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으로 들어와 5년째 옥수수와 감자,고구마,배추,무 등 농사를 지으면서 얻는 게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수확이 있으니,바로 생명에 대한 깨달음이다.
흙 속에 뿌려진 옥수수 한 알이 싹을 틔우는 생명의 경이,비바람에도 불구하고 바로 서고자 하는 꼿꼿함(직립성),
이 후 새로운 생면(열매)을 맺는 결실의 과정까지 옥수수는 참으로 많은 기쁨과 교훈을 안겨준다.
고구마는 또 어떤가.
심어놓은 모종의 줄기와 이파리가 말라비틀어져 죽었다고 포기했건만,어는 날 줄기 밑동에서 다시 머리(싹)를
내밀고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순간의 감격스러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생명의 경이란 새 생명 탄생의 오묘함뿐 아니라 그 생명 에너지에 대한 경탄이기도 하다.
이때 손수 키우는 작물의 생명 에너지는 고스란히 내 것이 된다.
농사를 지을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수확물과 그것을 나누며 얻는 보람과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힘든 노동을 수반한다.
하지만 필자에게 그 노동은 비록 힘은 들지언정 괴롭지는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심신에 활력을 준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짓게 되면,비록 돈은 없어도 애써 키운 농산물이 풍성한 수확으로 보답을 하니 농사철 전원 곳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직접 먹어 배부르고,또한 이를 이웃에게 나문 하는 인정까지 함께 추수하는 것이다.
전원의 곳간을 열러 나눔으로써 마음의 곳간은 다시 풍성하게 채워진다.
그럼 전원생활 초기 농사는 어떻게 지어야할까.
귀농이든,텃밭 수준의 귀촌이든 초기 농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거나 동네 농사 고수를
찿아 물어물어 짓는 것이 요령이다.
처음 한두 해는 가능한 많은 작물과 접해 보는 것이 좋다.
개별 작물의 특성도 익히고 흙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철에 따라 이것저것 심어 본다.
귀촌의 경우는 가급적 시장에 가지 않고 자급한다는 마음으로 키우면 족하다.
실제 농촌에서 생활해 보면"집 없이는 살아도 비닐하우스 없이는 못 한다"는 말을 실가하게 된다.
귀농뿐 아니라 귀촌의 경우에도 없어서는 안 될 제2의 공간이 바로 비닐하우스다.
다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이보다 더 요긴한 것도 없다.
필자 역시 2013년 귀농인 보조금(50%)을 지원받아 198m2(약60평) 크기의 비닐하우스를 마련해 비(물)에
약한 과채류 등을 재배하는 한편 육묘,건조,보관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농촌에서는 창고나 차고,농기계를 보관하는 곳도 비닐하우스가 기존 틀이다.
제법 규모 있는 농사를 짓는다면 반드시 영농일지(기)를 써보자.
매년 기록한 영농일지는 이후 농사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작물이 아니면 더이상 주변에 묻지 않아도 되고,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다.
연도별로 수확량과 소득을 비교할 수 있어 농사짓는 재미도 더해진다.
작물 재배뿐 아니라 가축 키우기에도 도전해 보자.
농촌에서 부담 없이 기를 수 있는 가축은 닭이다.
영양가 높은 달걀과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있고,배설물은 훌륭한 거름이 된다.
잡식성이라 아무거나 잘 먹고,주변에 풀어놓고 키울 수 있다면 사료비도 절감된다.
전원생활 3년 차인 김모 씨는 "아이들이 닭을 키우는 데 한몫 거들어준다.
그 과정에서 암탉을 보호하고 이끄는 수탉의 역할과 먹이를 먹는 순서 등을 보고 느끼기에 말 그대로 산교육이 된다"고 맣한다.
농사를 짓다 보면 농기계는 경운기와 관리기,예취기 등이다.
하지만 농기계 사고가 빈발하니 운전조작 교육을 받고 안전사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요즘은 지자체 농업기술 센터에서 농기계를 저렴하게 임대해 주거나,밭갈이 등의 작업을 대행해 주기도 하므로 굳이
농기계를 사지 않아도 농사짓는 데 그리 큰 불편함은 없다.
전원으로 들어와 규모가 크든 작든 농사를 짓는다면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요,농부는 생명을 가꾸는 시인이라는
마음가짐을 견지하자.
그래야 농사를 통해서도 자연의 축복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