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이 남한에서 그들의 대중문화를 알리고 남과 북의 문화적 이질감을 없애고자 모였다.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이 바로 그 주인공들. 민족의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동질성 회복의 중심에 서 있는 평양예술단을 소개한다.
통일한마당축제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은 지난 2003년 북한 1호 공훈배우 주순영과 함께 한국배우 김동철 단장이 창단했다. 김동철 단장은 KBS TV문학관, KBS 드라마게임, 전설의 고향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한 한 바 있는 한국배우 출신으로서 지난 2003년 주순영과 우연한 만남으로 인연이 돼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의 단장으로 맡게 되었다. 현재 주순영은 남남북녀평양예술단에서 공연하지 않고 혼자 단독으로 북한 문화관련 공연단장 및 교회 선교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순영 씨와 저, 단 둘이서 공연을 뛰다가 차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공연 횟수가 늘어지게 되면서 새터민 단원들을 뽑게 되었습니다. 현재 13명의 단원이 저희 예술단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주순영 씨는 “수많은 사선을 넘어 자유의 땅인 남한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간혹 김동철 단장의 전화를 받고 축사공연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생기면 같이 공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 씨는 북한에서 배우활동을 하는 동안 주로 김일성의 아내역을 다수 맡아왔으며, 김정일과도 교감이 되는 관계였으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남한으로 귀순했다.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은 북한의 자연 미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앞에 ‘남남북녀’라고 지었다. 1년에 100회 이상의 교회초청공연, 노인잔치, 불우이웃을 위한 무료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무대는 어디든지 달려가 북한 순수무용을 보여주고 한국대중가요를 맛깔스럽게 부르는 등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되는 통일 한마당 축제를 벌이고 있다.
“북한 무용은 한국무용과 달리 동작이 활기차고 빠릅니다. 때문에 남한사람들은 신기해하고 보는 것 자체를 즐깁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더 좋아하시죠.”
김동철 단장이 이끄는 평양예술단의 가장 인기 있는 춤은 우리에게는 다소 낮선 ‘항아리춤‘이다. 이밖에도 무대에서 춤을 추는 동안 마술과 같이 옷의 색깔이 빨간색, 파란색, 흰색 등이 바뀌는 ‘4계절 춤’도 인기다.
“단원들 모두 북한에서 어릴 적부터 무용을 배웠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타고 났다고 할 수 있죠. 모두들 남한에서 하나가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 아름다운 춤을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의 단원들 모두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남한으로 넘어온 새터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남한에서 추는 춤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여성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고생을 특히 많이 하셨죠.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오기까지, 중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까지 정말 갖은 고생을 하셨어요. 어떤 분은 죽을고비로 두만강을 건너와 어렵게 중국에 먼저 체류했지만 임신매매 및 사기를 당하는 등 힘든 고생을 하다 겨우 탈출하여 오신 분도 있고, 힘들게 남한에 넘어왔지만 딱히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아 생계가 어려우신 분도 있죠.”
김 단장은 단원들의 힘들었던 과거를 알고 있기에 지금 남한에서 생활하는 새터민들의 현실을 더 안타까워했다.
“저희 단체가 2009년까지만 해도 1년에 200회 이상 공연을 했는데, 정부정권이 바뀌면서 최근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북한과 남한의 관계가 예전보다 나빠지다 보니 괜히 저희단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걱정입니다.”
하지만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의 무용수들은 절대 포기란 없다. 비록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오히려 힘든 것을 극복하고 희망을 꿈꾸며 대신 춤으로 승화시킨다. 남한의 잘못된 편견의식으로 인해 상처도 받고 좌절도 겪었지만, 소수의 힘을 북돋아주는 주변의 도움으로 밝은 미래를 꿈꾼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저녁 6시까지 오로지 춤 연습에 올인 하면서까지 더 노력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라도 국가에서 지정하는 문화예술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닐 계획입니다.”
세계로 춤의 떨림 시작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의 공연은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내게 하기로 유명하다. 공연 갈 때마다 무용단원들이 한국 관람객들에게 ‘동무’라고 호칭하며 우정의 뜻을 나타내며 부르지만 아직 어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흥겹게 춤을 추는 평양예술단의 무용은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등 남과 북의 서로 갈린 현실을 안타깝게 만든다.
“탈북한 평양예술단 사람들의 시선에서 다시 통일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었지만, 조금만 남한 사람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탈북민들을 바라봐준다면, 반드시 통일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그 전에 정부에서 탈북민들이 남한에 잘 적응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들을 내놓아 덜 힘겹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단장은 앞으로 남남북녀평양예술단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당찬 무대를 꿈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한 마음이 되어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이해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5월, 미국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가해 평양예술선교단이 북한식 치마저고리를 입고 화려한 공연을 펼쳐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또한 지난 4월 21일에는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새터민돕기 평양예술선교단 공연을 개최하기도 해 수익금을 포항 새터민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주위의 귀감이 되는 문화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남한에서 자유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앞으로 저희 예술단도 국가에서 인정받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며, 유럽 등지에서도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새터민 단원들의 화려한 꿈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입니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는 최근 집계로 30만이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남한의 사상과 문화,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김 단장은 북한 사람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무용과 같은 예술 활동을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자들에게 활동을 넓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일자리 지원을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