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
'제2의 슈퍼푸드'라고 불리는 아로니아는 동유럽과 미국에선 아로니아베리·블랙초크베리·초크베리로 통합니다. 국내에서도 재배되지만 주산지는 폴란드입니다. 폴란드가 세계 생산량의 90% 정도를 차지합니다.
아로니아는 '폴리시 패러독스(Polish Paradox:폴란드인의 역설)' 원인 식품으로도 유명합니다. 폴란드인은 전통적으로 육류 위주의 짜게 먹는 식습관 탓에 동맥경화, 고혈압 같은 심혈관질환에 많이 결렸습니다. 이에 폴란드 정부가 1970년대부터 '거국적'으로 아로니아 섭취를 권장했습니다. 이 덕분인지 1970년대 이후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 폴리시 패러독스의 핵심입니다.
아로니아엔 녹차와 덜 익은 감의 떫은맛 성분으로 알려진 카테킨(타닌)이 '엄청'들어 있습니다. 배의 103배, 살구의 52배이니 '엄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카테킨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합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는 것을 막아 혈관을 깨끗하게 하므로 동맥경화 예방에도 이롭습니다.
폴란드의 한 대학 임상연구 결과, 아로니아를 2개월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의 혈압·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로니아의 떫은맛은 들짐승을 질식시킬 정도로 강합니다. 덜 익은 아로니아를 먹은 새가 기절한다고 해서 ' 초크(choke : 숨이 막히다) 베리'입니다. 감처럼 숙성시키면 카테킨은 사라집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듯이 아로니아의 떫은맛과 쓴맛 성분은 약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블랙푸드'답게 검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합니다. 안토시아닌도 카테킨처럼 강력한 항산화 성분입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아로니아(생과)의 하루 권장 섭취량인 9~15g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45~60mg을 매일 섭취하면 항산화 효과는 물론 혈관 보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안토시아닌은 포도·검정콩 등 다른 검은색 식품에도 들어 있는데 아로니아 100g당 안토시아닌 함량은 검정콩의 33배, 포도의 약 12배에 달합니다.
아로니아엔 클로로겐산酸이란 항산화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클로로겐산은 위 속의음식물을 빠르게 장으로 내려보내 장의 포도당 흡수를 막아 체중 감량에도 유익합니다.
아로니아의 3대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안토시아닌·클로로겐산은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항산화 성분은 우리 몸에서 노화가 일찍 오는 신체 부위인 눈의 노화를 막는 데도 유용합니다. 특히 안토시아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눈의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아로니아는 피부를 생성하는 콜라겐의 산화를 막고 체내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켜 주름·기미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2014년 강원대 연구팀은 아로니아가 주름을 만드는 콜라겐 분해효소의 생성을 억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할 만합니다.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 21명에게 3개월간 매일 200ml의 아로니아주스를 섭취하게 했더니 혈당·중성지방·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과량 섭취하거나 원액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구역질, 복통,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폴란드산 동결건조 분말이 인기가 높습니다. 일부 식당에선 아로니아 분말을 반죽·육수 등에 섞어 웰빙음식이라고 광고합니다. 항산화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하시길 원한다면 열풍건조 분말보다 동결건조 분말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토시아닌이 열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수입 아로니아는 주로 농축액으로 들여옵니다. 농축액이나 농축액에 물을 탄 즙의 상태로도 판매합니다. 농축액은 아로니아 생과를 착즙한 원액에 장시간 열을 가해 얻은 것이므로 생과 본연의 맛과 영양소가 손실된 상태이기 쉽습니다. 100% 착즙 원액이라면 생과의 맛과 영양소가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박태균 fooding123@hanmail.net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회장이며,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연구교수입니다. 저서로는 <푸드백신>, <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 등이 있습니다.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17년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