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휴대폰 제조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장인석(31)씨는 요즘 주말여행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있다. 1일부터 본격적인 주5일 근무가 시행됨에 따라장씨 회사도 이 달부터 주5일 근무를 시행키로 했기 때문. 그는 주5일 근무 시행 후 맞는 첫 주말을 친구들과 2박3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장씨는 회사생활 4년 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금, 토, 일요일 주말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아직 행선지조차 못 정했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지난 1일부터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기업, 금융ㆍ보험및 종업원 1,000명 이상 사업장은 이 달부터 주5일 근무를 시작한다. 2005년에는 종업원 300인 이상, 2006년에는 100인 이상, 2007년에는 50인 이상 등으로 주5일 근무제는 업종 및 규모에 따라 오는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사실 그 동안 해당 사업체 사정에 따라 부분적으로 주5일 근무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일정 규모의 기업이 한꺼번에 대규모로 주5일 근무를 시행하는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5일 근무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국민들의 생활패턴이 직장중심의 음주문화에서 가족중심의 여가문화로 변화될 전망이다.또한 TV시청이나 수면 등 단조롭던 여가생활도 등산, 스포츠, 문화레저활동 등으로 다양해져 새로운 소비풍토도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6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총고용도 5.2%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문화관광, 레저, 운송업 등 서비스 산업 중심의 내수증대를 통해 경제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통기업 역시 주5일 특수를 잡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말과 여가 어떻게 즐길까
주5일 근무가 시행, 사실상 금요일 오후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이틀이 넘는 연휴를 어떻게 즐겨야 할까. 대부분의직장인들은 여행, 영화나 공연관람, 운동 등을 주로 꼽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회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주5일 근무로 늘어난 주말 활용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대는 여행(33%)과 문화생활(33%)을 선호했고, 30대는 가족여행(39%), 40대는 건강을 위한 운동(35%)에 투자하겠다는응답이 주를 이뤘다.
특히 야외활동 하기에 적합한 여름이 시작되면서 인라인스케이트, 수상스포츠 등이 주목 받고 있다. 또한, 콘도미니엄, 팬션 등 가족형 레저시설을이용한 여행, 2~3일 일정으로 일본 등 가까운 국가로 관광을 다녀오는 ‘도깨비 여행’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달라지는 소비패턴
주5일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백화점, 할인점, 식당 등의 금ㆍ토요일의 매출비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또한 가족단위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2001년 전체의 13.9%, 17.7%를 차지했던 금요일,토요일 매출이 점진적으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되면서 올해는 각각 14.9%,18.4%로 늘어났다. 테크노마트 역시 내방고객 수가 평일엔 7만~9만 정도에불과하지만, 금요일 오후부터는 손님이 부쩍 늘어 10만명 수준에 달하고있다.
할인점도 마찬가지. 이마트의 경우 최근 3년간 요일별 판매동향을 분석한결과 금요일 매출비중이 2002년 11. 8%에서 올해 12.0%로 높아졌다. 토요일 매출비중 역시 2년새 19.5%에서 20.2%로 급상승했다.
피자헛의 한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이 사실상 금요일저녁부터 시작된다"면서 "금요일 매출비중이 점점 커져 주말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갑다. 주5일 특수야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5일 근무제시행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특수로 부각되고 있다. 당장에 여행, 레저, 문화활동 등을 즐기는 데 필요한 아웃도어의류 및 스포츠캐주얼, SUV차량 등레저활동에 적합한 상품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주5일 특수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백화점과 할인점들은 수요가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웃도어용 패션의류,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주말문화센터, 테이크아웃 식품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금요일과 토요일에 집중적으로 할인 및 이벤트를 실시하는등 달라지는 소비패턴에 대비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고객이 직영목장의 송아지를 구입해 주말에 가족이 함께 돌볼 수 있는 주말농장 개념의 ‘한우위탁사육’ 등 독특한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의류업계는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및 신상품을 선보이고, 식품업계는 간편하게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가전제품 판매점들은 캠코더 등 레저활동에필요한 제품들을 전면 배치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 시행은 최근의 웰빙 열풍에 돛을 다는 격”이라면서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주5일 근무 시행을 불황탈출의 계기로 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서울경제신문
기업연금 시장 잡아라
금융권 시스템구축 본격화…하반기 300억 규모
유니보스돚ㆍ유니시스 등 제휴확대ㆍ마케팅 앞다퉈
올 하반기 기업연금 시장이 국내 솔루션 업체들의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연금 제도를 담은 기업연금법안이 오는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생명ㆍ대한생명 등 생명보험회사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되는 등 기업연금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해상화재ㆍ동부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회사와 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들까지 기업연금 제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하반기 적어도 10개 이상의 기업연금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합쳐 한 프로젝트 당 약 30억∼4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할 때, 올 하반기에만 300억원 이상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니보스ㆍ한국유니시스ㆍ한국썬가드 등 관련 솔루션 업체들의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이 활발하다.
유니보스(대표 안무경)는 최근 신규 사업으로 기업연금 솔루션을 선택하고, 호주 싱크로나이즈드사의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안무경 사장은 "기업연금 제도의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최근 들어 기업연금 솔루션에 관심을 표명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며,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선점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니보스는 오는 15일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생보ㆍ손보ㆍ투신 등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기업연금 제도와 솔루션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금융사들을 겨냥해 온라인소프트웨어임대(ASP) 방식의 솔루션 공급모델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I업체를 비롯해 한국IBM 등 시스템 업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체제 구축에 나설 생각이다.
유니보스는 특히 싱크로나이즈드 기업연금 솔루션인 `캐피털'에 자사의 온라인분석처리(OLAP)ㆍ리포팅ㆍ캠페인관리 등 솔루션을 결합, 국내는 물론 싱크로나이즈드를 통해 호주ㆍ중국ㆍ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ㆍ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만 최소 2∼3개의 기업연금 프로젝트 수주, 순수 소프트웨어로만 약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세미나를 열고 `베니핏키퍼'라는 기업연금 솔루션을 선보인 한국유니시스(대표 강세호)도 점차 보험사, 특히 생보사를 타깃으로 마케팅 및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베니핏키퍼는 일본유니시스가 만든 솔루션으로 미국이나 호주의 기업연금 제도를 모델로 한 솔루션에 비해 국내 실정에 보다 적합하다는 게 강점"이라며, "하반기 최소 1∼2개의 프로젝트 수주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썬가드테이터시스템스(대표 강은규)도 현재 한국IBMㆍ삼성SDSㆍ한국HPㆍ유니보스ㆍ유비아니텍 등과 적극적인 제휴를 추진하며, 기업연금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은규 사장은 "썬가드의 `옴니플러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연금 패키지로, 이에 연결된 수천만 가입자가 이미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며, "국내서도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시스템 구축에 최소 7∼8개월이 걸림을 감안할 때, 내년 7월부터 기업연금 제도가 시행되려면 금융사들은 지금부터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프로젝트가 잇따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연금 시스템은 DB(Defined Benefit)??DC(Defined Contribution)??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등 3가지 연금상품에 대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것으로, 크게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백엔드 시스템과 등록 및 접수용 시스템, 가입자 인증시스템, 그리고 웹기반 가입자 및 관리자용 프론트엔드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한민옥기자 디지털타임스
7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한겨레]
부양책 대신 투자 활성화로
수출 호황과 내수 불황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상반기를 마감한 정부가 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경제민생 점검회의’를 열어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예정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직접적인 내수 부양책은 부작용이 큰 만큼, 기업 투자 확대 유인과 고용 사정 개선을 통해 침체된 소비를 회복시키고 내수를 살리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또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물가 안정 대책과 지난 2개월 동안 준비해온 중소기업 지원 종합대책도 나오는데, 중소기업 대책은 금융 지원 강화 방안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회의에서 주요 경제 전망 수정치도 발표할 예정인데, 지난해 말 5%대로 잡았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체는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워낙 잘 되고 있어, 벌써 성장률을 낮출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애초 3% 안팎으로 잡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고유가 현상을 감안해 3%대 중반으로 올리고, 이미 상반기에만 140여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도 연간 흑자 전망치를 기존의 50억~6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대폭 높일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데, 현재 연 3.75%인 콜 금리를 이번에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일(한국시각) 연방기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우리는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등 미국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은도 금통위 뒤 올해 경제 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는데, 재경부의 전망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5일 새 행정수도 후보지별 평가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를 토대로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8월에 새 행정수도 입지가 최종 결정된다.
안재승 기자 jsahn@hani.co.kr
日 한국경제 전문가 후카가와 교수 "한국 불황은 정치의 실패" [조선일보]
기득권 노조·예측 불가능한 정부·불안한 외교…
역동성이 ‘생명’이던 한국경제는 과연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빠져드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한국경제 전문가로 알려진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불황의 원인과 경제구조가 달라 막바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수불황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구 감소가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한국은 정말 엄청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를 불황이라고 보는가.
“매크로(거시경제)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호황이지만 마이크로(미시경제) 쪽으로 들어오면 역시 불황이다. 한국경제는 수출이 늘면 급격히 좋아져야 정상인데, 수출이 일부 대기업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내수로 이어지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불황이 오래 가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경기가 조금 좋아졌다는 신호만 보이면 완전히 불황을 탈출했다고 오판해 정책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한국도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것인가.
“한국의 문제는 정책실패라기보다는 정치의 실패다. 첫 번째는 노조문제다. 지금 정권에서 임금을 올리지 못하면 다음 보수정권에선 못 올린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노조가 이미 기득권층이 됐다는 얘기로 보인다. 두 번째로 정권이 예측불가능이다. 갑자기 수도이전이 웬말인가. 예측불가능한 행동이 많으면, 기업이 투자할 환경이 안 된다. 세 번째로는 외교실패다. 한국인은 그렇지 않지만,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북한과 한·미동맹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있지만, 한국처럼 정치가 직접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한국의 장기불황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내수 불황이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납득할 목표를 가지고 경제발전에 매진하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 목표가 소득 2만달러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고용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로 보인다. 사실, 한국은 인구구조로 볼 때는 지금이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인데…. 인구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화될 경우 한국은 정말 엄청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이 장기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생산성보다 임금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기본부터 덜된 것이다.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직접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한국은 IMF 이후에 개방경제를 선택했지만, 첫 3년간이 80점이라면, 그후 2년간은 50점, 현 정권은 30점 정도? 개방으로 중산층이 무너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다. 힘들어도 싸워 이기는 수밖에 한국경제의 살 길은 없다. 일본이나 중국보다 빨리 규제완화를 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동네가게 무너진다] <3> 벼랑 끝에 선 영세상인들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그만두고 싶은데 점포마저 안 나가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민자(54ㆍ여)씨는 올들어 밀린 점포 임대료와 인건비를 카드 3장으로 돌려 막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최근 고용 미용사를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꾸리고 있지만 한 달에 60만원만지기도 힘들다. 1년6개월 동안 쉬는 날도 없이 일했으나, 남은 것이라고는 가게 임대를 위해 은행서 빌린 4,500만원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카드 이자 등 8,000만원의 빚뿐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다 최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은 장경수(47)씨는 “올들어 매출이 절반까지 떨어져 4개월째 관리비와 임대료를 은행 대출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옷 가게는 급한김에 고리 사채를 빌려 썼다가 이혼 위기에 놓여 있다”며 “우리 같은 동네 상인들은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동네가게가 몰락하고 있다. 내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음식점과 슈퍼마켓, 이ㆍ미용실, 옷가게는 물론, 노래방과 당구장, PC방 심지어 대형 찜질방까지 업종을 가릴 것 없이 매출이 급감해 아예 영업을 포기하는 극한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음식점과 주점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구의 경우 올들어 6월말까지 435개 점포가 문을 닫아 지난해 같은 기간(358건)보다 22% 늘었다. 그나마 경기를덜 탄다는 강남구도 폐업 점포가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서울 소공동이나 남대문로 지하상가에는 상당수 점포가 ‘폐업정리’ ‘점포정리 세일’을 걸어놓고 있지만 고객의 발길이 끊겨 썰렁하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보증금까지 까먹은 이른바 ‘깡통 상가’나 권리금이 한푼도 없는 상가 매물이 수북하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월드공인중개소 박영주(47)씨는 “현재 의뢰된 점포매물 100여건 중에는 영업도 하지 않으면서 ‘생돈 임대료’를 내는 가게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33ㆍ여)씨는 “3만원대 이상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고 매상도 절반 이상 줄어 임대료 내기가 힘들다”며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한 가게지만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조만간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소기업소상공업학회 정범식(숭실대) 교수는 “조기퇴직과 취업난 등으로 자영업 비율(48%)이 지나치게 높아 경쟁이 치열한데다 내수 불황마저지속되면서 동네 영세상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동네가게의몰락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제2의 신용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한국일보
1가구 3주택 소유자도 상가 팔 땐 중과세 안 해 [중앙일보 정재홍 기자]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라도 상가를 팔 때는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이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국세청은 4일 서울에 아파트 두채와 상가.주택이 복합된 겸용주택 두채를 가진 A씨가 겸용주택 1채를 팔 때 적용되는 양도세율을 질의한 데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국세청은 "1가구 3주택 이상자에 대해 60%의 양도세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주택과 그 부수토지에 한정되는 것"이라며 "복합건물의 상가 부분과 이에 상당하는 부수토지는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해당 상가에 대해서는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50%, 1년 이상~2년 미만이면 40%, 2년 이상이면 과표금액에 따라 9~36%의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1가구 3주택 이상자가 양도하는 주택은 60%의 세율이 적용되고 3년 이상 보유한 뒤 팔더라도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겉다르고 속다른 中企 대출 [조선일보 김영진, 이경은 기자]
은행들 말로만 "지원" 일부는 대출규모 줄여
시중은행들이 겉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실 대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연체관리에 나선 것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6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8조4467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9907억원(2.5%)이나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앞으로도 연체 감축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중소기업 대출은 크게 늘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조흥은행도 6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이 5월 말보다 3587억원 감소한 14조1886억원으로 집계됐고, 외환은행은 5월 14조3878억원에서 6월 14조2708억원으로 1170억원 줄었다.
나머지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지만 1% 미만의 소폭 증가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6월 중 대출잔액이 540억원(0.18%) 증가했고, 하나·신한은행의 대출잔액 증가율도 각각 0.31%, 0.77%에 불과했다.
은행들 말로만 "지원" 일부는 대출규모 줄여
반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했다. 6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9조3950억원으로 전월(38조9657억원)보다 4293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내수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다”면서 “특히 6월은 반기결산을 위해 부실 채권을 팔아치우는 등 은행권이 대출잔액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6월 말)은 적극적인 연체관리 영향으로 3월 말보다 1% 내외 하락한 2%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김영진기자 hellojin@chosun.com
한국경제, 장기불황의 늪 우려 [조선일보 박종세, 최흡 기자]
LG경제硏 "내년초 정점 찍은뒤 다시 하강"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소비와 투자 부진이 예상을 넘어 장기화하는데다, 힘 있는 경기반등을 가능케 했던 한국경제의 탄력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2004년 IMD(국가경영개발연구소)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가 하강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역동성을 나타내는 ‘경제 탄력성(경기순환에 대한 경제의 탄력성)’을 볼 때 한국은 전 세계 개국 가운데 43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11위에서 무려 32계단이나 떨어졌다. ‘저(低)성장’의 대명사였던 이웃 일본(36위)보다도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9년에는 9.5%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2002년 7%, 올해 5%대(예상치)로 경제 침체 이후 반등하는 폭이 갈수록 떨어지고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최근 우리 경제는 1년마다 냉·온탕 경기를 반복하며, 성장률은 축소지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을 느끼기도 전에 다시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내년 1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하강, ‘더블 딥(double dip)’에 이은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더블 딥’은 경기가 침체 후 상승하다가 곧 다시 꺾이는 현상을 말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경제가 회복다운 회복을 경험하지 못한 채 내년부터 다시 하강하면 작년 1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침체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홍배 일본팀장은 “수출에만 의존하는 불안정한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던 일본 경제처럼 경기 악순환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본내 한국경제 전문가들 가운데도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도쿄대 대학원 교수도 “한국의 내수불황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목표를 갖고 경제발전에 매진하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일단 고용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세기자 jspark@chosun.com
"한국경제 몹시 우려되는 상황"
뉴욕 소재 민간연구기관인 경기사이클연구소(ECRI)는 최근 보고서에서 “6월에 한국의 미래경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 급락이 비록두달밖에 안됐지만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CRI는 “미국경제가 지난 4월부터 고용시장의 호전으로 회복이 탄력을 받고 있으나 미국의 미래경기지수는 벌써 성장둔화를 예고하고 있고 일본 및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다 중국의 긴축정책이 가세하면 내수 분야의 회복이 아직도 지연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중요한 수출 파트너 미ㆍ중ㆍ일의 경기둔화로 적지않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CRI는 “한국경제는 아직 상대적으로 건실하지만 한국의 선행 및 동행지수가 생산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악화, 도소매 위축 등의 이유로 4월부터 꺾어지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아직은 순환성 하강(cyclical downturn)이라고 단정하기 이르다”고 규정했다.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더블딥' 싸고 경기논쟁 가열
경기회복의 대세가 꺾여 다시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자는 민간연구소에서 나오고 있고 정부와 관변연구소는 후자 쪽이다.
경기 논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각종 지표가 악화하고 있기때문이다. 좋지 않은 통계가 나올 때마다 비관적 전망과 분석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더블딥(Double Dipㆍ이중침체)’는 물론 ‘트리플딥(Triple Dipㆍ삼중침체)’이나 ‘회복 없는 L자형 침체’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특히 지금까지 말을 아껴온 연구기관들이 비관론을 강하게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논쟁의 확산이 예상된다. 연구기관들은 지난 5월15일 노무현 대통령이 ‘근거 없는 비관론’을 비판한 후 아예 연구 자체를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해온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당시“몇 가지의 징후를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그래서 불안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비관적 전망을 확산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의해야 된다”고 강조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논쟁의 불을 당긴 것은 지난주 말 우리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한통의 보고서.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회복세 다시 꺾이나’라는 글에서 ‘우리 경제가 내년 1ㆍ4분기 중 수출주도 경기회복의 정점을 찍은 뒤 하강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회복다운 회복을 경험하지 못한 채 내년부터 다시 하강하면 2003년 1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침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수출호조세가 둔화되면서 내수침체가 계속될 경우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수출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최고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으며 수출과 내수의 단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더블딥의 우려가 앞으로 트리플딥이나 장기침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블딥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적지않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우리 경기가 조금 올라가는 것 같다가 조금 정체된 것”이라며 하강조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측 입장은 더 확고하다.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 동행ㆍ선행지수가 두달째하락했다는 것만 가지고 경기가 하락국면으로 꺾였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최소한 6개월은 봐야 정확한 추세전환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수출은 잘되고 내수가 부진한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 것 같다”며 “내수만 살아나준다면 국면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더블딥을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문제는 시간에 있다. 4~6개월 후면 현재 상황이 바닥이냐 아니냐를 증빙해주겠지만 그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 있다. 10년 장기불황을 견디며 회복기를 맞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의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서울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