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 속에서 홀로그램, 3D, 종이 같은 디스플레이 등 여러 종류의 미래형 디스플레이를 보았을 것이다. 많은 연구소와 국가에서 이런 디스플레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종이처럼 자유자재로 구부리거나 휴대하기가 편리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면서 꿈의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릴 만큼 상용화가 어렵다. 그러나 여기 소프트픽셀(주)이라는 기업에서 이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글 윤종엽 기자 yoonjy31@displayasia.net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는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이런 디스플레이들은 알고 보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연구, 개발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자되면 실현이 가능하다. 상상 속의 디스플레이들 중에서 구부러지거나 둘둘 말 수 있고, 휴대성이 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릴 정도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면서도 실현시키기가 힘들다. 현재 많은 연구기관이나 국가에서 연구, 개발 중이지만 실현시키기에는 아직 시간과 노력이 더 투자돼야 할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인 플라스틱 LCD를 상용화시킨 기업이 있다. 바로 소프트픽셀(주)로 김한식 대표이사가 2000년 창업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전문 R&D를 생산까지 연결시킨 기업이다. 김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전자부품연구원에서의 30년 넘는 엔지니어 생활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경험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현실화시켰다. 올해 4월 김 대표는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전용 양산라인을 구축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성남 본사의 파일럿 생산라인에 이어 용인 생산라인의 시동에 앞서 김 대표는 “엔지니어는 목적의식을 갖고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고 실험해야 한다”며 지금도 일주일에 며칠은 기숙사에서 현장의 엔지니어들과 밤을 지새우며 엔지니어의 본분을 잊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실용화 제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무렵 너무 많은 괴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연구소의 연구는 다만 연구일 뿐이었다”며 “실제 상품을 만드는 연구는 어려움이 있었고,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돌아봤다. 물론 연구소에서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김 대표는 창업 전 3년 정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국책과제를 진행했고, 그러면서 ‘이런 연구가 단지 연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로 상품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과감하게 창업을 시도한 그였다. 한편 소프트픽셀(주)는 현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종류 중 플라스틱 LCD를 중점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LCD의 경우 기술, 재료, 인적 인프라 등의 구성이 아주 잘 갖춰진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인프라 조성이 미흡한 OLED나 E-ink 등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중소기업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OLED를 이용해 상용화가 가능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올 하반기 중으로 선보이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김 대표는 “LCD의 인프라와 OLED의 특성의 결합으로 새로운 형태 디스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소프트픽셀(주)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유연한 LCD가 필요한 스포츠형 디지털시계와 삼차원(3D) 입체 영화 감상용 안경부터 휴대폰, PDA, 게임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여 아디다스, TRI-D 시스템, Fossil, 나이키, 타이멕스(Timex) 등의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플라스틱 LCD는 기존 유리 소재보다 7~10배 높은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고 기술적 장벽이 높아 추격이 쉽지는 않다. 또 양산설비를 공동설계하면서 장비 국산화율을 60%까지 높였다”며 김 대표는 확고한 리더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설명했다. 현재 소프트픽셀(주)의 주 매출액의 대부분은 스마트카드에 장착한 플라스틱 LCD이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보안 시스템이 많이 사용된다. 스마트카드에 플라스틱 LCD를 장착함으로 해서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스마트카드의 공식 규격인 두께 0.831mm에 들어가려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사는 스마트카드용 플라스틱 LCD에 ‘마이크로 픽셀’이라는 자체기술을 사용했다”며 기술적 우월성을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2백만개 판매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에는 아마 2천만개가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카드와 교통카드에 적용 가능하게 연구 중이며, 휴대폰 서브창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는 원천 재료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OLED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디스플레이이지만 재료는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한다”고 원천재료에 대한 지원의 시급함을 설명했다. 현재 대만,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하려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원천재료 및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천재료 및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공학(수학, 물리학, 화학 등)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천재료와 기술이 없이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김 대표는 “당사는 R&D기능과 공급기능이 공존하는 회사로 키워갈 것이며, 차세대 원천기술의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제품의 공급능력을 갖출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를 설명했다. 그리고 “완제품은 아니지만 반제품 형태로까지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사의 제품을 가지고 기존 생산방식의 적용이 안 되므로 반제품까지의 사업영역을 넓힘으로 해서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경쟁자가 없어서 마케팅이 사실상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의 마케팅은 마켓을 창출하는 마케팅이 될 것”이라며 리더 기업으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할 것을 다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중국 등에서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가 말했듯이 원천기술과 재료의 부재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한국주도의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는 불안하다. 디스플레이 강국의 자리를 확고히 유지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소프트픽셀(주)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이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의 교두보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