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던진 신의 한수 '토토가'

[자운영]

2014년은 무한도전의 8년 역사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케이블 예능의 선전에 비교되는 공중파 예능의 전체적인 부진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4월 길에 이어 11월에는 노홍철까지 멤버 중 두 명이나 음주운전으로 불미스럽게 하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최근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 프로' 설문 조사에서 1위에 뽑혔다.

(2위는 tvn 드라마 '미생'이 차지했다)

무한도전은 정해진 상황에 약간의 변화를 주며 출연진을 집어넣는 형식이 아니라

매번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 속에 같은 사람들을 집어넣는 식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포맷이다.

무한도전이 장기간 인기를 끈 데에는 지금까지 예능에 없던 포맷을 기획해서 이끌어 온

김태호 PD의 변칙복서같은 연출력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단단하게 구축한 멤버들의 공이 크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동안 멤버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두터운 팬층의 변함없는 충성도가 주된 이유라 하겠다.

최근에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고된 노동을 체험하는 '극한알바'에 이어

멤버들의 음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유혹의 거인' 등의 에피소드가 과연 무한도전답다는 평을 얻었고,

오랜 팬들은 리더 유재석에게 '잘못한 거 없는데 맨날 사과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을 붙이며 애정과 격려를 보냈다.

한편 대중가요의 부흥기라 불리던 9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가수들을 모아 만드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멤버들과 팬들이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하는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인기 가수들과 멤버들이 팀을 이뤄 무대를 꾸미는 '무도가요제'를 꾸준히 선보여왔고

가요제에서 선보인 곡들은 주요 음원 차트를 뒤흔들 만큼 큰 인기를 끌어왔는데,

그 연장선에 있는 '토토가'는 무한도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형태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이다.

동료이기도 했고 팬이기도 했던 이들이 십수 년 만에 재회하여 즐거운 연말 파티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어느새 중년이 된 왕년의 스타들을 찾아가는 콘셉트의 예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흘러간 스타의 위치를 고수하거나,

화려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재기를 꿈꾸는 절박함만을 보여주었다면 마냥 웃고 즐길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들의 찬란했던 시절을 추켜세우면서도 현재의 실력이 의심된다는 태도로

노래방 점수를 통해 얼토당토않은 테스트를 하게끔 해서 이상한 승부욕을 자극하고 결국엔 신나는 놀이판을 만들어냈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터보의 멤버 김정남의 뭉클한 사연이나,

육아에 지쳐 있던 SES 출신 슈의 모습을 촌스러운 감동코드로 그리기보다는, 짓궂게 장난치며 웃음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그들의 욕구 또한 시원하게 해소한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사회봉사자로 알고 있다는 지누션의 멤버 션의 우스갯소리는

네 명의 아이를 둔 사십 대 가장이지만 랩퍼로서의 정체성이 아직도 뜨겁게 남아있다는 고백이었는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다 보고 난 뒤에는 묘하게 여운이 남는 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지금까지 선사해 온 웃음의 실체이며 가장 잘할 수 있는 형태의 즐거움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2015년의 무한도전 역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지=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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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앨리스

- Daum 매거진, 필름인사이드

[자운영]

시끌시끌한 예능 프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끔 찾아서 보게 만드는 '무한도전'
얼마 전 '라디오 DJ'편 찾아 본 이후로 또 한 번 찾아서 본 '토토가'편
정말이지 가슴 뭉클뭉클한 추억속으로의 빠져들게 만든 저력..
이번 주 2탄도 기대된다.
예능 프로를 이렇게 애타게 기다려보기도 처음이다..

[자운영]

지난 토욜 저녁 나 "오늘 저녁밥은 조금 늦습니다. 토토가 봐야돼요"
결이아빠 "그래? 그럼 미리 배 좀 채워놔야겄네?" ㅎㅎㅎ

처음으로 예능 프로를 본방으로 봤다.
머땜시 이렇게 막 설레이고 이토록 가슴이 뭉클뭉클했을까..
그것은 아이돌들이 주인공된 이 시대에 왕년의 스타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와
전성기때를 떠올리며 울먹이게한 무한도전 멤버들과 김태호 피디의 저력이 우리와 통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