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경북 상주를 다녀왔습니다.
상주는 자전거와 곶감의 고장으로 제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법무관을 하면서 2년간 살았던 곳입니다.
이번에 상주 재판이 잡혀서 출장차 겸사겸사 놀다 왔습니다.
토요일에 오전강의를 마치고 곧바로 상주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예전에는 상주에 갈 때 경부고속도로로 영동으로 나가서 국도를 한시간 가까이 타서 상당히 오래걸렸는데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로 시간이 한시간이상 단축이 되었습니다. 교통은 점점 좋아지는 듯 합니다.
상주에 도찾하여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으로 가는데
당초 청기와 숯불가든에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상주는 내륙이라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고기가 유명합니다.
2지망인 홍성식육식당으로 가서 암소 한우 갈비살 2인분과 삼겹살 2인분을 먹습니다.
한우 갈비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는 계속해서 오늘 고기가 좀 별로라고 미안해합니다.
우리는 맛있기만 한데, 미안하면 고기를 좀 더 주거나 값을 깎아주면 될 것을 받을 거 다 받으면서 미안해만 합니다.
날이 저물어서 일찍 잠에 빠집니다.
푹 자고 다음 날인 일요일 문경새재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아침부터 먹어야 하니 식사를 하러 가는데 "단골식당"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단골식당은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식당인데 장사가 잘 되어 상주에 분점을 냈다고 합니다.
용궁에 있던 원조 단골식당은 상주 살 때 가본일이 있어 가까운 상주점을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순대국밥과 돼지불고기, 그리고 상주 은척면에서 나오는 탁배기라는 막걸리를 시켜먹었는데
탁배기라는 막걸리도 좋지만, 돼지불고기는 깜짝 놀랄만한 맛입니다.
매콤하면서도 입맛을 확 땡깁니다.
단골식당 본점이 위치한 예천에는 사실 재미있는 지명이 많습니다.
용궁면이라는 곳이 있는데, 다들 용궁면장을 용왕님이라고 부릅니다.
지보면이라는 곳도 있는데, 지형상 음기가 강한 곳입니다. 지보면은 인터넷에서 슴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튼 문경새재로 가는데 저야 뭐 문경새재 여러번 왔었지만, 같이간 깜찍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교통편이 애매하여 상주터미널에서 점촌터미널로, 점촌터미널에서 다시 문경읍터미널로 갑니다.
문경읍에서는 다시 택시를 타고 문경새재로 이동했습니다.
새재입구에 이르니 이미 점심때가 되어 새재할매집이라는 곳에 들어갑니다.
40년 전통이라는 곳으로 돼지 석쇄불고기가 주메뉴라서 시켰는데 다소 실망입니다.
단골식당보다 1인분에 3천원이 더 비싸면서(단골식당은 공기밥 제외 7천원, 할매는 공기밥 포함 만 천원)
맛은 단골식당보다 훨씬 못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밥을 든든히 먹고 새재를 오릅니다.
과거급제길도 걸어가보고, 무주암에 올라가 사진도 득템합니다.
사업이 번창하고 옥동자를 낳는다는 돌탑에 돌을 올리며 소원을 빌어보기도 합니다.
입구에서 영남제1문을 거켜 제2관문인 조곡관까지 갔다가 돌아옵니다. 3관문까지 가기엔 시간부족이군요.
새재부근은 부변 경치도 좋습니다. 멋진 바위(기름틀바위 등)와 폭포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계곡입니다. 물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습니다. 계절이 늦가을이라 그렇겠죠.
새재에서 내려와 우리는 다시 상주로 향합니다.
상주에서 유명한 남장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저녁 5시 50분 쯤 남장사에 도착했는데, 이미 어둡더군요.
아무도 없는 가운데 스님인지 보살인지 한 분이 나오셔서 "영업 끝났습니다" 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이야기 한 건 아니고 문닫을 시간이랍니다.
우리는 괜한 택시비만 날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녁이나 먹으러 갑니다.
서보매운탕이란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매운탕 국물이 끝내줍니다.
예나 지금이나 걸쭉한 국물맛은 여전하더군요. 다만 변한 점은 예전보다 엄청 친절해졌다는 점입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푹 잡니다.
이제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2일과 7일은 상주 5일장이 서는 날입니다. 지방에서 장날을 놓칠 수 없죠.
장터 구경을 갔습니다.
참마, 당근, 생강 등 좋은 물건이 많긴 했지만 사실 먹을 것이나 살 것은 마땅치 않더군요.
그냥 500원짜리 핫바 하나씩이랑 국화빵 2천원어치로 아침을 때웠습니다.
금방 만든 것이라 맛있고 값도 싸진 하더군요.
식사를 한 후 김OO 치과원장님, 정OO 변호사님 등 예전에 신세진 분들께 인사드리고
재판을 하게 될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상주법원 앞에는 북천이 흐릅니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예전에 여기서 갈매기살도 구워먹고 그랬었는데
북천을 건너 대청마루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두툼한 생삼겹살이 일품인 곳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주인 아저씨는 바뀌신 듯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재판을 끝낸 후 3시 차로 다시 서울로 돌아옵니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면서 아쉬웠지만, 어차피 12월에 한번 더 상주에 와야 합니다.
그때는 반드시 청기와 숯불가든에서 한우 암소를 먹겠다고 기염을 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