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입>
산을 넘는 세월을 작별하려고 신암 선열묘역에 갔더니
가시나무 울타리에 개나리꽃을 피워 걸어놓고 있네요
금호강 강안길로 속보로 걷기 하는 흰 옷 입은 남녀가
왜가리를 물위에 방사해 놓고 왜 왜 울리고 있네요
강심江心의 삼각주三角洲에는 갯버들이 푸르게 자라고
굽이치는 은파를 타고 배때기 흰 물고기가 뛰고 있네요
그 날 경북여고 뒤뜰에는 영산홍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목련이 망울을 틔우려고 꽃눈마다 힘을 주고 있네요
무서리에 젖은 국화꽃이 목련 옆에서 방실 웃을 때
짧은 치마의 여학생이 까불대며 봄날같이 웃네요
깔깔거리는 웃음에 봄꽃이 화들짝 놀랄 것 같은데요
계절을 헤아리지 못한 금붕어가 고개를 갸웃대네요
강원도 오대산에 하얗게 깔렸다는 폭설 소식에도
대구에는 수탉 울음소리가 닭장에서 빠져 나오고
국사 선생이 유년의 날씨 이야기와 금호강에서
스케이트 타던 설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네요
얼음에 땀 흘리고 어묵국물을 마시던 유년의 동화
썰매를 타던 금호강의 기억이 참으로 까마득하네요
계절도 흐르다가 때로는 되돌아오는 것 같아서요
12월이 반이면 6월인데 오염된 환경 때문일까요
대구 신암동선열공원의 개나리가 노을 속에 웃고
경북여고 후원에서 하양 영산홍이 따라 웃을 때
들숨 속으로 밀리는 국화 향기가 후각을 때리네요
계절의 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겨울서정을 찾아
꺾인 12월을 보니 그대는 오고 나는 가고 마네요
계절을 밟고 지나가면 어디선가 들릴 듯 봄소식에
계절의 능선에 봄이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명자나무 열매와 남천 잎이 남루의 자락을 나불대며
얼음 낀 금호강으로 오대산바람을 밀어 넣고 있네요.
첫댓글 언제 시간 내어 신암 선열공원에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박방희 회장님! 오늘도 무고 무탈하시지요? 오늘은 살기좋은 이승을 버리고 먼저 떠나간 친구의 영결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겨울이오면 금호강은 추억의 장으로 되돌려 놓고하지요 스케이트 타고 구름다리인가요 무서워서 줄을잡고 건너던 생각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