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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여자] 17
1. 공 원 / 밤
쌩한 느낌으로 마주 서 있는 준호와 신영.
신영 : 준호야, 정말 미안하다.....
준호 : . . . . . .
신영 : 나는 얼마나 속이 탔겠니... 나 지금 정말 싹 없어져 버렸음 좋겠어.
준호 : (싸늘한 한숨). . . .
신영 : 미안해. 오늘 어떻게 일이 꼬여가지구....
준호 : 일이 꼬일 게 뭐가 있어. 내가 어머니 환갑에 같이가자고 언제부터 얘길했냐?
신영 : 오늘 갑자기 취재가 생겼쟎아.
준호 : 그 놈의 취재 취재....... 다른 사람한테 오늘 하루 부탁도 못해?
신영 : 그게 안됐으니까 내가 간 거지. 오늘꺼 또 나한테 무지 중요한 취재였단말야.
준호 : 너 그래가지구 어디 결혼생활 제대로 하겠냐.
신영 : . . . . . . .
준호 : 맨날 사건이다 취재다 돌아다니기만 하는데...... 앞으로 오늘 같은 일이 얼마나 많겠어.
신영 :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할께.
준호 : 너한테 진짜 중요한게 뭔질 알아야지.
신영 : 나한텐 일도 결혼도 둘 다 중요해.
준호 : 오늘 니가 한 짓이,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야?
신영 : 나 옷 봐. 너희 부모님한테 잘보일려구 이렇게 신경써서 이쁘게 입고 왔는데....
준호 : 그럼 뭘하냐고. 친척들 앞에서 나랑 우리 부모님, 얼마나 우스워졌는지 알아?
신영 : 정말 미안해.. 용서해주라 준호야. . . .
준호 : . . . . .가라.... . . .나중에 얘기하자.
준호, 쌩하니 돌아서 간다.
신영, 준호의 뒷모습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멀어지는 준호.
신영 : . . . .준호야.... 니 등에서 에어콘 바람나온다. 강풍이야..... 너무 추워.
2. 신영 방 / 밤
옷 갈아입는 신영. 얼굴 어둡다.
희숙, 들어온다.
희숙 : 고모, 오늘 어떻게 됐어?
신영 : 나 거기 못 갔어.
희숙 : 왜!
신영 : 취재가 좀 꼬여서..... 다 끝난 다음에 도착했어.
희숙 : 어머! 준호가 뭐래?
신영 : . . . .안 좋아하지 당연히....
희숙 : 왜 하필 오늘 취재가 꼬여... 인연이 아닌거 아냐?
신영 : 확대해석 하지마. 취재는 거의 맨날 꼬여.
희숙 : 인연이라면 맨날 꼬이던 취재도 오늘같은 날은 확 풀려줘야지.
신영 : 오늘 점수 잃은거 어떻게 만회하나...
희숙 : 만회 못함 어때. 김지훈이 있는데.
신영 : 결혼을 안하고 살자니 혼자 늙어갈 앞날이 무섭고, 결혼을 하자니 또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네.
희숙 : 세상에 쉬운 길이 어딨냐.
신영 : 너도 어렵니?
희숙 : 나도 어렵지. 사회에서 인정받고 이름날리는 시누이 보면 벨 꼴리고, 나도 뭔가 하고는 싶은데
내가 경력이 한 줄있니 자격증이 하나있니.... 인생은 요만큼인가... 심란하지.
신영 : . . . .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고.... 그런게 인생인가. . . .
희숙 : 잘난 척은.....
3. 준호 오피스텔 / 밤
준호, 통화중이다.
준호 : 아버지... 도착하셨어요? 차가 안막혔나 보네? 네.... 워낙에 유명하고 바쁜 기자다보니까
오늘 딱 걸렸나봐요. 낼이나 모레 뉴스에 날꺼예요.
미안하다고 막 우는걸 제가 더 혼내주고 왔어요.... 하하...
조만간 찾아뵐께요 아버지...네.... 엄마한테두 말씀 좀 잘해주세요....
네..... (전화끓고 목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아.... 벌써부터 여자와 부모사이에서 눈치를 봐야하나.....
4. 순애 카페 / 아침
순애 들어서자 직원들 박수치며 리본을 풀어 환영한다.
순애 : (어벙벙)
동만 : 매니져님이 이겼어요!
순애 : 정말?
동만 : 매출도 이겼구요, 새 세트메뉴에 대한 손님들 평가도 매니져님이 단연 앞섰어요. 축하드려요.
순애 : 와. . . .너무 기분좋다.. ..내가 이길 때도 다 있구나.
5. 승리 아파트 / 아침
소라, 집 전화받으며 펄쩍펄쩍 뛴다.
소라 : 정말이야? 언니 축하해! 너무 잘됐다아....
와.... 돈없구 빽없는 사람이 이기는거 나 태어나서 처음 본다.
승리, 머리에 헤어롤 만 채 방에서 뛰어나온다.
승리 : 뭐야. 순애가 이겼대?
소라 : 네! (전화에) 언니 승리언니 바꿔줄게. (전화건네고)
승리 : 진순애! 니가 이겼어?
6. 순애 카페 / 낮
한쪽 구석에 서서 통화하는 순애. 밝고 신난.
순애 : 응... 매출도 훨씬 앞섰구, 손님들이 해준 평가표두 내께 훨씬 위!
나 지금 너무 신나. 세상이랑 한판 해보고 싶은 용기도 나고, 자신감도 막 솟아.
승리(F) : 바로 그거야, 진순애. 너 이제 다음목표는 뭐야?
순애 : 글쎄... 그건 잘 모르겠는데?
승리(F) : 이젠 니가 진짜로 원하는걸 찾아야지.
순애 : 그래야지....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찾을꺼야.
7. 회사 일각 / 낮
바쁘게 걸으며 통화하는 신영.
옆엔 카메라 든 종규, 취재 나가는 길이다.
신영 : 엄마.... 내가 오늘 시간이 안돼서 그러니까 백화점에 가서 한과세트나 꿀같은걸루
준호 부모님 드림 좋을 선물 좀 사다놔줘.
금순(F) : 사다놓으면?
신영 : 주말이나 나 야근한 다음날 준호랑 같이 내려가서 찾아뵈야지. 나 어제 점수 팍 깎였쟎아.
종규 : 빨리 와. 늦겠어.
신영 : 엄마 알았지? 부탁해요.
8. 신영네 거실 / 낮
언쨚은 얼굴로 전화끓는 금순.
금순 : 에휴............
찬영 : 아침부터 웬 한숨?
금순 : 느이 누나말이야.... 준호 부모님한테 찍혔을까봐 절절매는걸 보니까 또 내 마음이 안좋다.
찬영 : 결혼하면 누나 회사 그만둬야 하지 않나.
금순 : (버럭) 회사를 왜 그만둬.
희숙 : 아니 맨날 취재하러 돌아다니고, 사람들 만나서 술도 마셔야하고 야근도 밥 먹듯이 하는데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요.
금순 : 요새 그런걸 이해 못하는 남자가 어딨니.
찬영 : 아... 우리 엄마 또 남자들의 이중성을 잘 모르시네.... 예전에 설문조사 나온거 못봤어요.
힐러리 같은 딸은 좋습니다, 힐러리 같은 마누라는 싫습니다.
희숙 : 겉으론 대화가 통하는 여자를 원한다 어쩌구하면서 어리고 이쁜 여자만 밝히는게 남자쟎아요.
안 그래요 삼촌?
찬영 : 다 그렇진 않죠. 나만해두 보세요, 내 애인 현주가 뭐 미인은 아니쟎아요.
희숙 : 이렇게 멀쩡한 정신을 갖고있는 남자는 또 실업자구.....
찬영 : (발끈) 형수!
9. 준호 진찰실 / 아침
떠먹는 요구르트 먹고있는 준호.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 아침 안드시고 오셨어요?
준호 : 네.... 7시부터 컨퍼런스가 있어가지구 구내식당도 못갔어요.
간호사 : 오늘 오전엔 접수 환자도 많던데... 그것 드시고 되겠어요?
준호 : 아..... 빨리 장가가서 아침밥 좀 제대로 얻어먹고 다녀아지.
간호사 : 요즘 누가 아침밥을 챙겨줘요? 선생님 꿈 좀 깨셔야겠네.
준호 : 그럼 결혼을 왜 합니까.
간호사 : 선생님.... 생긴건 얼짱인데 생각은 어쩜 그렇게 고루하세요.
준호 : 내가 뭐 현모양처 따지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만해야한다 이런 남자 절대 아닙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게 있쟎아요.
간호사 : 그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젠 변하고 있어요. 선생님도 꿈을 깨세요. (치료실 안으로)
준호 : (요구르트 떠먹으며).... 아침밥 좀 차리는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구.
10. 지훈 사무실 / 낮
지훈, 앉아있다.
16부 플래쉬백
준호 : 전 나갈 수 없습니다. 오늘 어머니 환갑에 신영이 데리고 인사가거든요.
지훈, 앉아있는데 원영 들어온다.
원영 : 점심도 안드시고 뭐하십니까?
지훈 : . . . .별로 생각이 없네요.
원영 : 이번 달 설명회는 강길우 박사님이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대장암에 대해서요.
지훈 : 잘됐네요.
원영 : 지난번에 해주신 김치, 손님들한테 아주 인기였댑니다. 언제 기회되면 또 한번 해주시죠.
지훈 : 좋죠. 언제든 불러주세요.
원영 : 알겠습니다. (나가는데)
지훈 : 신영씨는 잘 하고 왔나요?
원영 : 뭘요?
지훈 : 신준호 선생 어머님 환갑에 가서 인사드린다고 하던데.
원영 : 아 거기 안갔습니다. 그 날 사정이 생겨서 못갔대요.
지훈 : ........
11. 건물 앞 / 낮
신영, 건물 문을 거세게 두드린다.
신영 : 쓰레기 만두에 대한 해명을 좀 해주십시오! 불량재료인거 다 알면서 가격이 낮으니까 받으신거죠?
이보세요! (문 쾅쾅쾅) 모르고 받았다는게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종규 : 그만해 선배. 안에서 만둣국 끓여먹고 있나봐.
신영 : (발로 뻥걷어차며) 왜 먹는거 가지고 장난하고 그래. 제일 치사해! 제일 나빠!
내가 이 회사 이름 그대로 공개할테니까 당신들 알아서 해! (한번 더 뻥!)
신영, 비닐에 든 냉동만두를 바닥에 쏟아버리며 리포트한다.
신영 : 불량 만두소로 만두를 만들어 전국에 유통시킨 모 식품업체 앞입니다.
문을 걸어잠근 채 취재진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습니다.
종규 : 오케이!
신영 : 한마디 더 해야 돼.
종규 : (카메라 비춰주고)
신영 : 이런 사람들은 지하실에 가두고 앞으로 20년동안 이 만두만 먹입시다.
찍어먹을 간장도 주지 맙시다.
12. 분식집 / 낮
분식집 앞의 커다란 찜솥앞에 서있는 신영. 종규는 촬영중.
두껑을 열면 먹음직스런 만두가 보인다.
신영 : 이 집 주인이 직접 만든 야채만두입니다. (신영, 만두 하나를 집어 먹는데) 흣 뜨거뜨거. . . .
종규 : 다시!
신영 : 나 이거 먹는거 꼭 할래, 종규야.
종규 : 손에 들고 좀 식혀가지구 있다가 먹던지 그럼.
신영, 찐만두를 하나 베어문다.
신영 : 이 집 주인이 직접 만든 야채만두입니다. 쓰레기 단무지가 들어간 불량만두소 파문으로
양심껏 만든 영세상의 만두마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UBN뉴스 이신영입니다.
종규 : 오케이!
신영 : 음.... 이 만두 너무 맛있다.... 사장님, 만두 10인분만 주세요. 간장 꼭 사주시구요......
아 그리구 돈 꼭 받으셔야돼요.
13. 보도국 / 낮
만두먹고 있는 기자들.
노트북 앞에서 기사쓰고 있는 신영.
왕만두를 하나 든 명석, 다가온다.
명석 : 영새, 너 스탠드업하면서 만두까지 먹더라. 너무 쇼맨쉽이 강한거 아냐?
신영 : 소신있게 한 리포트가 그렇게 보였담 뭐 할 수 없구.
태근 : 하명석, 만두나 맛있게 먹어. 딴지 걸지 말구. 이신영이가 지난번 인터뷰 따온 것도 못 봤어?
일본 유흥가에 강제로 취업됐던 피해자 인터뷰, 그거 우리만 나가는 것 같던데. 이신영, 공이 크지.
명석 : 그게 무슨 영새 공입니까. 피해자를 직접 찾아냈음 또 몰라. 부장님이 다 알려준거 아냐.
그런데 가서도 인터뷰를 못따면 수준이하지.
태근 : 가르쳐줘도 못따고 오는 경우 허다해.
명석 : 받아먹고 거저먹고 업혀가는 사람들, 난 딱 질색이야.
신영 : 하명석 선배!
명석 : 왜요, 이신영 후배?
신영 : 내가 조만간 또 한번 특종상타는걸 보여줄테니까 오늘은 좀 조용해 주시지요.
명석 : 싫은데요.
신영 : 싫음 마시구랴. (핸드폰을 드는)
14. 준호 진찰실 / 낮
준호의 휴대폰 책상위에서 진동으로 울리고 있다.
준호, 커튼안에서 환자 치료중.
준호(E) : 힘빼세요...... 아이구 이거 가렵다고 막 긁으셨구나...... 왜 이러셨어요? 꽈리처럼 부풀었네.....
15. 보도국 사무실 / 낮
신영, 시무룩하니 전화끓는다.
신영 : . . . .아직까지 삐져있나. . . .
16. 순애 카페 / 낮
순애, 걸어오는데 주방의 한쪽 구석에서 사장과 빠리 여자 이야기하는게 보인다.
순애, 몸을 감추고 듣는.........
사장 :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직원들 보기도 그렇고 ...나도 어쩔 수 없쟎습니까.
빠리녀 : 저 지금 돈이 필요하거든요 사장님... 다른데 들어왔던거 다 포기하고 이리왔는데...
전 그럼 어떡해요.
사장 : . . . .나도 지금 곤란해요.
빠리녀 : 저희 어머니땜에 저 힘든거 아시쟎아요. 한달에 병원비로 얼마가 들어가는지 아세요?
투석 한번 하는데 얼마나 드는지 모르시죠? 사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순애 : . . . . . . .
17. 준호 진찰실 / 낮
준호, 치료실에서 나와 책상의 핸드폰을 본다.
부재중 전화 확인하고 버튼을 누른다.
준호 : 전화했었니?
신영 : 응, 오늘 저녁에 시간돼?
준호 : 시간 안돼.
신영 : 당직 아니쟎아.
준호 : 일이 좀 있어.
환자, 치료실에서 나와 책상 앞 의자에 앉는다.
신영 : 무슨.... 일인데?
준호 : 나 지금 좀 바쁘거든. 나중에 통화하자. (끓고)
18. 보도국 사무실 / 낮
끓겨진 전화들고 있는 신영.
신영 : .....(한숨) 단단히 삐졌구나....
19. 순애 카페 / 밤
동만, 퇴근하며
동만 : 매니져님 퇴근안하세요?
순애 : 응, 먼저 가.
동만 : 내일 뵈요.
순애,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
빠리녀(E) : 저희 어머니땜에 저 힘든거 아시쟎아요. 한달에 병원비로 얼마가 들어가는지 아세요?
투석 한번 하는데 얼마나 드는지 모르시죠?
순애 : .. . .(기분좋게 한번 웃고) 자신감이 생긴 걸로 됐어, 여기는....
20. 승리 아파트 / 밤
샴페인으로 건배하는 신영 순애 승리.
신영 승리 : 축하해 진순애!
순애 : 고마워! 다 너희들 덕분이야.
승리 : 진순애 이제 철인3종 경기도 나갈꺼래.
신영 : 정말?
순애 : 그만큼 이제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거지.
승리 : 이제 우리 다 잘풀려가는 분위기네. 넌 연애 잘돼가냐?
신영 : 아니.... 취재땜에 준호어머니 환갑에 못갔거든. 준호 엄청 삐져서 나랑 전화도 안할려구해.
승리 : 준호 장가가면 장난 아니겠다.
순애 : 신영아, 니가 준호랑 잘돼야 내가 마음이 편하지.
승리 : 어련히들 알아서 할려구. 그리구 진순애, 이제 그런말 그만하기다.
신영 : 순애 넌 거기서 사장자리까지 바라볼꺼야?
순애 : 나 거기 그만둘까해.
신영 : 왜? 갖은 고생 다해서 이겨놓구.
순애 : 정말 내가 미치도록 원하는 일도 아닌데 남의 밥그릇까지 뺏어가면서 하고 싶진 않아.
나랑 대결했던 여자, 사정이 되게 딱하더라구.
승리 : 니가 남의 밥그릇 걱정할때냐? 그러다가 자기 밥그릇도 못챙기지 이제.
순애 :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승리 : 그게 뭐냐고 글쎄.
순애 : 찾고 있다고 글쎄.
21. 준호 진찰실 / 밤
한 남자와 앉아있는 준호. 나지막히 얘기하고 있다.
준호 : 그런데 제가 지금 이 병원에 2년 계약을 하고 와서요........
남자 : 위약금까지 물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준호 : ........ 그럼 나중에 원장님 볼 낯이 없쟎습니까.
남자 : 벌써 서울건강외과에 한 선생님은 우리랑 계약을 하셨는데.
준호 : 연봉을 정말 두 배로 받고 갔나요?
22.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들어온다. 중년남자와 여자 앉아있다.
신영, 밝게 인사한다.
신영 : 어? 수퍼집 아주머니 아니세요...
희숙, 그들과 같이 같아있다가 일어서며
희숙 : 고모 지금 왔어...
신영 : (저 아저씨가 웬일인가.... 의아).....
희숙 : (일어서 신영에게 다가오며) 아줌마네 남동생이래. 고모 만날려구 의정부에서 여기까지 왔대.
신영 : 나를? 왜?
희숙 : 동생이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우리동네에 UBN기자가 산다구 말이라도 해보자구
데리고 왔대. 너 이만하면 정말 성공한거 아니니? 고을에 무슨 사또같쟎아.
23. 보도국 / 아침
앵커 앞에 서있는 신영.
부장 : 제보는 확실한거야?
신영 : 예, 그 업체에서 열달치 월급을 못받고 쫓겨난 근로자한테 어제 직접 들었습니다.
부장 : 동남아에서 수입된 가구에 약품처리를 해서 영국제 앤틱으로 속여판다 이거지.....
신영 : 네, 나무가 부식되는 무슨 약물에 담갔다가 물에 담갔다가 말렸다가 사포질을 했다가.....
그러면서 들여온 가격의 수십배가 부풀려지는거죠. 거기에 항의했더니 월급도 안주고 자르구요.
부장 : 물건이 들어오는거나 그런 작업을 하는 걸 카메라에 담아올 수 있겠어?
신영 : 해봐야죠.
부장 : 좋아.
신영 : 오늘부터 그럼 뻗히기(잠복근무란 기자들의 은어) 들어가겠습니다.
신영, 전의에 불타 씩씩하게 책상으로 와 앉는데 뭔가 퍼뜩 생각난 듯
신영 : . . . .아차! 준호한테 미리 말을 했어야했나.... 잠복근무 시작했다고
준호가 화내면 어떡하지..... (소심하게 걱정하는 모습.....
그러나 갑자기 화가 나는 듯 벌떡 일어서 나간다)
24. 회사 일각 / 낮
신영, 열받아서 왔다갔다.....
태근, 지나가다가
태근 : 너 뭐하냐?
신영 : 내 자신한테 화가 나서 그래요.
태근 : 왜?
신영 : 아니 내가 취재나갈 준비를 하면서 왜 남자가 화낼까 걱정을 하는거지?
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하면 어쩌나..... 부모님이랑 약속이 잡혔는데
그날 현장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어쩌나..... 내가 소심하게 걱정을 하고 쫄아있는거 있죠.
아...엿 같은 이 기분. 나 이러다 점점 남자한테 잘보일려고 멍청해져가는거 아냐?
태근 : 화가 날 정도면 아직 가망이 있는거야. 동시에 위험도 있는거구.
신영 : 어떤 위험이요?
태근 : 남자보다는 일을 선택할 위험.
신영 : . . . . .(그럴지도 몰라.... 불안). . . .
25. 준호 진찰실 / 낮
준호, 인터넷으로 부동산 시세 보고 있다....
준호 : 요즘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웬만한건 다 1억 5천을 넘네.... 10월에 결혼을 한다치면..........
7, 8, 9, 10... 이제 넉달 남았는데 대출을 받는다쳐두.......어휴.....
간호사 : (들어오며) 김지훈 실장님이 잠깐 보자시는데요.
준호 : 나를요?
26. 지훈 사무실 / 낮
지훈, 앉아있다. 준호, 들어온다.
준호 : 절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지훈 : 앉으세요.
준호 : (앉는데)
지훈 : 신준호 선생 요즘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생각하고 있습니까?
준호 : . . . . .
지훈 : 사실입니까?
준호 : 그런 제안을 받긴 했습니다.
지훈 : 그 사람이 신선생 방으로까지 찾아와서 만났다면서요.
준호 : 2년 계약이 돼있다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지훈 : 그 쪽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다르던데요. 연봉을 2배로 주면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다던데.....
준호 : 그건 그쪽에서 낸 소문일겁니다.
지훈 : 첫번째 설명회도 신선생한테 맡기고 원장님도 각별하게 생각하시던데....
저희로선 너무 섭섭합니다.
준호 : 다신 그런 얘기 들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훈 : 왜 그런겁니까? 돈이 필요해서 그랬습니까?
준호 : ............(말없이 일어서고) 가보겠습니다.
27. 준호 진찰실 / 낮
준호 들어온다. 의자에 털썩 앉는다. 초라하고 자존심 상하고......
한참을 굳은 얼굴로 있는데 신영, 들어온다.
준호 : 니가 여긴 웬일이야?
신영 : (준호 앞에 와 앉으며) 준호야. . . .나 오늘부터 잠복근무 시작해. 한 며칠 걸릴 것 같아.
어쩜 더 오래 갈지도 모르구.
준호 : 그래서?
신영 : 니가 화낼까봐 미리 말하는거야.
준호 : . . . . .
신영 : . .. .이번 취재는 되게 억울한 일을 당한 아저씨가 제보를 해준건데....
준호 : 그래 너는 나보다 그런 사람이 더 중요하겠지. 잠복을 하건 잠수를 하건 니 맘대로 해.
신영 :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 . . .(섭섭)
준호 : 바쁠텐데 가봐.
신영 : 준호야, 너 당직 다음날이 언제니? 그때 우리 같이 너희 부모님 뵈러 가자.
준호 : 그래놓구 또 펑크내게?
신영 : 이번엔 절대 아냐. 준호야, 내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는데 그렇게 퉁퉁거리냐.
준호 : . . . . . .
신영 : 준호야아.... 같이 시간 좀 맞춰보자. 잠복근무하다가도 잠깐 짬나는 하루정도는 있거든.
그때로 맞춰서 같이 부모님 뵈러가자. 나 점수 잃은거 빨리 만회해야지...
준호 : 그럼 내려가서 우리 결혼날짜까지 잡아. 10월로.
신영 : . . . .
준호 : 왜 대답을 안해?
신영 : 싫어.
준호 : 뭐?
신영 : 10월은 안돼. 싫어.
28. 지훈 사무실
지훈, 안좋은 얼굴로 앉아있다.
지훈 : . . . .내가 너무 대놓고 싫은 소리를 했나....
29. 준호 사무실 / 낮
싸우고 있는 준호와 신영.
신영 : 나 간신히 복직했어 준호야. 일 좀 더하구 앵커오디션에도 도전하고.....
나 조금만 더 뛰다가 결혼하고 애 낳을게.
누가 너랑 결혼 안한다니. 내가 언제 너 싫다니? 나 좋아해.
준호 : 니가 달리 노처녀가 된게 아니야.
그렇게 이기적이니까 니 욕심만 챙기니까 여태껏 그러구 있었던거 아냐.
신영 : 내가 언제 너 응급수술한다고 화 내디? 내가 언제 너한테 당직이 너무 잦다고,
환자를 너무 많이 본다고 화내더냐구. 왜 일하는걸 가지구 그렇게 안 좋은 표정을 해.
준호 : 니 욕심이 짜증나서 그래.
신영 : 내가 너한테 욕심내지말고 하루에 환자 한명만 보라고 하면 너 어쩔껀데?
준호 : 나야 찾아오는 환자들을 피할 수 없지만 너야 일을 덜 만들 수 있쟎아.
지훈, 들어오다 멈춰선다.
두 사람, 지훈이 온 줄 모르고 계속 싸우는.
신영 : 너 정말 나를 그만큼밖에 이해 못하니.
준호 : 넌 왜 그렇게 욕심이 많아. 그렇게 살아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신영 : 준호야, 그만 좀 할래. 좋아하는 사람한테 실망하고 상처받고 싶지 않아.
준호 : 나도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일 욕심만 많아서 날치고 다니는거 보기 싫어.
신영 : 날치고 다닌다구?
준호 :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 너처럼 일욕심 많은 여자 싫어해. 부담스러워해.
지훈 : ...... (돌아서 나오고)
30. 지훈 사무실 / 낮
지훈, 앉아있다.
원영 들어온다.
원영 : 회의 가셔야죠. 벌써 4십니다.
지훈 : 하나 여쭤볼게 있는데요.
원영 : 네.
지훈 : 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영 : 뭘요?
지훈 : 제가 신영씨한테 청혼을 할까 하는데.....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원영 : . . . . .
지훈 : . . . .자격이 없나요?
원영 : 신영이를 정말 사랑하신다면 그게 자격 아닐까요?
지훈 : (미소)
31. 준호 진찰실 / 낮
열받는 듯 부채질하는 준호.
준호 : . . . . 정말 일 때문에 저러는건지..... 좀더 나은 놈이 나타나길 바래서 저러는건지....
아후.... 여자들 속은 정말 모르겠어...
32. 거 리 / 낮
신영, 화난 얼굴로 걸어간다.
신영(E) : 산을 하나 넘었더니 더 큰 산이 나타났습니다.
이 산을 넘으면 무엇이 나올까요? 넘어야할 더 큰 산이 나올까요?
여기서 그냥 멈춰서면 어떨까.
이 산만 넘으면 꽃피고 새울고 시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평원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조바심이 나겠죠. 그래서 혹시나하며 또 산을 넘고.... 인생은 이렇게 속으면서 가는 것.
33. 문화센터 / 낮
팀장 앞에 앉아있는 승리.
팀장 : 제가 왜 보자고 했는지 모르시죠?
승리 : 내부사정 해결됐으니 강의를 계속 해달라 이거아닌가요?
팀장 : 맞습니다.
승리 : 하하하...... 쌍절봉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네요.
팀장 : 네?
승리 : 아니예요 하하하...
팀장 : 그리구 이것 좀 보실래요? (서류봉투 안에 수북히 든 종이를 보여준다)
승리 : 그게 뭡니까?
팀장 : 선생님 강좌를 없앤다니까 수강생 아주머니들이 낸 탄원서예요.
승리 : (좋아) 오 마이 갓!
34. 강의실 / 낮
승리,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다.
승리 : 여러분! I love you!
아줌마들 열화와 같은 박수.
승리 : 감사합니다 여러분. 저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크실줄 몰랐습니다. 저 왜 이렇게 행복합니까.
하늘은 제게 이 미모와 쿨한 성격만 주신줄 알았는데, 행복도 같이 주셨네요.
하늘에 감사하고 여러분께는 좀 더 많이많이 감사합니다. 여러분 아이 러브 유!
아줌마들 : (박수치며 아이러브 유!)
35. 순애 카페 / 낮
사장에게 다가가는 순애.
순애 :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사장 : 뭡니까?
순애 : 제가 다른 사정이 생겨서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은데요.
원래 오시려던 매니져분.... 그분이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36. 승리 아파트 / 낮
순애, 소파에 누워 이태리 가곡 듣고 있다. ‘오 솔레미오’
순애 : 아..... 지금쯤 로마에 가면 시장마다 체리를 잔뜩 쌓아놓고 팔텐데....
체리 한봉지 사서 들고 소렌토로 가는 기차를 타고 밖에 풍경 내다보면서
그렇게 앉아있었으면 너무 좋겠다.........
순애, 누워있다 전기를 맞은 듯 벌떡 일어난다.
순애 : . . . . .!!
37. 공 항 / 낮
이륙하는 비행기. 예쁜 유니폼입고 오가는 승무원들........
순애, 보고 서있다.
순애 : . . . . . .(밝게 웃는다)
38. 공장 앞 / 낮
선팅된 차, 서있다.
안에는 기사와 신영과 종규. 종규, 밖을 살피고 있다.
신영은 무표정하니 멍하니 앉아있고.
종규 : 선배.......... 설마 여기는 개풀어놓지 않겠지? 분위기는 좀 으스스한데.....
신영 : . . . . .
종규 : 오늘은 물건도 안들어오고 일도 안하는가본데.... 그만 철수할까?
신영 : ...........
종규 : 선배! 아까부터 얼굴이 왜 그래? 이신영표 기획취재땐 늘 날아다니지 않았나?
신영 : 일하고 있는 게 꼭 죄짓는 것 같아. 나 왜 이래야 되는건데.
39. 준호 진찰실 / 밤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준호,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데 장여사 들어온다.
(2부에 등장했던)
장여사 : 신준호 선생님이신가요?
준호 : 진료 시간 끝났는데요.
장여사 : 역시 듣던대로 인물이 훤하시네요. 키도 훤칠하시고.
준호 :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장여사 : 일전에 한번 연락드린적 있습니다. 논햔동 장여사라고 하면 다들 잘알죠.
준호 : ......??
장여사 : 선생님 정도면 탐나는 신랑감인데 왜 아직 결혼을 안하고 계실까....
(명함꺼내주며) 언제 시간날 때 연락 주세요. 제가 좋은 혼처 소개해드릴테니.
준호 : (명함받아) 혹시.... 뚜. . .세요?
장여사 : 신준호 선생님..... 혹시 준재벌집에 사위로 가는덴 거부감을 느끼시나요?
준호 : . . . .준재벌집 사위요?
40. 승리 아파트 / 밤
지친 표정의 신영, 들어온다.
승리 : 웰컴 이신영.
순애 : 피곤해보인다, 너.
신영 : 오늘부터 잠복 들어갔거든. 경기도에 있는 공장앞에서 계속 숨어있다왔어.
순애 : 피곤한데 괜히 불렀나.
신영 : 뭔데? 꼭 할 얘기가 있다는게.
승리 : 몰라. 꼭 셋이 모였을 때 얘기하겠대서 나도 여지껏 기다리고 있었어.
순애, 밝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순애 : 나, 찾았어!
승리.신영 : 뭘?
순애 :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승리.신영 : 뭔데?
순애 : 다시 비행기를 타는거야. 로마 런던 빠리 전세계로 날아다니면서
헤밍웨이가 글을 썼다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바티칸 박물관에서 미켈란젤로의 진품도 다시 볼꺼야.
신영 : 니가 옛날에 하던거쟎아.
순애 : 그땐 하면서도 몰랐어. 아버지 약값에 생활비 대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내가 그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걸 모른 채 살고 있었어.
승리 : 근데 다시 복직이 될까? 니가 공항에서 사람두들겨패고 짤린거 항공사엔 소문이 쫙 났을텐데.
순애 : 쉽진 않겠지만 외국 항공사를 뚫어볼려구.
신영 : 그럼 일년에 반은 거기서 지내는거 아냐? 홍콩 베이스, 샌프란시스코 베이스....
뭐 그렇게 부르던데.
순애 : 응, 나 그렇게 할꺼야.
신영 : 그럼 우리랑 헤어지는거쟎아.
순애 : 헤어지긴 누가 헤어져. 니들도 놀러오고, 내가 서울로 비행나오면 니들 만나고 그럼 되는거지.
신영 : 갑자기 나 허전하고 슬퍼질라 그래.
순애 : 기차가 굴속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달리지 않는게 아니쟎아.
우리가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지.
신영 : 순애야. . . .(껴안고)
승리 : 이신영도 주책이야.... 순애 나가있으면
우리가 여행도 자주하고 면세점도 자주 들리고 좋지 뭘 그러냐.
순애 : 내일부터 홍콩 싱가폴 영국 프랑스..... 닥치는대로 다 지원해 볼꺼야. 느낌에 꼭 될꺼 같아.
승리 : 아, 이거다! 아, 이 사람이다! 이렇게 뭔가 찰카닥 걸리는 느낌이면 반드시 되게 돼있어.
순애 : 그림도 짬짬이 배워서 내가 비행다니는 곳마다 스케치를 하고 그곳의 이야기를 써서 ....
나중에 책을 하나 내는거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건 바로 이거였어. 내가 찾아냈어!
신영 : 부라보!
승리 : 브라보 진순애!
세사람 박수치고 껴안고 좋아라하는데 신영의 전화벨 울린다.
신영 : 여보세요?
41. 지훈 사무실 / 밤
지훈, 통화중.
지훈 : 신영씨 지금 바쁜가요?
신영 : 아뇨.... 바쁜건 아닌데요.....
지훈 : 옆이 시끌시끌하네요... 밖이예요?
신영 : 아뇨.... 지금 승리네 집이예요. 오늘 순애를 좀 축하해줄 일이 생겨서 모여서 얘기하고 있었어요.
지훈 : 나도 같이 축하해 줄께요. 껴주세요.
42. 거 리 / 밤
신영 순애 승리 서있다.
승리 : 뭐야..... 사람 나오라고 해놓고...왜 이렇게 안와.
순애 : 나는 좀 쑥스럽다 이게 우리끼리나 축하할 일이지.... 딴 사람이 축하해 준다는건 좀 웃기쟎아.
승리 : 야, 축하나 칭찬은 그냥 받아먹어.
신영 : 어머, 저 차 뭐야?
멀리서 흰색 리무진 달려온다.
승리 : 야.... 저 차보니까 옛날 생각난다. . .내가 뉴욕에선 좀 했는데 말야....
이들 앞으로 와서 서는 희색 리무진.
신영 순애 승리 모두 이 차 왜 이래....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본다.
문 열리고 지훈, 세사람을 향해
지훈 : 타세요!
신영 : . . . . .
지훈 : 어서 타요! 승리씨, 뭐합니까. 나랑 말싸움 한판 또 해야죠.
승리 : 웬일이예요 지훈씨?
지훈 : 일단 타요!
승리 : 오케이!
승리, 순애를 끌고 타고 순애 신영의 손을 잡아 끈다.
43. 달리는 리무진 안 / 밤
순애, 이것저것 구경한다. 신기해서 아이처럼
순애 : 와.... 영화에만 보던걸 이렇게 타보니까.... 너무 기분이 이상하다. 그치?
승리 : 저기 냉장고도 있단다.
순애 : 어머...정말.....
지훈 : 오늘 그냥 와인 한잔 할 친구가 그리워서 신영씨한테 전화해 본건데, 마침 다 같이 계셨네요.
승리 : 그래서 불만이예요?
지훈 : 네. 신영씨랑 순애씨만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승리 : 하하하.... (기사에게) 아저씨 차 좀 세워주실래요?
신영 : 지금 어디로 가는거예요?
지훈 : 그냥 가까운데요. 별 보면서 와인이나 마시자구요.
승리 : 댁이랑 같이 별 볼일 없는데요, 나는.
지훈 : 승리씬 그럼 눈감고 계시던가요. 제가 안대 드릴께요.
44. 거 리 / 밤
리무진 달려가고.
45. 워커힐호텔 제이드 가든 / 밤
멀리 강물이 보이는 예쁜 정원. 와인테이블 놓여있고 촛불 밝혀져 있다.
신영 순애 승리 ‘어머....’ 탄성.
한 쪽에 그랜드 피아노 놓여있고.
지훈 : 가끔 답답할 때 별도 보고 바람도 쐬러 오는 곳이예요.
순애 승리, 와인마시며 피아노 둥당거리고 장난치고
신영은 한켠에 서서 강물을 보고 있다.
지훈, 다가온다.
지훈 : 나 신영씨한테 점수 좀 땄나 모르겠네.... 친구들한테 잘하면 점수 확 딴다던데....
신영 : 지훈씨.....
지훈 : 네 신영씨.....
신영 : 저한테 뭘 원하시는데요?
지훈 : ..........
신영 : 바라는거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말은 이제 하지마시구요,
정말 지금 마음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해보세요.
지훈 : 원하는걸 말하면 받을 수 있습니까?
신영 : . . . .
지훈 : 신영씨가 내 마지막 사랑이었으면 하는 내 마음을 받아주는 거. 내가 원하는건 이겁니다.
신영 : 그건 이미......
지훈 : 꼭 지금이 아니라도...... 내년 후년, 3년후에라도 좋아요. 기다릴게요.
신영 : .......
지훈 : 그리고 난 있는 그대로의 신영씨가 좋아요. 데이트보단 취재하는데 바쁘고 맨날 뛰어다니고.....
자기 일에 욕심내는건 자신감 있단 소리 아닌가요.
난 그렇게 남자를 긴장시키는 여자한테 끌립니다. 신영씨, 날 놓치지마요. 날 놓치면 바보예요.
멀리서 순애와 장난치고 놀던 승리. 지훈을 부른다.
승리 : 지훈씨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지훈, 피아노 앞에 앉아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연주한다.
승리 : 와우! 좀 하는데?
지훈 : Wise man say only fool's rush in....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지훈의 분위기 있는 노래.
신영 순애 승리 모두 우와..... 하는 눈빛으로 지훈을 본다.
신영, 지훈을 바라본다.
준호(E) : 니가 달리 노처녀가 된게 아니야.
그렇게 이기적이니까 니 욕심만 챙기니까 여태껏 그러구 있었던거 아냐.
지훈(E) : 신영씨가 내 마지막 사랑이었으면 하는 내 마음을 받아주는 거.
신영 : . . . . .
멀리 보이는 한강의 불빛....
46. 준호 오피스텔 / 밤
침대에 누워있는 준호.
장여사(E) : 신통화학이라고 들어봤죠? 그 집 막내딸인데 회장님께서 꼭 의사사위를 보고 싶어 하셔요.
준호 : . . . . . .
준호, 핸드폰을 열어보면 신영과 같이 찍은 사진.
준호 : 으이그.... 이 사고뭉탱이.....
47. 워커힐호텔 제이드 가든 / 밤
지훈, 피아노치고 승리와 순애 장난치며 노래부르고 있다.
신영은 테이블에 앉아있고.
지훈, 피아노치면서 신영을 바라본다.
신영, 멀리 강물로 시선....
48. 보도국 / 낮
부산하게 테잎 챙기고 있는 신영.
혜진 다가온다.
혜진 : 요즘 뻗히기 한다며?
신영 : 응..... 이따 점심먹구 또 공장 앞에 가서 지키고 있어야돼.
혜진 : 바쁘구나.
신영 : 비 올 확률은 없지? 오늘 내일은 날씨 어때?
혜진 : 날씨는 좋은데 나는 구름끼고 흐려.
신영 : 왜?
49. 회사 일각 / 낮
음료수 들고 앉아있는 신영과 혜진.
혜진 : 정말 딱 끌리는 사람을 만났는데 조건이 너무 아냐.
신영 : 어떤데?
혜진 : 소년 가장이야. 할머니랑 어머니 모시면서 동생들 세명 공부까지 시켜.
신영 : 와..... 그만큼 능력이 돼나보네?
혜진 : 연구소 다니는 사람인데 가족부양하느라고 저금해놓은 것도 하나도 없고
옷도 얼마나 초라하게 입고 다니는줄 알아?
신영 : 그런데 마음은 끌린다 이거지?
혜진 : 응..... 그래서 심란해.
신영 : 조건이야 좋았다가 나빴다가 할 수 있는거니까 마음 끌리는 쪽으로 가는게 정답아냐?
혜진 : 막내동생이 이제 고1이래. 언제 대학가고 졸업하고 제 앞가림 하겠어.
그리구 결혼을 해도 그 집에 들어가서 같이 살아야한단말야.
시할머니에 시어머니 시동생들이랑 같이.
신영 : 그건 좀.... 그렇네....
혜진 : 딱 석달만 연애하고 끝내버릴까봐.
신영 : 그러다 정들어서 결혼하는거 아냐.
혜진 : 내 친구, 돈 한푼 못버는 무명시인이랑 사랑 하나 믿고 결혼했다가 1년만에 이혼했쟎아.
그리구 6개월있다 돈많은 이혼남이랑 재혼했는데 지금이 더 행복하대.
신영 : 어머!
혜진 : 결혼은 현실이야. 난 절대 바보짓 안할꺼야.
신영 : . . . .
50. 승리 아파트 / 낮
노트북 앞에 앉아 ‘Private Essay'라 제목붙여 영문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순애.
승리는 부엌에서 그릇 정리중.
순애 : 승리야, 거의 다 썼거든. 이상한데 없나 한번 봐줘.
승리 : 어디...... (다가오고)
순애 : 나 그냥 쿨하고 솔직하게 다 써버렸어.
승리 : (옆에 앉아 읽는). . . . .어머! 너 옛날 항공사에서 짤린 이유까지 다 썼어?
애인이 다른 여자랑 여행가는걸 공항에서 목격하고 주먹을 날렸습니다....
순애 : 다음부턴 그런 일이 생기면 꼭 사람 안보는 곳으로 데려가 패놓으려 합니다.
다신 공공장소에서 주먹휘두르는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십시오.
승리 : 흠..... 서류심사하는 간부중에 남자한테 뒤통수 맞아본 여자가 하나라도 끼어있음 딱인데.
바로 통관데.
순애 : 한명쯤은 있지 않을까?
51. 사진 스튜디오
밝게 웃으며 증명 사진찍고 있는 순애.
승리, 옷을 잔뜩 사들고 와 이것저것 갈아입히며 사진찍게 한다.
승리 : 너무 많이 웃지마 팔푼이 같애. 밝게 쫌만 더 도도하게! 그렇지! 이쁘다!
52. 공장 앞 / 낮
차 안에서 잠복중인 종규와 신영. 운전기사.
종규 : 쟤들이 눈치챈거 아냐? 며칠동안 아무짓도 안하쟎아. 가구 먼지 닦는거 말고는.
공장에 있던 사람, 수상하다는 표정 지으며 다가온다.
와서 차문을 두드린다.
종규 : 왜 그러세요?
공장남자 : 좀 내려봐요.
신영 : 왜 그러신대유?
공장남자 : 며칠전서부터 왜 여기 차를 세워놓고 있어요?
신영 : 다 그년 때문 아녀유. 내가 3년 부은 적금들고 홀랑 날라버렸쟎유.
종규 : 근디 그것이 이 근처에서 돌아다닌다는 제보를 받았슈. 안잡을 수 없쟎유......
우리 누이 돈을 홀랑 들고 튀었는디.
신영 : 죄송혀유. 잡을때까지만 좀 봐줘유.
공장남자 : (군시렁 거리며 가고)
종규 : 사투리 어색한거 알쥬?
신영 : 댁보담은 낫네유.
53. 준호 진찰실 / 낮
수술복 입고 들어오는 준호.
간호사 : 수술 잘 끝내셨어요?
준호 : 네, 오늘은 뭐 간단한 거였는데요.
간호사 : 선생님 소문 사실이예요?
준호 : 무슨 소문이요?
간호사 : 선생님이 신통그룹 사위감으로 찍혔다는 소문이요.
준호 : 처음듣는 얘긴데요.
간호사 : 병원엔 벌써 쫙 퍼져던데.... 아니예요?
준호 : 아니예요.
54. 문화센터 일각
승리, 걸어온다.
팀장 : 선생님!
승리 : 네?
팀장 : 태양일보 문화부에서요, 선생님 강의를 좀 취재하고 싶다는데요.
아줌마를 띄워주는 특이한 에너지... 뭐 이런 제목이래요.
승리 : 오 마이 갓!
55. 문화센터 강의실
강의실 앞에 간이 탈의실 서있다.
승리, 웃으며 소리친다.
승리 : 자 나오세요!
탈의실에서 힙합복장을 한 아줌마, 미니스커트에 깻잎머리를 한 아줌마 나온다.
아줌마들 박수치고 웃고.... 힙합복장의 아줌마 핑거사인까지하며 어정쩡하니 춤춰본다.
뒤에서 사진기자 열심히 후렛쉬 터치며 사진찍고 있다.
승리 : 자! 두 분의 소원대로 변신했습니다.... 어떤가요?
우리가 보기엔 약간 언쨚지만 두 분은 속시원하시죠?
아줌마둘 : 네에!
승리 : 소원 푸셨으니까 됐습니다. 밖엔 이렇게 나가심 안돼요.
정 나가고 싶으면 장승리한테 패션 배운다는 말 한다 안한다?
아줌마들 : 안한다.
승리 : 오케이!
56. 공장 앞 / 낮
차에서 나와 기지개켜고 몸을 비비트는 신영과 종규.
신영 : 아우 허리야.....
종규 : 이것도 못할 짓이다.... 차라리 현장으로 뛰어다니는 게 낫지. 화장실도 불편하구....
나 일 좀 보고 올게. (뛰어가고)
신영 : . . . .(쭈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본다) 신준호.... 내 핸드폰에 니 이름이 저장돼 있다는걸
확인시켜줘 봐봐. 신준호.... 니가 만약 내 남편이 될꺼면 10분내에 전화를 걸어줘 봐봐...
우리가 정말 인연이 있구 니가 날 사랑한다면 지금 니 이름이 뜨게 한번 해봐봐....
(E) : 핸드폰벨
신영 : (놀라) 어!
57. 준호 오피스텔 / 밤
신영 테이블에 앉아있고.
준호, 차를 내어온다.
준호 : 요즘 뻗히긴지 뭔지는 잘하고 있니?
신영 : 응.... 근데 맨날 허탕이네....
준호 : 신영아. . . . .내가 미안했다 그날은.
신영 : 아니야..... 처음부터 잘못은 내가 했지 뭐. 내가 약속을 깼쟎아.
준호 :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신영아... 넌 그 일이 참 어울려. 넌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는 애구... 내가 너한테 더 이상 욕심을 내선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어.
신영 : 준호야.... 헤어지잔 얘길 하는거야 지금?
준호 : 미쳤어! 너 나랑 헤어지고 싶냐?
신영 : 아니!
준호 : 직장있는 아내한테 집에서도 훌륭한 주부이길 바라는건 남자의 이기심인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살자. 저번에도 언뜻 애기 비췄었지.
아이를 낳으면 그때부터 봐주십사... 할까했는데 그럼 더 낯설고 어색하지 않겠니?
아예 처음부터 같이 사는걸로 하자.
신영 : .....
58.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차마시며 가족회의중.
신영 : 준호가 결혼하면 부모님이랑 같이 살자고 그러네.
금순 : 왜?
신영 : ..... 그게 좋을꺼 같대.
금순 : 좋긴 뭐가 좋아. 시집살이하는게.
희숙 : 어머니, 저도 시집살이 하고 있쟎아요.
금순 : 니가 어디 처음부터 했니? 작년에 니 남편 사업말아먹으면서 우리집으로 들아왔지
그전에 니들끼리 알콩달콩 살았쟎아.
원영 : 니 마음은 어때? 시부모님이랑 같이 사는거.
신영 : 자신없어. 같이 살면 오히려 더 사이도 나빠지고 힘들어진다며.
희숙 : 하긴.... 우리가 따로 살땐 싸울 일이 없었쟎니.
원영 : 김지훈이면 널 편하게 서포트 해줄텐데.
희숙 : 하긴 돈이 아쉽나 한번 실패경험이 있으니 더 잘살려고 하겠지
아픔도 겪어봤으니까 남 헤아릴줄도 알고.
찬영 : 그래도 남자들은 깊이 파보면 똑같을걸.
신영 : ............내가 결정할 일이야.......
59. 준호 오피스텔 / 낮
한과세트 놓여있다.
신영, 이쁘게 입고 빙 돌아본다.
신영 : 나 어때?
준호 : 이쁘다.
신영 : 한과랑 꿀인데.... 어머니가 좋아하실까?
준호 : 당연하지.
신영 : 준호야. 부모님 만나기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준호 : 뭔데?
신영 : 부모님이랑 처음부터 같이 사는건 자신없어.
준호 : 왜? 우리 부모님 꽉 막힌 사람들 아니야.
신영 : 나 일하는거 지금 니가 보기에도 이해 안될 때 많은데 부모님은 더 하시지 않을까?
우리 차근차근 맞춰가자.
준호 : . . . . .
신영 : 우리 10월에 결혼해. 내가 니 의견을 따랐으니까 너도 내 요구를 수용해줘.
준호 : 너 무슨 정치부 기자가 회담장에 온 것 같다?
신영 : (준호 볼에 뽀뽀) 그렇게 해줘, 응?
준호 : ...... 알았어.
신영 : 가자!
(E) : 핸드폰벨
신영 : .... (받아) 여보세요. . . . 네.... 네? 오늘 약품작업을 한다구요?
준호 : . . . .(또 뭔가). . . .
신영 : . . . . 확실한가요? 네... 아, 물건도 들어와요?
(낭패다 싶고) 네.... 일단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 드릴께요.
준호 : 뭐야? 또 사건이야? 오늘 또 못가는거야?
신영 : . . . .
준호 : (발끈) 응?
신영 : . . . .아니야.... 가!
60. 도로 / 낮
달리는 준호의 차.
신영, 얼굴 어둡다.
준호, 운전하며 신영의 안색을 살핀다.
신영, 핸드폰 꺼내 버튼 누르는
신영 : 종규야 난데. . . 제보해준 분이 전화를 했어. 오늘 물건도 들어오구 약품작업도 한 대.
니가 일단가서 그림 좀 따줄래.
61. 보도국 / 낮
종규, 흥분해서 소리치는
종규 : 그런건 같이 가야지 선배..... 그걸 왜 나 혼자 가서 하래?
62. 도로 / 낮
신영 : 내가 오늘 사정이 있어서 힘들 것 같아.... 혼자 가기 뭐하면 시경 캡한테 말해서 누구랑 같이 가.
종규(F) : 지금까지 고생은 선배가 다하구, 공은 딴 사람한테 돌아가라구?
신영 : 어쩔 수 없지 뭐. 오늘 꼭 가야 돼. 우리 어슬렁거리는거 보구 그 쪽에서도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는지 이번 일만 하고 다른데로 이사 간다고 한 대. 오늘 꼭 쳐야돼 종규야. 부탁한다.
준호 : . . . . . .
신영 : (다시 또 전화하는) 여보세요? 네 아저씨 저 이신영입니다. 오늘 제가 일이 좀 있어서 못가구요,
대신 다른 기자가 갈꺼예요.
준호, 운전해 가는데
신영은 안절부절 안절부절.......
신영 : 부장님한테도 전화를 해야되나......
준호 : 가보는게 좋지 않겠니.
신영 : 아냐 아냐 괜챦아. 빨리 가기나 하자.
준호 : . . . .그런 표정가지구 가면 내가 마음이 좋니?
신영 : (웃으며) 이제 됐지?
준호 : . . . . .
신영 : 나 전화 한통화만. (버튼 눌러) 응, 종규야. 같이 갈 기자한테 그 약품 꼭 가져다가 성분분석해서
얼만큼 유해한건가 꼭 알아내라고 하구.
준호 : (차를 끼익 세운다)
신영 : 그래... 수고해 종규야.
준호 : 가!
신영 : ..... 아냐 나 이제 통화 다 했어.
준호 : 가.
신영 : . . . . .
준호 : 후회하지말구 빨리 가. 나 괜챦아.
신영 : 준호야.......
준호 : 나 정말 괜챦아. 뭐 오늘만 날이냐. 어서 가. 빨리!
신영 : . . . .이따 전화할게.
신영, 내려서 택시를 잡아탄다. 신영이 탄 택시 멀어지고.
준호는 얼굴도 마음도 무겁고......
준호 : 이신영. . . .가란다구 진짜 가냐....
63. 준호 오피스텔
신영이 두고 간 한과와 꿀단지 갖고 들어와 테이블에 텅 놓는다.
준호 : . . . . (한숨). . . . .
(E) : 핸드폰벨
준호 : 여보세요.....
장여사(F) : 나 논현동 장여사예요. 선생님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
준호 : . . . . . 수술 있습니다.
64. 공장 앞 / 낮
차에 숨어 잠복중인 신영.
커다란 양철통안에 어두운 색깔의 원목의자를 넣고 화학약품처럼 생긴 액체를 들이붓는다.
신영과 종규, 차에서 내려 뛰어가 덮친다.
신영 : 지금 뭐하시는거죠? 멀쩡한 의자를 왜 이런 냄새나는 약에다 담그시는겁니까?
(한쪽에 쌓여있는 비닐팩 잡아뜯으며) 이 메이드 인 이태리 라벨들은 다 뭐죠?
남자들, 카메라를 가리고 신영을 밀친다.
공장남자 : 기자양반이셨구만.
신영 : 동남아에서 싼 값에 들여온 가구를 앤틱으로 속여서 팔고 있다는게 사실입니까?
공장남자 : 얼마나 경기가 어려우면 우리가 이러겠수. 좀 봐줘요.
신영 : 어려우신 분이 외제차를 석대나 굴리고 강남에 60평짜리 아파트를 세채나 갖고 계십니까?
저런 의자 하나가져다 몇배를 받고 파시는 거예요?
공장남자 : 얼마면 돼요? 우리 거래합시다.
신영 : 이 사람이 진짜..... 종규야, 저거 마저 훑어. (달려가 약품통을 집어든다)
공장 뒤편에서 쇠파이프를 든 남자들 우르르 달려나온다.
공장남자 : 카메라 뺏어!
신영과 종규 후다닥 달아나 차에 탄다. 남자들 따라와 몽둥이로 차 유리창을 깨고.
신영 : 빨리 가요 빨리!
차, 급 출발하고.
65. 준호 오피스텔 / 밤
신영, 들어온다.
신영 : 준호야.....
준호 : 일은 잘 끝냈니?
신영 : 응. . . . 내가 통닭이랑 낚지볶음 사왔어. 조금만 기다려. 밥해서 맛있게 차려줄게.
준호 : 됐어.
신영 : . . . . .
준호 : . . . . .피곤할텐데 집에 가 신영아.
신영 : . . . . .
준호 : 어서! 나 화 안났어.
신영 : . . .준호야!
준호 : . . . . ?
신영 :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준호 : . . . . . .
신영 : 오늘밤, 우리 같이 있자.
준호 : (어쩔줄 몰라... 좋기도 하고.... ). . . .
신영 : 내가 밥 차려줄게 조금만 기다려.
신영, 싱크대로 가고. 준호는 혼자 어쩔줄 몰라.... 준호, 신영에게 다가간다.
신영, 준호가 옆으로 오자 준호를 껴안는다.
신영 : . . . . . . .
준호 : 나 아까 나 때문에 화나 있었어.
신영 : 알아.
준호 : 너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화가 나있었다니까. 내가 너무 속이 좁은 것 같아서....
신영 : 아니야 내가 미안해....
준호 : . . . .오늘 괜히 미안해서 그럴 필요없어.
신영 : 아니야..... 내 마음이야. 오늘밤에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준호 : (신영을 와락 세게 껴안는데)
(E) : 핸드폰벨
준호 : 또 뭐야.
신영 : 카메라 후배가 편집 다했다고 전화한걸꺼야. (받아) 여보세요!
남자(F) : 이신영 기자님?
신영 : 네 그렇습니다만....
남자(F) : 이기자님께 꼭 제보하고 싶은게 하나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신영 : 네 말씀하십시오.
남자(F) : 전화상으론 좀 힘들구요.... 직접 나와서 물건까지 보셔야하는데....
신영 : 물건이요? 그럼 혹시 마약관련 제봅니까?
남자(F) : 일단 나와서 보세요. 제 목숨걸린 중요한 일입니다. 11시까지 관악산 입구으로 나오세요.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신영 : 여보세요!
준호 : 뭐야?
신영 : 목숨이 걸린 제보라고 관악산 입구에서 11시에 만나재. 다시 전화 한대.
준호 : 좀 이상하다. 한밤중에.
신영 : 목숨이 걸린 일이래. ... 준호야. 나 잠깐 갖다올게.
신영, 후다닥 나간다.
준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침대에 털썩 눕는다.
66. 거 리 / 밤
신영, 차를 몰고 달리고 있다.
67. 준호 오피스텔 / 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침대에 누워있던 준호, 일어난다. 자신의 핸드폰 그대로 있고...
저만치서 울리는 신영의 핸드폰.
68. 관악산 입구 / 밤
신영, 걸어온다. 두리번 거린다. 가방 뒤지는데 핸드폰이 없다.
신영 : 어머..... 난 몰라..... 핸드폰을 두고 왔네.... 아흐.... 이 멍청이....
검은 옷의 사내들 신영에게 다가온다.
신영, 긴장.
공장남자 : 멍청한거 이제 알았나?
신영 : 누구세요....
공장남자 : 결국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신영, 달아나는데 뒤에서 머리채를 잡는 남자.
신영, 으악!
남자, 신영을 메다 꽂는다.
저만치에선 핸드폰을 들고 걸어오는 준호, 사내들에 둘러쌓여 바닥에 앉아있는 신영을 본다.
준호 : 신영아!
신영 : 준호야.....
공장남자 : 이건 또 뭐야.
준호 : 무슨 일입니까. 나 이 여자 남편입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훤한 대낮에 사람많은데서 만나 다시 얘기하시죠.
신영 : 준호야, 오지마. 빨리 가서 신고해.
준호 : (신영에게 다가와) 니가 빨리 가서 신고해. (핸드폰을 건네는데)
남자 : 신고는 무슨..... (핸드폰을 뺏어 바닥에 팽개친다 .박살나는 핸드폰)
신영 : !!!!!
준호 : 너 빨리 도망가.
신영 : 이러지 마세요.
남자 : 이게 정신을 못차리구.....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
준호 : (잘 피한다) 코는 치지마! 코만 치지마 제발.
준호,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신영, 뛰어가며 소리친다. 살려주세요!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 도와주세요.......
준호는 계속 얻어터지고.
경찰차 출동한다. 사내들 몇 명 도망가고 몇 명은 경찰에게 잡히고.....
도망가는 사내들을 잡으러 경찰 달려가고.....
한쪽에 쭈그러져 있는 준호. 신영 달려간다.
신영 : 준호야......
준호 : . . . .
신영 : 괜챦아? (손수건을 꺼내 코피를 닦아준다)
준호 : . . . . . .
신영 : 고마워 준호야.....
준호 : 넌 안다쳤어?
신영 : 응..... 너 왜 그랬어 위험하게.... (준호 껴안고)
준호 : ............. 너 이런 것 좀 안하면 안돼?
신영 : . . . . . . . .
준호 : . . . . . . .
69. 공장 앞 / 낮
신영, 의자를 옆에 놓고 서서 마이크들고 리포트한다.
신영 : 2만원에 수입한 말레이시아산 의자가 명품 앤틱으로 둔갑해
200만원에 팔리고 있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70. 보도국
종규, 뛰어들어온다.
종규 : 이신영, 특종상! 선배! 특종상이래!
신영, 기쁨에 펄쩍 뛰고........
앵커 : 수고했다 이신영. 다음주에 앵커 오디션 준비해라.
신영 : . . .(가슴 벅찬). . .감사합니다! 부장님 감사합니다!
71. 준호 오피스텔 / 밤
침대 앞에 좌탁놓고 마주 앉아있는 신영, 준호.
촛불켜고 와인을 마시고 있다.
신영 : 나 내일 상받아. 그리구 월요일날 앵커오디션이야.
준호 : 잘됐네.... 축하해.
신영 : 내일 상받으면 내가 한턱 쏠게. 너 뭐먹고 싶니?
준호 : 신영아.... 나 내일 선본다.
신영 : . . . . .뭐?
준호 : 나 내일 선본다구.
신영 : . . .하나도 안 웃겨 농담하지마.
준호 : 신영아, 너는 어디가서 큰소리로 자랑하고 싶은 훌륭한 친구야.
너같은 친구 있다고 말하면 얼마나 폼나는줄 아니.
신영 : . . . 뜬금없이 점점. . . .
준호 : 넌 나한테 그렇게 자랑스런 친구야.... 거기까지야.
널 내 아내로 맞아서 평생 같이 살기엔 좀 버겁다....
신영 : . . . . .
준호 : 신영아... 우리 결혼얘기 없었던 걸로 하자.
신영 : . . . . .
준호, 이미 마음을 다잡은듯한 표정으로 신영을 바라본다.
신영은 충격받은 멍한 표정으로 . . . .
신영(E) : 이별의 통고엔 면역력이 없습니다.
심장이 퉁 떨어지고,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먼 곳의 바람소리도 들려오는듯하고.....
온몸의 뼈들이 다 휘청거립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어디로 돌아가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아예 처음부터 마주치지 않도록 다른 길로 비껴가야했나. . . .
이 순간이 꿈이길..... 스산한 악몽이길 바라는 이신영입니다.
신영, 멍한 얼굴에 눈물 뚝 떨어지는데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