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리저리 일도 많고 괜히 정신없이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조그만 사무실 하나 하면서 뭐 이리 바쁜지 모르겠지만
좀 예측가능하게 살고싶은데, 그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듯도 싶습니다.
제일 아쉬운 건 아무리 바빠도 주말이면 가까운 근교라도 놀러다니곤 했는데
올해는 여지없이 깨져버렸다는 거였지요.
비가 무쟈게 내렸던 올해 여름은 그나마 나은듯 싶었던게
에어컨 적게 틀고 바다다 산이다 뭐다 해서 휴가바람 노는바람 안들었으니
돈 안들이고 얌전히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8월 말경에 며칠 더웠을 때는 정말 한계가 오더군요.
해서, 점심을 먹고 멍하니 늘어져 있다가
동생을 부추겨 갑자기 회사 땡땡이 치고는 양평에 있는 중원계곡엘 다녀왔었습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몸 담그고 막걸리 먹어가며 놀다가
저녁을 먹고 가자는 동생의 말에 양평역에 있는 양평시장 근처로 차를 몰았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몽실식당> 이란 곳이 맛있다고 해서
그리로 발을 돌렸지요.
음식은 맛이 있었습니다.
이 집이 고깃집이라 뭘 먹을까 하다가 도래창 구이를 먹어봤지요.
도래창이라니, 처음 듣는 거였는데 돼지 내장중에서도
예전에 마을에서 돼지를 잡으면 어른들이 맛있는 부위라고 날 것으로도 드시곤 했다네요.
쫄깃한 식감이 좋고 내장 특유의 잡내가 없어서 맛있더군요.
여차하면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가자 하고는 막걸리도 신나게 마셔댔지요.
1인분에 6000원이니 가격도 괜찮았고
사진 왼쪽위에 있는 묵은지가 맛나더군요. 갓김치, 젓갈등 다른 밑반찬도 맛있구요
한번 초벌구이를 해서 나오는데 불판 위에 한지를 올려놓고 그 위에다 데워 먹습니다.
이게 도래창 구이입니다.
암튼 그렇게 도래창 구이를 맛나게 먹었단 얘긴데
여담삼아 얘기하나 덧붙이자면
써빙을 봐주는 아주머니가 인상도 좋고 친절하시길래 막걸리 기운을 빌어 말을 섞었는대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는 거에요
인천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도 인천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자기가 몇 살 처럼 보이냐고 묻길래
체구가 자그마한 분이시라 좀 낮은 나이를 얘기했더니 (삼십대 중반이라 한 것 같네요)
환하게 웃으시더니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자기 나이는 비밀인데 인천의 무슨 여고를 나와서 회사엘 다니다가
남들보다 늦게 인하대학교 전자과 94학번으로 학교엘 다녔다고
학교 졸업하고 이렇게 저렇게 살다가
지금은 양평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마침, 요즘 함께 일하시는 분 중에 나이가 지긋하신 인하대학교 전자과 교수님이 계셔서
그분을 아시냐고 물으니 깜짝 놀라더군요. 자기 과 교수님이셨다고...
참 이것도 인연인 듯 싶어서 교수님 보여드린다고
사진 한장 찍겠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시더군요.
제자가 잘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이런 모습 보여드리기 싫다고...
그러더니 자리를 뜨시더군요.
암튼, 몰래라도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예의가 아닌듯 싶어
그냥 다음에 또 놀러올께요~ 하고는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차에서 술 좀 깨고)
얼마후, 그 교수님과 업무차 만나서 저녁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양평 식당에서 만났던 제자분 얘기를 했더니 누군지 무척 궁금해 하시더군요.
혹시, 다음에 양평에 가면 들려보시라고 그 때 가져온 식당 명함도 드렸지요.
그 쪽 방면으로 자주 가신다고 담에 꼭 가보겠다고 하셨는데
어째 찾아가보셨는지 뒷 얘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도래창이든 몽실이든 기억에 남는 건
인연이란 것...내 옆의 누군가와 어떤 사이인지 문득 뒤돌아 보게 만드는...
참 세상 좁다는 것
그런 얘기였습니다.
첫댓글 저도 곱창구이, 내장탕 등 좋아하는데 도래창구이도 맛나보이네요.
바쁘다는건 일이 잘된다는거? 맛있어보이네요. 한 젓갈만 먹어보고 싶다.
차편만 되면 이 번 일요일쯤 가야겠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도래창도 먹고 싶지만...
뒤늦게 전자과를 나와서 도래창을 만들고.... 인천에서 양평까지의 거리이동도 궁금하고....
사람의 삶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꾸며지는지....
도래창이란 이름과 그 여인의 사연이 잘 어울리네요
도래창이 창자 이름이라기 보다는 도래하다라는 말과 공간을 이동하는 창의 의미로 와 닿네요
찻집 이름으로 쓰면 좋을듯 합니다. 到來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