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쌓인 저 숲속 어디에선가
풋풋한 웃음을 머금고
그대가 내곁으로 다가와선
손을 내밀면 우리는
우리 둘이는
쓰러진 집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짐을 잃어 여의주를 뱉어내지 못하는
돌거북에게 비석을 다시 얹혀주고
집도 절도 없이 오갈 데 없는
중들을 여기저기서 불러 모은 다음
새로운 절 이름 하나 지어주고 나서
아직도 잔설이 녹지 않은 겨울 숲으로
바로 그 겨울 숲으로
두 손 꼭 붙들고 사라져 가는
그런 꿈을
*** 주) 흥법사는 강원도 원주 지방에 있는 폐사지(옛날 절터)다. 그 곳에는 진공대사탑비의 귀부와 이수, 고려시대의 양식으로 보이는 삼층석탑, 가람배치의 축을 이루고 있었던 축대와 건물지의 주춧돌들 따위가 남아 있다.
또 절터 안에 있는 민가를 잘 살펴보면 집의 주춧돌이라든지 뒤안에 있는 장광(장독대)의 받침돌 등이 모두 절집의 석물임을 알 수 있다. 민가 뒤편의 옥수수밭을 지나 산 중턱에서 절터를 바라보면 멀리 섬강 너머로 천하를 놓고 견훤과 일전을 불사르던 왕건이 올랐다는 건등산과 맞은편의 견훤산성을 바라보는 눈 맛 또한 아름답다.
그리고 삼층석탑에서 진공대사탑비를 바라보면 마치 탑비의 수호신인양 우뚝 솟은 나무 위의 까치집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그러나, 흥법사지의 아름다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잔설이 남아 있는 겨울숲의 아름다움! 이것이야 말로 흥법사지를 더욱 빛내주는 아름다움 한 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폐사지를 감싸 안은 겨울숲은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랑 하나를 되살아 나게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