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7 20040128-3 80P-1.zip
惠庵 門人 淸峯 淸韻 선사 의역 강설
조사께서는 이미 신수가 문안에 듦을 얻지(증득)못하여 자성을 보지 못했음을 알고 계셨느니라.
날이 밝자 조사께서 공봉(직책 기예 등을 지닌 이의 공직명) 노진을 불러 남쪽복도 벽 사이에다 그림(圖相)을 그리려 하시다가 게송을 보시고 공봉에게 말씀하시어 알리기를 "그림이 쓸데가 없게 되었느니라, 멀리 오느라고 수고했도다. 경에 이르시기를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 고 했으니 다만 이 게송만 두어서 사람들이 더불어 외워 가지게 하리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닦으면 악도에 떨어짐을 벗어나고 이 게송에 의지하여 닦으면 큰 이익이 있으리라" 하시고 문인에게 향피워 예경하게 하시고 '이 게송을 외우기를 다하면 곧 견성하게 되리라'하시니 문인들이 게송을 외우면서 '훌륭하다'고 찬탄하였느니라.
조사께서 三경(깊은 밤)에 신수를 불러 당(조실)으로 들게 하시고 물으시기를 '게송은 네가 지은 것이냐?’신수가 말씀드리기를 '실은 이것을 신수(제가)가 지은 것 이오나 감히 조사의 지위를 구하려는 것은 아니오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자비로 보아주소서.
제자에게 조그만 지혜라도 있나이까?'
조사께서 이르시기를 '네가 지은 이 게송은 본성(本性)을 보지 못한 것이며 다만 문밖에 이르렀으나 문안에는 들지 못한 것이니, 이같은 견해로는 위없는 보리를 찾으려 해도 마침내 얻을수 없을 것이다.
위없는 보리는 모름지기 말 아래 자기 본 마음을 알고 자기 본성을 보며, 나는 것도 아니요 멸하는것도 아닌 것이니라.
어느 때나 일체 가운데 생각마다 스스로 모든 것(萬法)에 막힘이 없음을 보아 하나가 참 됨에 일체가 참 되어서 만가지 경계가 스스로 같고 같으니(如如: 참이 공이요 공하다는 것도 공) 참된 것(如如: 비고 빈 실상)은 마음이라 곧 참으로 실다운 것이니 만약 이와 같이 보면 곧 이것이 위없는 자성의 보리인 것이니라.
너는 또 가서 하루 이틀 더 생각하여 다시 게송을 지어 나에게 가져다 보이라. 너의 게송이 만약 문에 들게 되었으면 너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할 것이니라' 신수가 예를 하고 물러 나와 또 며칠이 지났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고 마음 속이 흐려 분명하지 못하고 정신과 생각이 편치못하여 마치 꿈 가운데 헤매듯 앉고 움직임에 즐겁지 못하였도다.
강설:
五조께서 신수(대사)의 게송을 보시고 금강경에 "형상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닌 것임을 보면 곧 여래을 본다(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고 한 경문을 인용하시면서 복도 벽에 그리려고 하던 능가경 변상과 혈맥도를 대신하여 이 게송을 붙이게 하신 것은 이 게송이 비록 자성을 증오한 경지는 못 될지라도 학인들이 공부하는데 훌륭한 경책이 됨을 평가하신 것이다.
'이 게송을 외우면 악도를 면하고 그대로 행하면 견성하게 된다'고 하신 점이 곧 그것이다.
言下에 자기의 본심을 알면 不生不滅의 공적 영지함으로 언제나 막힘없는 공하고 공(如如)한 것이 상이 없는 공한 실상묘유라, 이 일체가 하나의 맑아 깨끗한 실다운 청정본성이 위없는 자성의 보리이므로 그 가운데 일체지인 불지견이 구족되었음을 일러주셨으나, 신수의 견처가 아직 이 경지에 나아 가지 못한 때이므로 시간이 주어진다고 알려하는 사량으로 증득할 수 없는 것이므로 오히려 생각 만 혼망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여기서 言下(말끝, 말아래)에 자기본심을 알라는 말씀을 잘 음미해야 하는 것이니 화두라는 말의 뜻을 알아야 한다.
話頭라는 글자는 말의 첫머리라는 뜻이니 이 말머리가 곧 말의 아래와 같은 것이다.
말이란 입 밖에 나온 소리 작용이니 말의 머리(말 아래)는 곧 말을 내기 위한 생각이요 생각 일으키는 근원이 곧 如如한 진여진공의 실상반야이며, 그 실상 반야가 불지견이라 하는 보리인 것이다.
따라서 화두를 들어 수행하는 이는 이 말 일어난 것을 궁구하여 그 근원(일으킨 곳)을 요달 증오하는 것이 覺이요 견성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見性이라는 말에 떨어져 무엇을 보려고 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수행이며 삿된 외도에 떨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4. 혜능 행자의 悟道頌.
다시 이틀이 되어 한 동자(사미)가 방앗간 앞을 지나 가면서 그 게송을 부르기에 혜능이 한번 듣고는 문득 게송이 본성을 보지 못했음을 알고, 비록 가르침은 받지 못했으나(별달리 지도 받지 못했음) 일찌기 대의를 알고 있었기에 그 동자에게 묻기를 '외우는 게 무슨 게송인가?' 하니 동자가 말하기를 '너 이 오랑캐야 알지 못하느냐?’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 사람이 나고 죽는 일이 크니 가사와 법을 부촉하여 전하고자 한다' 하시고 '문인들아 게송을 지어와 보이라. 만일 대의를 깨달았으면 곧 가사와 법을 부촉하여 六조를 삼으리라' 하심에 신수상좌가 남쪽 복도 벽위에 무상게송을 써 붙이었는데 대사께서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이 게송을 다 외워라. 이 게송을 의지하여 닦으면 악도에 떨어짐을 면한다' 하셨느니라.
혜능이 말하기를 '나도 또한 이것을 잘 외워서 내생의 연을 맺어 함께 부처님 땅에 나게, 선배여 내가 방아를 찧는지가 8개월여가 되었으나 당앞에 일찌기 가 본 적이 없으니 바라건대 선배께서는 게송 앞에 인도하여 예배를 드리게 해달라'하니 동자가 게송 앞에 인도하여 예배를 하도록 하여 혜능이 이르기를 '혜능은 문자를 알지 못하니 청컨대 선배는 읽어주오' 하였다.
그때 강주의 별가(자사의 보좌관으로 따로 마차를 타고 따라 다닌다는 별칭)가 있어 성은 장이요 이름은 일용이라 문득 소리 높여서 읽어 주기에 혜능이 듣고서 이로 인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또한 한 개의 게송이 있으니 바라건대 별가께서 써 주시오'하니 별가가 말하기를 '오랑캐인 네가 게송을 짓겠다니 희유한 일이로다'하여 혜능이 별가에게 말로 깨우쳐 주기를 '위없는 보리를 배우는 데는 처음 배우는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 것이니, 낮고 낮은 사람이라도 높고 높은 지혜가 있고 높고 높은 사람도 뜻에 지혜가 없을 수 있으니 만약 사람을 가벼이 여기면 곧 한량없고 가(끝)없는 죄가 있게 되리다' 별가가 말하기를 '너는 다만 게송을 읊으라 내가 너를 위해 써주리라. 네가 만약 법을 얻으면 나를 먼저 제도하여 주기를 바라니 이 말을 잊지 말라'고 했느니라.
혜능이 게송으로 이르기를
별가가 게송을 써 놓고 나니 대중이 모두가 놀래서 감탄하고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느니라.
서로 말하기를 "기이하도다!
(겉)모습으로써 알 수 없도다.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가)저 육신보살(전생에 닦아 얻은 이)을 부렸던가?'하였느니라.
조사께서 대중이 놀래고 괴이하게 여기는 것을 보시고 누가(사람들) 해칠까 염려하시어 짐짓 신으로 게송을 문질러 버리시고 이르시기를 '역시 (이것도)성품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시니 대중이 의심을 풀었느니라.