없애주고 독성을 완화해주는 해독의 역할을 하기에 생선 횟집에서 잎을 즐겨낸다. 기록에 의하면 지금의 고추가 사용되기 이전에 쓰였던 우리 고유의 양념이었다. 대개의 가시가 많은 나무들은 주술적인 면을 가지며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여겼는데 온몸에 가시를 달고 있는 산초나무는 냄새까지도 있으니 귀신이 무서워한다고 믿었을 것 같다.
수년 전에 중국에서 발병하여 지구상의 전염병으로 번지며 온 세계가 두려워했던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질병의 치료물질을 우리나라의 초피나무에서 찾았으며 미국에서는 몹쓸 ‘에이즈’ 질병의 퇴치에 역시 초피를 실험의 대상으로 연구를 한다니 앞으로 질병 치료나 항생식품으로 많이 이용되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보도에 의하면 서구 쪽에서는 커피에 초피의 가루를 타서 먹는다고 전한다. 이에 비하면 추어탕이나 김치, 나물, 횟감에 대대로 초피를 이용한 조상들의 앞선 지혜가 놀랍다 하겠다.
초피와 산초를 더욱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데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다. 초피를 너무 좋아하는 그들이 초피를 산초로 부르기에 아주 혼란스럽고 우리나라는 초피가 해안가와 남부지역에만 자생하는 관계로 평소 잘 접하지 못하며 나무의 생김새가 비슷함 때문이다. 지리산 쪽의 초피는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을 받으며 초피의 중요성을 알아 재배를 확대하여 가는 편이다. 윤달이 있어서 늦은 벌초를 하러 고향의 산을 오르니 초피의 빨간 열매가 손짓을 하고 산초의 열매가 벌어진 껍질 틈새로 검게 반짝이며 반긴다. 역시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최상이라 여겨진다.
출처: 매일신문 글: 김상기(도원초교 교사)
초피나무의 잎과 열매
산초 나무의 열매와 잎
☞ [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들판이야기] 분디나무와 초피나무
산초열매(위)와 초피열매(아래), 초피나무 열매는 덜 여물었을때 따야 맛과 향이 진하게 난다.
초피는 늦봄에 꽃을 피우고 산초는 늦여름에 꽃을 피우는 차이가 있다. 잎을 따서 씹으면 향만 풍기는 건 산초, 잠시 후 톡 쏘면서 아린 맛이 난다면 초피다. 산초는 중부 이북지방에서 자라고 초피는 중부 이남지방에서 자란다.
경상남도 북부지방에서 초피와 산초를 혼용해서 부르는 이유도 산초와 초피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어탕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하게 말하건대 '초피'가 들어간다. 추어탕뿐만 아니라 민물고기 요리에는 어김없이 초피가 들어간다. 맛을 돋워주기도 하지만 비린내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화촉진에도 효능이 있어 추어탕을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간혹 도시의 추어탕 집에 가면 시커먼 산초가루를 내놓기도 하는데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는 집이라 생각하고 다음부터 안 가면 된다. 초피 가루는 약간 붉으면서 밝은 갈색 빛이 돈다. 또 같은 초피라 하더라도 중국산은 그 맛과 향에서 국산을 따라오지 못한다. 도시보다 아래 지방의 추어탕이 맛나는 이유도 신토불이 재료에 있다. |
산초나무, 개산초, 초피나무의 구별방법
식물의 특성상 대개 열매나 꽃의 값어치가 높은 식물일수록 앙칼진 가시를 갖게 마련인데 이 세 나무들은 정말 가시가 날카로우면서, 가시에 많은 분류키가 있다.
* 산초나무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자라기 때문에(전국구인 셈.^^*) 아무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초피나무는 중부 이남 지방에서, 개산초는 남부 지방에서 각각 자란다.(지역구인 편.) 그리 아름답거나 원예종으로 키울만한 정도가 아니라서 직접 산지를 둘러보지 않고는 찾을 수 없는 종들이다.
* 줄기에 붙은 가시가 호생(어긋나기)하는 것은 산초나무이고 대생(마주나기)하는 것은 개산초와 초피나무인데, 이 중 개산초는 유독 엽병과 엽축에 넓은 날개가 더덕더덕 붙어 있어서 쉽게 구별이 된다.
* 비교적 꽃은 관찰하기 쉬운 편이지만,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는 열매는 익기도 전에 사람들이 많이 채취해다가 말리는 바람에 마주하기가 쉽지않다.
* 산초나무는 열매껍질이 녹갈색으로 익지만, 개산초와 초피나무는 적갈색으로 익고 속에 들어있는 반들반들한 종자는 모두 흑색이다.
* 산초와 개산초는 잎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잔톱니가 있지만, 초피나무는 물결 모양의 톱니가 크게 발달되어 있다.
산초나무
산초나무
산초나무 열매
산초나무 열매
산초나무 열매
산초나무 줄기와 가시
산초나무 줄기와 가시(겨울 모습)
개산초
개산초 열매
개산초 열매
초피나무
초피나무 열매
초피나무 열매
초피나무 열매
초피나무 잎
초피나무 줄기와 가시
출처: 이명호의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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